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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미친개' 매티스, 의외로 부드러웠다

[한평논단] 첫 국외 방문지로 한국 선택, 이례적 행보... 대북 강경 메시지 내놓지 않아

등록|2017.02.04 14:58 수정|2017.02.04 15:06

▲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일 정부 서울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국방·국무 등 외교안보 분야를 맡은 주요 장관들이 외국을 돌아다닌다. 현장 방문을 통해 전통적인 동맹 등 우호관계를 다지고, 새 행정부의 국정기조를 설명하려는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2~4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것도 이런 관례와 무관치 않다.

첫 국외 순방지, 왜 한국이었나

다만 이례적인 점이 있다. 미국의 국방장관이 첫 국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전례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미 국방장관은 아시아가 아닌 중동 지역을 첫 순방 지역으로 삼아왔다. 오랜 관례다. 한국이 미 국방장관의 첫 국외 순방지에 포함된 것은 1997년 윌리엄 코언 장관 이후 20년 만이다.

매티스 장관은 왜 첫 순방지로 한국을 선택했을까?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한국 외교부의 관계자는 "매티스 장관이 동아시아를 첫 순방지로 꼽고, 더구나 일본이 아닌 한국부터 가겠다고 해서 다들 깜짝 놀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쪽 관계자 말로는 매티스 장관이 'listening tour'(리스닝 투어, 청취 여행)를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매티스 장관은 한국으로 오는 전용기 안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나는 (한국에서) 그곳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 상황(한반도 정세)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말하기'보다 '듣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얘기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월 27일 대북 정책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도 있듯이, 본질적인 측면에서 아직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확립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매티스 장관은 한국에 머무는 이틀간 협상 상대인 한민구 국방장관은 물론,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을 두루 만났다.

3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1시간 가까이 진행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선 "미국의 강력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고 "주한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는 오로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체계로 올해 중에 배치해 운용할 수 있도록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장관과 회담 결과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내용이다. 한-미 동맹과 관련한 미국 행정부의 전통적 기조를 재확인하고,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 한국 정부와 합의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매티스 장관은 한 장관과 회담 전 취재진에 공개된 머리발언에서 "일본과 함께 (한·미·일) 3각 협력의 장을 확대해 나가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이 한·일 양국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데에는 역대 미국 정부가 힘써온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강화 의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북핵' 문제 대응,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대중국 대응 전선 구축의 의미를 지닌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 뒤 "두 장관은 한·미·일 안보협력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관련 협력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격적이지 않았던 대북 메시지

한국인의 최대 관심사의 하나인 대북 메시지는 공격적이지 않았다. 매티스 장관은 회담 머리발언에서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말과 행동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공격은 반드시 격퇴될 것이며 어떤 핵무기의 사용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어떤 국방장관이라도 할 만한 발언이다. '비난'이 아니다. '경고' 메시지다.

매티스 장관은 한국행 전용기 안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북한은 자주 도발적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 무엇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들이 무엇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건조하고 절제된 발언이다. 더구나 '예측하기 어렵다'를 두 번 반복했다. 입만 열면 '북한의 도발 책동' 운운하며 대북 비난에 열을 올리는 박근혜 정부의 고위인사들과 사뭇 다른 태도다.

더구나 매티스 장관은 "전략은 주고받기 게임(strategies are games of give and take)이다"라고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미친개'(mad dog)라는 별명의 어감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도 북한과 관련해 '군사적 선택지'에 가장 신중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군사적 행동은 모든 외교적 노력이 실패했을 때 마지막에 사용해야 하는 수단임을 거듭 강조했다. 야전에서 이력을 쌓은 미국 중부사령관 출신인 매티스 장관은 '전쟁의 참상과 무서움'을 잘 알고, 이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라는 평이 있다.

매티스의 'listening tour'와 'strategies are games of give and take'라는 인식은 한국과 일본을 넘어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숨죽이고, 꼼꼼하게 지켜볼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이제훈(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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