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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사령관 축소, 고민정만 부각한 <조선>

[주장] 문재인 '인재 영입'에 당황한 조선일보의 얄팍한 꼼수

등록|2017.02.06 09:09 수정|2017.02.06 09:09
"문재인 '인재 영입' 1호는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

5일자 인터넷 조선일보에 걸린 기사제목입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지난 4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북 콘서트 행사 사회를 맡은 고민정 전 아나운서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같은 날 북콘서트에에 참가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부 사령관 영입 소식은 기사 맨 끝에 한 줄만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전인범 전 특정사령관(이하 전인범)이 이처럼 홀대받을 사람이었던가? 천만에요. 전인범은 군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장군으로 유명합니다. 국회의원들이 부대를 방문한다고 해도 "오거나 말거나 평소대로 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제대신고를 하러 온 병사에게 "군 생활하느라 고생했는데 줄 건 없고 투 스타 경례나 받고 가라"며 먼저 거수경례를 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전인범은 2013년 11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특전사령관을 역임하다 지난해 7월 중장으로 전역했는데, 당시 그 전역식에 한국군 전·현직 주요 인사뿐만 아니라 주한 미군 수뇌부가 총출동해서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전인범은 군내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한국군 장성 중 가장 영어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 군인으로선 최초로 전역식에서 미 특수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통합특수전사령부 훈장을 받았고, 또 미국 정부가 외국군에 주는 최고 등급의 훈장인 공로훈장(Legion of Merit)을 수훈했습니다. 그는 한·미로부터 훈장 11개를 받았는데, 이는 대한민국 장성 중 최다 수훈입니다. 그의 이력과 미담을 다 소개하자면 아마 별도의 공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인범 이름 석 자에 걸린 무게가 이 정도니 보수진영에서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앞서 조선일보도 몇 달 전 전인범 전 사령관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인범이 문재인 '인재 영입' 케이스로 민주당 진영에 몸을 담았으니 조선일보가 기겁할 수밖에요.

물론 조선일보도 같은 날 전인범이 캠프에 합류한 사실을 보도하기는 했습니다. "문재인 문 캠프 합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페친 5000명 중 28명 이탈했다'는 애잔한 제목을 달아서. 관련 기사에서 조선일보가 뭐라 했는지 좀 더 들어볼까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선거 캠프에 합류를 발표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에게 지지와 비난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이 글에는 '응원한다'는 지지 댓글과 '실망했다'는 반대 댓글 400여 개가 뒤섞여 올라왔다. '튼튼한 국방을 위해 활약해달라'는 응원성 댓글도 많았지만, '내가 아는 전인범 장군은 그런 분이 아니었는데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인가 아님 짐짓 훌륭한 사람, 멋진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포장한 모습만 본 것인가? 한 대 제대로 얻어 맞았다'는 반대 주장도 있었다..."

지지와 비난을 동시에 깔았지만 무게가 후자 쪽으로 기우는 걸 눈치 못 챌 사람은 없을 겁니다. 겉으론 담담한 듯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은 얼마나 쓰릴까요. 아마 반대의견에 담긴 네티즌의 댓글이야말로 어쩌면 조선일보가 하고픈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문재인 '인재 영입' 1호로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를 띄우고, 전인범을 맨 마지막 줄에서 달랑 한 줄로 처리한 것은 '대한민국 일등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답지 않은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길 없습니다. 전인범이 문재인 캠프에 들어갔다 해서 그의 애국심과 공적이 퇴색되거나 휘발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끝으로, 전인범은 그가 문재인 캠프에 합류할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들어 보시죠.

SNS 캡처문재인 캡프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 이유'를 밝힌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글. ⓒ 문성


"페북친구 5000명중 현재까지 28명이 이탈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충분히 분노하시는 마음을 이해합니다. 제가 이번 결심의 결정적 이유는 지난번 특전사에 갔는데 그간 추진했던 많은 사업들이 원점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특히 7만원짜리 특수작전칼(서바이벌 칼)을 부결시켰다는 얘기를 듣고 조용히 살 수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정치 안 합니다. 듣기 좋은 얘기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해군, 특공, 헌병특경, 해병대와 육군 수색대, 공군 SAR, 정보사 여단 그리고 특전 부대와 일반병이 자기 자신과 나라를 지키는데 필요로 하는 기본장비를 구비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덧붙이는 글 <미디어스>에 송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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