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국민은 왜 자꾸 속나... 잘못된 대통령 뽑지 않으려면

[TV리뷰] <SBS 스페셜> '대통령의 탄생', 이제까지 없던 토론을 제안하다

등록|2017.02.06 16:02 수정|2017.02.06 16:02
'자괴감' 운운하며 전 국민을 '자괴감'에 빠뜨렸던 당사자는 아직도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덕분에 엄동설한을 보내고 입춘을 맞이하는 광장의 촛불은 여전히 활활 타오른다.

그러나 김부겸 의원은 '쉽지 않은 싸움'이라 주장한다. 여전히 지방으로 내려가면 저 청와대 점거인에 대해 '불쌍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널리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 '강고한' 온정, 덕분에 선거 때마다 그 사람을 '선거의 여왕'으로 만들었던 저 '괴력'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지난 5일 전파를 탄 <SBS 스페셜> '대통령의 탄생'(아래 <대통령의 탄생>), 과연 우리가 그간 '선거'를 통해 뽑은 '대통령' 선택이 어떤 것이었나, 그 실체를 밝히고자 한다.

연예인처럼 이미지만 그럴 듯하면 대통령 가능?

▲ 정치의 계절, 과연 이번에는 어떤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 ⓒ SBS


"정치인은 어떻게 보면 연예인하고 같은 과예요. 그러니까 이미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지." - 한때 이명박의 '좌청룡 우백호' 정두언

1948년, 최근 논란이 되는 '건국'과 '정부 수립'의 그 '딜레마'의 원년,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취임했다. 하지만, 그 '초대' 대통령 이래 지금까지 18대 11명의 대통령의 대부분이 '불명예'스러운 인물로 남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로 시작되는 대통령의 사과는 너무 익숙해서 이젠 '악어의 눈물'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도대체 국민이 대통령에게 어떻게 속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침을 가한다. '내가 왜 속았는지 정확히 알지 않으면 다음에 또 속게 돼 있다'고. 이에 다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기초로 하여, 또 속지 않을 묘책을 고심한다.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이구동성은 한결같다. 대통령은 '연예인'과 같은 과다. '이미지'라는 것이다. 공약도, 정책도 아닌. 대통령 선거 전문가는 말한다. 사람들은 그저 이미 자기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을 뽑을 뿐이라고. 공약, 정책, 그거 하룻밤이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연예인 같은 이미지의 대통령,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혹자는 말한다. 대한민국 일부는 여전히 '왕조' 국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이씨 왕조'의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왕처럼 뽑힌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후진형 독재'를 자신들을 잘살게 해주었던 왕조로 떠받들던 사람들, 노무현 대통령처럼 친근한 이미지의 대통령을 받아들일 자세를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내가 다 잘할 수 있다'며 호언장담하는 '장군'과 같은 이미지의 이명박 대통령을 뽑고, 그도 부족해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후광에 기댄 독재자의 딸을 눈물겹게 대통령의 자리에 모셨다.

"모르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좀 엉뚱하지만 다른 식으로 넘어가는 연습, 그게 제일 주안점이죠." - 임현규 전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 정책홍보특보

자신의 선택에 대한 대가, '오류'를 되풀이 않으려면

▲ 우리는 똑같은 오류를 반복할 수 없다. ⓒ SBS


이런 선택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냉정하게 말한다. 오늘날 국민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잘못된 선택 때문에 인간의 질병(메르스)도, 동물의 질병(AI)도, 재난이나 참사(용산 참사, 세월호 등)도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그러니 자신이 그 엄청난 대가를 다시 치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의 한국 선거 시스템은 '이미지'의 외피를 걷어내기가 쉽지 않다. 인터뷰 말미, '언론은 뭐했냐?'며 냉정하게 되물은 유시민 작가의 질문처럼, 그 '이미지'에 언론은 나팔수 역할을 했다. 선거 관련 방송의 대부분이 '이미지네이션'에 부합하는 후보자 동정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방송 환경에서 '이미지'의 척결은커녕, '이미지'의 확산만이 가능할 뿐이다.

미 대선의 경우, 대통령 선거 자체가 1년 반 정도가 걸리는 대장정이기에, 그 과정에서 검증에서 탈락한 후보는 자체적으로 '사퇴'라는 경우가 등장한다. 또한, 장시간에 걸쳐 되풀이되는 후보 토론 과정은 자신이 선택할 후보에 대해 충분히 알고자 하면 알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거기에 토론 과정에서 제시된 내용에 대한 '언론의 팩트체크'가 뒤따른다.

물론 이런 다큐의 내용조차 '이미지네이션'의 끝판왕이라 일컬어지는 미 대선에 대한 '오독'일 수 있다. 하지만, '토론' 자체가 봉쇄되어, 앵무새처럼 외워 온 대답만으로도 능력 있는 대통령처럼 보일 수 있는 현재의 우리나라 선거 제도 자체에서는 미국만큼이라도 하는 것이 이상이 되는 것이다.

'이미지'로 오독된 대통령을 다시 뽑지 않기 위해

▲ '국민 면접'은 과연 대통령 후보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까. ⓒ SBS


결국, 지난 5일의 다큐는 프로그램 말미 바로 이어진 대통령 후보에 대한 '국민 면접'으로 이어진다. 다큐는 그나마 우리의 현실에서 '이미지'로 오독된 대통령을 다시 뽑는 어리석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끝장 토론'을 제시한다. 기존의 선관위의 준비된 대답만을 읽어내리는 지극히 부족한 '토론' 양식 대신, 후보자의 면면을 다 드러낼 수 있는 충분한 토론 시간만이 현재의 이미지 정치를 탈피할 최소한의 방법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다큐의 제안에 '선관위'는 난색을 표한다. 아마도 후보 측에서 저어할 거라고. 다큐가 찾아간 대선 주자들은 기꺼이 토론에 임하겠다고 한다. SBS는 자신이 준비한 카드 '국민 면접'을 꺼내 드는 것으로 <대통령의 탄생>을 마무리한다.

긴 서론 끝에 등장한 '국민 면접', 하지만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문재인 후보가 거절한 것으로 인해 화제가 되었던 KBS의 <대선 주자에게 듣는다>가 테이프를 끊은 바 있다. 그 뒤를 이어 SBS가 끝장 토론이 가능치 않다면 압박 면접이라도 하겠다며 국민이 직접 보내온 질문을 바탕으로 5명의 면접관을 내세워 대선 주자들을 탈탈 털어보겠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타 방송사들에서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뒤를 이을 듯하다.

선관위가 하지 못한다면, 이번엔 방송사만이라도 제대로 검증을 하여, '말은 많지 않지만, 결정적 한마디를 잘 해서, 혹은 웃음으로 잘 때워서' 대통령이 되는 불상사는 막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