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감' 넘치는 모난 배우, 그 자신감의 이유를 찾다
[inter:view] <푸른 바다의 전설> 허치현 역 이지훈 "할 말은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 번도 '배우'를 꿈꿔 본 적 없다는 이 남자는, 군대에서 뮤지컬 한 편 보고는 배우가 되겠다 마음먹었다. 갑자기 배우가 되겠다며 셰익스피어의 희곡들과 스타니슬랍스키의 <배우 수업>을 읽는 말년 병장을 두고, 중대장까지 나서 '차라리 군대에 남으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는 늘 '나는 왜, 내가 되게 잘 될 것 같지?'라고 생각했단다.
이 자신감 넘치던 남자는, 지난달 종영한 SBS <푸른 바다의 전설>(아래 <푸른 바다>)에서 허치현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이지훈이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 '이유 있는' 자신감으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말은, 분명 부정적인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지훈에게는 예외. 이 '근자감'은 부모님의 반대에 맞서 가출까지 감행하게 했고, 주위의 그 어떤 비웃음이나 조롱에도 굳건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뒤늦게 찾은 꿈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나보다 묻자) 전 정말 한 번도 스스로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근데 이상하게 그냥 그런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덕분에 어떤 말을 들어도 다 무시할 수 있었어요. (웃음)
그러다 전역 후 <학교 2013>으로 데뷔했는데, 대대장님, 중대장님, 하사님, 후임들 정말 다 연락 온 거예요. TV에 나온 제 모습을 보고 너무 소름 돋았다고요. 대대장님은 '꿈을 짓밟아서 미안했다'고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솔직히 저라도 그분들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 같긴 해요. 하하하."
하지만 그라고 어찌 불안함이 없었을까. 겉으로 뱉어낸 자신감 넘치는 말들은, 불안함과 두려움을 견디고, 포기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그치는 채찍이 됐다.
"원래 좀 그런 스타일인 것 같아요. <육룡이 나르샤>가 SBS에 편성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팅도 없었고, 누가 하라는 이야기도 안 했는데 계속 주위에 '나 이거 할 것 같아' '이거 하고 싶어' 하고 다녔어요. 회사에도 너무 하고 싶으니 오디션 잡아 달라 부탁하고요. 주위에 해놓은 이야기들이 있으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말하는 대로' 된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현생으로 이어진 전생의 인연들
<푸른 바다> 속 인물들은 전생과 현생의 인연으로 이어져있다. 전생의 악연은 악연대로, 필연은 필연대로.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나'라는 한탄이라든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라는 농담은, 그대로 인물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인이자 복선이 됐다.
극 중 이지훈이 연기한 허치현은 동생 허준재(이민호 분)를 향한 열등감이나, 진짜 아들로 여겨준다 생각했던 아버지(최정우 분)의 배신(?)이라는 요소가 아니었더라면, 나름 진짜 형·아들이 되고 싶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머니(황신혜 분)의 악행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래도 하나 뿐인 가족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처럼 보이기도 했다. 스스로 죽음을 택하며 "어머니 아들인 게 너무 싫어요"라던 마지막 대사처럼.
하지만 전생과 현생의 삶과 성격이 일치한다는 <푸른 바다> 세계관에 따르면, 허치현도 그냥 어머니나 생부(성동일 분)처럼 죄책감 따위 없는, 사이코패스류의 인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드라마에서 허치현의 전생 이야기를 많이 보여드리진 못했어요. 만약 스토리가 더 있었다면, 현생에서처럼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다음 생을 위해 착하게 살아야겠다'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전생에 뭐였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한 적은 없었는지 묻자, "전주 이씨 양녕대군파 16대손이기 때문에, 자료에 근거해 왕이었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꼭 같은 집안에서 태어날 거란 보장은 없지 않으냐"며 웃자, 이내 "사실 따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함께 웃었다. "소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걸 보면 백정이나 갖바치처럼 소를 가까이하는 직업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면서.
"가끔 '전생에 죄를 지었나?'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삶을 돌아보면 그렇진 않았던 것 같아요. 인복도 있었던 것 같고, 나름 순탄했던 것 같거든요. 연기하고 싶다 결심한 후로 힘든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 정도의 힘든 일은 누구나 살다 보면 겪는 거니까. 사실 최근에도 아 뭔가 (어려움이) 오고 있구나 싶긴 한데, 굳이 연연하지 않고 싶어요."
"둥글둥글한 사람, 재미있나요?"
매사 긍정적이고 호탕해 보였지만,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설적이었다" 고백했다. 위계질서가 세기로 유명한 체대에 다닐 때도, 부당한 점이 있다면 '잘못된 것 같습니다'하고 할 말은 해야 했다고. 그는 "그래도 예의를 갖춰 말씀드렸는데, 나 때문에 동기들이 많이 혼났다"고 말했다. 체육 교사가 되고 싶어 체대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다 입대했다더니, 이런 수직적인 체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던 거였는지 물었다.
"그런 면도 있었죠. 배우려고 온 것뿐인데 꽉 잡혀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답답했죠. 돌이켜보면 '내가 둥글둥글했어야 하는데 그땐 너무 네모났구나!' 싶기도 해요. 근데 사람 너무 둥글둥글하면 재미있나요?"
사실 연예인이라는 직업도, 하고 싶은 말, 해야 하는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사는 직업 아닌가. 그는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참아 보려고 애써 노력은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작품 안에서 할 말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변호사처럼, 누군가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싶어요. 메시지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도 싶고요. 예술이라는 게, 누군가를 대신해 할 말도 하고, 알려야 할 일을 알리고 하는 역할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가능하면 젊을 때, 지금 나이에 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저도 모르게 자꾸 세상과 타협하고 싶을지도 모르잖아요. 용기가 사라지기 전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요즘 관심 두고 있는 시사 문제가 있는지 묻자) 특정 이슈에 관심을 두기보다, 다 보려고 노력해요. 요즘은 그냥 다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일 터지고 나서 '몰랐다'고들 하잖아요. 몰랐던 사람들, 모르면서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잘못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알아야 생각하고, 비판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근자감' '모난 성격'. 이지훈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쓴 단어들이다. 분명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는 말이건만, 어쩐지 이지훈에게로 가자 그의 숨은 매력을 표현하는 매력적인 말들로 다가왔다.
그는 해외 진출을 위해 영어 공부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근자감'을 '이유 있는 자신감'으로 바꿔온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영어로 연기하고, 영어로 수상 소감을 전하는 그의 미래도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다.
"제 나이에 맞는 일들을 쉬지 않고 하고 싶어요. 군대도 이미 다녀왔으니 달릴 일만 남았잖아요. (웃음)"
이 자신감 넘치던 남자는, 지난달 종영한 SBS <푸른 바다의 전설>(아래 <푸른 바다>)에서 허치현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이지훈이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 '이유 있는' 자신감으로
▲ ⓒ 이정민
▲ SBS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허치현 역의 배우 이지훈이 6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말은, 분명 부정적인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지훈에게는 예외. 이 '근자감'은 부모님의 반대에 맞서 가출까지 감행하게 했고, 주위의 그 어떤 비웃음이나 조롱에도 굳건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뒤늦게 찾은 꿈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나보다 묻자) 전 정말 한 번도 스스로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근데 이상하게 그냥 그런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덕분에 어떤 말을 들어도 다 무시할 수 있었어요. (웃음)
그러다 전역 후 <학교 2013>으로 데뷔했는데, 대대장님, 중대장님, 하사님, 후임들 정말 다 연락 온 거예요. TV에 나온 제 모습을 보고 너무 소름 돋았다고요. 대대장님은 '꿈을 짓밟아서 미안했다'고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솔직히 저라도 그분들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 같긴 해요. 하하하."
하지만 그라고 어찌 불안함이 없었을까. 겉으로 뱉어낸 자신감 넘치는 말들은, 불안함과 두려움을 견디고, 포기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그치는 채찍이 됐다.
"원래 좀 그런 스타일인 것 같아요. <육룡이 나르샤>가 SBS에 편성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팅도 없었고, 누가 하라는 이야기도 안 했는데 계속 주위에 '나 이거 할 것 같아' '이거 하고 싶어' 하고 다녔어요. 회사에도 너무 하고 싶으니 오디션 잡아 달라 부탁하고요. 주위에 해놓은 이야기들이 있으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말하는 대로' 된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현생으로 이어진 전생의 인연들
▲ 겉으로 뱉어낸 자신감 넘치는 말들은, 불안함과 두려움을 견디고, 포기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그치는 채찍이 됐다. ⓒ 이정민
<푸른 바다> 속 인물들은 전생과 현생의 인연으로 이어져있다. 전생의 악연은 악연대로, 필연은 필연대로.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나'라는 한탄이라든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라는 농담은, 그대로 인물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인이자 복선이 됐다.
극 중 이지훈이 연기한 허치현은 동생 허준재(이민호 분)를 향한 열등감이나, 진짜 아들로 여겨준다 생각했던 아버지(최정우 분)의 배신(?)이라는 요소가 아니었더라면, 나름 진짜 형·아들이 되고 싶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머니(황신혜 분)의 악행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래도 하나 뿐인 가족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처럼 보이기도 했다. 스스로 죽음을 택하며 "어머니 아들인 게 너무 싫어요"라던 마지막 대사처럼.
하지만 전생과 현생의 삶과 성격이 일치한다는 <푸른 바다> 세계관에 따르면, 허치현도 그냥 어머니나 생부(성동일 분)처럼 죄책감 따위 없는, 사이코패스류의 인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드라마에서 허치현의 전생 이야기를 많이 보여드리진 못했어요. 만약 스토리가 더 있었다면, 현생에서처럼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다음 생을 위해 착하게 살아야겠다'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전생에 뭐였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한 적은 없었는지 묻자, "전주 이씨 양녕대군파 16대손이기 때문에, 자료에 근거해 왕이었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꼭 같은 집안에서 태어날 거란 보장은 없지 않으냐"며 웃자, 이내 "사실 따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함께 웃었다. "소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걸 보면 백정이나 갖바치처럼 소를 가까이하는 직업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면서.
"가끔 '전생에 죄를 지었나?'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삶을 돌아보면 그렇진 않았던 것 같아요. 인복도 있었던 것 같고, 나름 순탄했던 것 같거든요. 연기하고 싶다 결심한 후로 힘든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 정도의 힘든 일은 누구나 살다 보면 겪는 거니까. 사실 최근에도 아 뭔가 (어려움이) 오고 있구나 싶긴 한데, 굳이 연연하지 않고 싶어요."
"둥글둥글한 사람, 재미있나요?"
▲ "사람이 둥글둥글하기만 하면, 재미있나요?" 이지훈은 할 말은 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이정민
매사 긍정적이고 호탕해 보였지만,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설적이었다" 고백했다. 위계질서가 세기로 유명한 체대에 다닐 때도, 부당한 점이 있다면 '잘못된 것 같습니다'하고 할 말은 해야 했다고. 그는 "그래도 예의를 갖춰 말씀드렸는데, 나 때문에 동기들이 많이 혼났다"고 말했다. 체육 교사가 되고 싶어 체대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다 입대했다더니, 이런 수직적인 체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던 거였는지 물었다.
"그런 면도 있었죠. 배우려고 온 것뿐인데 꽉 잡혀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답답했죠. 돌이켜보면 '내가 둥글둥글했어야 하는데 그땐 너무 네모났구나!' 싶기도 해요. 근데 사람 너무 둥글둥글하면 재미있나요?"
사실 연예인이라는 직업도, 하고 싶은 말, 해야 하는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사는 직업 아닌가. 그는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참아 보려고 애써 노력은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작품 안에서 할 말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변호사처럼, 누군가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싶어요. 메시지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도 싶고요. 예술이라는 게, 누군가를 대신해 할 말도 하고, 알려야 할 일을 알리고 하는 역할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가능하면 젊을 때, 지금 나이에 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저도 모르게 자꾸 세상과 타협하고 싶을지도 모르잖아요. 용기가 사라지기 전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요즘 관심 두고 있는 시사 문제가 있는지 묻자) 특정 이슈에 관심을 두기보다, 다 보려고 노력해요. 요즘은 그냥 다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일 터지고 나서 '몰랐다'고들 하잖아요. 몰랐던 사람들, 모르면서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잘못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알아야 생각하고, 비판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근자감' '모난 성격'. 이지훈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쓴 단어들이다. 분명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는 말이건만, 어쩐지 이지훈에게로 가자 그의 숨은 매력을 표현하는 매력적인 말들로 다가왔다.
그는 해외 진출을 위해 영어 공부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근자감'을 '이유 있는 자신감'으로 바꿔온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영어로 연기하고, 영어로 수상 소감을 전하는 그의 미래도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다.
"제 나이에 맞는 일들을 쉬지 않고 하고 싶어요. 군대도 이미 다녀왔으니 달릴 일만 남았잖아요. (웃음)"
▲ 이지훈은 '근자감' 넘치고 '모난 성격'이라 더 매력적인 배우였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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