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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마리나 폐사했는데..." 또 혈세로 돌고래 수입

울산 남구, 동물보호단체 거센 반발에도 일본서 돌고래 들여와

등록|2017.02.09 15:49 수정|2017.02.09 15:49

▲ 동물보호단체들이 꾸린 '울산 남구청 돌고래 수입반대 공동행동'은 9일 오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이날 울산 남구청이 부산항을 통해 일본에서 수입하는 돌고래 반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정민규


"돌고래가 있어야 할 곳은 바다입니다."

거센 바닷바람이 몰아치던 9일 오전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앞으로 10여 명의 동물보호단체 회원이 모였다. 저마다가 든 피켓에는 울산 남구청이 이날 부산을 통해 들여올 돌고래의 수입을 반대한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대형화면을 갖춘 방송차에서는 쉴 새 없이 학살에 가까운 일본의 돌고래 사냥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THE COVE)가 틀어지고 있었다. 남구청이 수입하는 돌고래도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악명 높은 일본의 돌고래 사냥 마을 '다이지'에서 잡혀 왔다.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는 물론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JAZA)마저 거센 국제적 비난에 반입을 금지한 다이지 돌고래를 한국의 지자체가 버젓이 수입하는 꼴이 됐다. 그 허가를 내준 곳은 다름 아닌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이다.

남구청이 돌고래 2마리 수입에 쓴 혈세만 2억 원. 남구청은 이 돌고래들을 고래생태체험관 수조에 넣어 전시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폭이 최장 17m 남짓한 고래생태체험관 수조의 깊이는 불과 5.2m에 불과하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시속 70km 이상으로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살아가는 돌고래를 좁은 수족관에 가두고 훈련시킨다는 것은 명백한 동물 학대"라고 지적했다.

관광객 유치에 도움된다는 남구청...자료 제출도 거부

▲ 일본의 시골마을 다이지에서 펼쳐지는 무차별적인 돌고래 사냥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THE COVE)의 한 장면. 울산 남구청은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이 곳 다이지에서 잡힌 돌고래 2마리를 9일 부산항을 통해 수입했다. 남구청은 돌고래를 고래생태체험관 수조에 넣어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 THE COVE


기존의 연구들은 수조를 활용한 돌고래 사육에 우려를 제기한다. 지난 2016년 발표한 논문 '고래의 생태관광 콘텐츠화를 위한 탐색적 연구'에서 최명애 옥스퍼드대 환경지리학과 객원연구원은 "수조에 격리돼,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수동적 생활은 고래의 스트레스를 높인다"면서 "이로 인해 돌고래가 수조 안을 반복적으로 맴돌거나, 수조의 표면을 때리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야생 돌고래의 수명이 40년 안팎으로 알려졌지만 수족관 돌고래의 수명은 고작 10년 안팎이다. 실제 이번에 돌고래를 수입한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2009년 개장 이후 벌써 5마리의 돌고래가 죽어 나갔다. 비난을 의식한 남구청이 급기야 돌고래 폐사를 은폐하려던 시도가 적발돼 구의회로부터 질타를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남구청은 여전히 돌고래가 훌륭한 관광 자원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남구청 측은 "고래생태체험관이 2015년 기준 90만 명의 입장객이 찾을 정도로 지역의 대표적 관광시설이 됐다"면서 "새로운 돌고래 수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청은 돌고래 수입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정작 구의회에도 제대로 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남구의회 이미영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구청도 본인들이 진행하는 걸 겉으로 드러내놓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자료를 요구해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업을 결정할 때는 세계적 추세나 생태적 고려를 해야 하지만 시간과 돈만 있으면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구청은 이날 돌고래를 울산으로 이송해 수족관에 옮겨 넣었다. 남구청은 돌고래가 적응을 마치는 대로 일반에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지속적인 문제를 제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무분별한 남구청의 돌고래 수입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겠다"면서 "시민들에게 돌고래를 보러 가지 말자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시에 돌고래 수입을 완전히 금지하도록 관련 부처에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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