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자퇴했냐구요?
'자퇴하고 언제가 제일 후회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해 11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며칠 전, 공부하다 너무 지루해서 웹서핑을 하다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제도를 발견했다. 아무나 기사를 쓸 수 있다기에, '나의 특별한 경험을 기사로 써 보는 것을 어떨까?' 생각하며, '자퇴생이 직접 말하는 자퇴의 실상'이라는 어찌 보면 진부한 주제로 시작을 했다.
사실, 저 제목으로 시리즈를 써볼까 하는 마음에 진부한 제목을 붙였고, 알고 보니 3번 이상 좋은 기사를 쓴 적이 있어야 연재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네티즌께서 따끔하게 충고해주셨고, 나는 비록 다른 제목이더라도 기사를 연재해서 써보고자 한다.
연재기사를 쓰고자 하는 나의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지난 몇 개월간 매 순간마다 이 방법은 어떨지, 저 방법은 어떨지 고민하며 인터넷을 검색해보던 나, 그런 나와 혹시나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에게 실제 자퇴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자. 그 긴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보려 한다.
자퇴 고민하는 학생들의 생각은?
먼저, 자퇴를 고민하는 친구들의 생각은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적이 안 나오니까, 수시 포기하고 정시로 대학가자!' 어찌 보면 이것도 하나의 입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수시전형으로 성공하려면, 문과 이과별로 탑 2등까지는 들어야 학교에서 밀어주니까. (학교장 추전 전형이든지, 생활기록부라든지) 애매한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는 친구들은 애매한 등급을 받을 것이고, 애매한 생활기록부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애매함'으로 혹시나 애매한 대학을 가면 어떡할까 항상 대다수의 학생들은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 생각한다. '내가 강남 8학군이었으면 이런 고민 했을까...' 수도권이 아닌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입장으로서 매우 억울했다(물론 8학군 학생들도 그들만의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학원이 주변에 널려있고, 지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스펙의 과외 선생님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어렸을 때부터 진로가 확고했고,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가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자퇴를 결정했다(지금은 국내대학 입시준비를 하는 중이다. 이 사연은 나중에 설명하겠다).
내가 부모였더라도 '우리 딸이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당연하게도 우리 엄마는 처음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우리 집이 마냥 평범하지만은 않은 가정이었기에 나는 더욱 고심했었다. 그렇게 약 7개월이 지나고, 나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건데, 지금 이 선택이 내 마지막 선택이라면 도전해보자.' 하지만 이건 고작 17살 고등학생의 부푼 꿈이었다.
누구나 머릿속에서는 일류기업 회장의 손자도 될 수 있고, 혹은 도깨비가 될 수도, 도깨비 신부가 될 수도, 아니면 중동의 석유 왕자도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을 눈에 보이게 구체화 시키는 방법으로 글로 써보자 다짐했다. 그 글을 인쇄해서 엄마에게 보여주었고, 결국에 엄마는 그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었다. 어쩌면 딸에게 져준 것일 수도 있다.
누구나 문제가 있다, 푸는 방법이 다를 뿐
처음 올린 기사에서 한 네티즌분이 자신의 아이 입시를 끝내고 보니 자퇴 얘기를 하던 자신의 아이가 생각났고, 남들이 가는 길을 가야 편안했던 엄마 시절을 아이에게 강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셨다고 한다.
이 댓글을 보고 엄마가 생각났다. 가족이라고는 의지할 서로밖에 없었기에, 자퇴 고민을 하면서 내가 제일 우려하던 요소였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어려운 부탁이었다. 나를 '방목'의 교육으로 자유롭게 키우던 우리 엄마조차도 수많은 시간들을 나와 함께 고민해왔다.
자퇴를 한 건 나지만, 많은 걸 포기하고 희생한 사람은 사실 우리 엄마였다. 앞서 댓글을 남겨주셨다는 네티즌분의 댓글을 보고 '아,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다 같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더욱 편하고, 안전한 길을 가기를 바라니까 말리셨다는 마음을 백번 이해하는 입장이다.
다른 학생들처럼 학교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억울할 수도,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요즘 입학사정관제 교수님들은 특별한 경험, 특이한 스펙, 꿈에 대한 열정을 우선한다고 하니, 자기소개서에 '자퇴'라는 특이한 스펙을 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았다. "야, 너는 자퇴하고 제일 후회한 게 뭐야?" 솔직히 말하면, 아무것도 없다. 나를 위한 시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생겼고, 건강도 다시 회복했고, 학교 다닐 때 항상 날 짓누르던 '입시'라는 큰 짐도 이제는 그렇게 부담되지 않는다.
자퇴했다고 얘기하면 '문제가 있는 친구구나'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분들도, 혹은 직접 말로 하시는 분들도 꽤 계셨다.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누구나 문제를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 문제를 푸는 방법을 조금 다르게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퇴생을 바라보는 인식이 아직은 많이 개방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나도 학교 다닐 때에는 같은 생각이었기에), 나는 앞으로 내가 쓸 기사로, 혹은 다른 매체로 그런 인식을 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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