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전인범 논란' 가볍게 봤다가 한 방 먹은 문재인 캠프

갤럽 조사에서 호남 지지율 11% 빠져, 민주당 의원들도 뒤늦게 바판

등록|2017.02.10 20:59 수정|2017.02.10 20:59

▲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대안학교 강당에서 열린 싱크탱크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성장의 활주로’ 토론회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이희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대표가 '전인범 장군 논란'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소폭 하락했다. 특히 호남 지지율이 11%p 하락해 캠프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당내에서도 전 장군 논란 및 후속처리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전체 지지율 29%를 기록해 지난 주보다 3%p 떨어졌다. 호남 지지율은 지난 주 41%에서 30%로 폭락했다. 조사는 전 장군 논란이 한창 일었던 7~9일 진행됐다. <오마이뉴스>의 8일 인터뷰 기사가 일으킨 파장이 조사에 완전히 반영될 경우, 하락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는 전국 9%p, 호남에서 11%p 상승해 2위 자리(전체 19%, 호남 20%)를 굳건히 다졌다. 

문 전 대표의 비서실장 역할을 맡고 있는 임종석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전체에서 3%p 빠졌고, 호남에서도 꽤 빠졌는데 우리로서는 고비를 만난 것 같다"라며 "호남에는 국민의당과 민주당을 동시에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데, 국민의당 지지하다가 문재인 전 대표에게 왔던 분들이 이번에는 안희정 지사에게 간 게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안 지사가 전체적으로 오름세인 것은 맞다. 당 경선에 관심이 높아지니 우리로서는 환영할 만하다"라면서도 "다만 문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역선택이 숨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 2015년 3월 3일 오후 서울 송파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아크부대 9진 환송행사'에서 전인범 당시 특전사령관(왼쪽)이 부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내에서도 "영입 철회해야" 목소리 높아져

전 장군 영입 초기, 문재인 캠프 내에서는 "부인의 행적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보수 성향의 군인이라 어떤 행보를 할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 없지 않았지만, "공직 후보자가 될 사람도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한다. 문 전 대표가 몸 담았던 특전사 출신 인사들이 "보수로의 지지세 확장을 위해서도 전인범 같은 군인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밀어붙인 것도 캠프 관계자들의 정무적 판단에 큰 영향을 줬다.

전 장군의 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법정구속 된 직후 문 전 대표의 입에서 "전 장군의 국방안보능력을 높이 사서 자문단 일원으로 모신 것일 뿐 그의 부인을 자문역으로 모신 바 없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도 캠프의 이 같은 기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전 장군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낸 이후부터 문재인 캠프는 더 큰 역풍에 휘말렸다. 특히 전 장군이 특전사 선배인 전두환, 정호용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국민의당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측의 대대적인 공세를 야기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민주당 내에서도 전 장군 논란 및 후속조치와 관련해 문재인 캠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철희 의원은 10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여러 가지 문제가 노출 됐으니 좀 더 확인을 하든지 아니면 영입 그 자체에 대해서 캠프가 영입 철회를 포함해서 책임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가 접촉한 민주당 의원들도 대체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문재인 캠프에 참여하기로 한 친문 성향의 한 의원(수도권)은 "심화진 총장의 법원 선고는 8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조금 더 결과를 기다렸다가 발표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 어떤 바보가 공을 세우려고 이런 걸 서둘러 기획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초선 여성의원(비례대표)은 "문 전 대표가 '부인 영입한 게 아니라 전인범을 영입한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나"라고 자조하면서도 "지금 그만두게 하면 1명을 잃지만 늦게 그만두면 여러 명이 다친다. 질질 끌려가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진짜 세게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익명의 비례대표 의원도 "지금 문 전 대표가 좀 더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특히 전두환 관련 발언은 꼭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아무리 군인의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장성이면 중요한 지도자인데 그러한 발언은 적절치 않다. 어렵게 광주 민심을 다시 얻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전인범 장군은 본인 일정대로 16일 미국으로 갈 것이고, 우리가 이제 와서 그분 거취를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도와줄 땐 좋다고 말하고, 논란이 되니 멀리하면, 사람 마음이 정말 섭섭해지는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총선 출마자도 아니고 단순한 지지자라고 생각해서 엄하게 검증하지 않았던 건데, 일이 이렇게 되니 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인용한 여론조사 : 한국갤럽. 2월 7~9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7명 대상.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20%.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portal/main.do) 참조.

[관련기사]
미국 가는 전인범 "심려 끼친 점 사과, 문재인 계속 지지"
[단독] 전인범 "내 문제, 문재인에게 부담 안 돼... 아내, 구시대 법에 걸려든 것"
5.18·성신여대·포로훈련, 전인범 둘러싼 논란 세 가지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