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모이] 여기 눌러 살까?

등록|2017.02.11 11:43 수정|2017.02.11 11:43

▲ ⓒ 손인식


▲ ⓒ 손인식


▲ ⓒ 손인식


▲ ⓒ 손인식


▲ ⓒ 손인식


타국이래도 농촌은 어디나 고향 같습니다. 가다가 차를 멈추니 반갑게 맞아줍니다. 토마토를 실컷 따먹게 하고 가지를 비닐봉지에 푸짐히 담아줍니다. 실랑이 끝에 이천 원이나 될까 한 돈을 주머니에 넣어주니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밭고랑과 거기 자라나고 익는 작물들, 둘러선 나무 모두가 자연입니다. 고운 능선 우뚝 솟은 먼 데 산도 거슬림이 없습니다. 기다림을 아는 곳, 참 합리적인 희망이 건강하게 숨 쉬고 있습니다.

"여기 눌러살까?"

토마토를 따 먹으며 농부들과 장난을 쳐대던 일행이 툭 내뱉습니다. 누구나 그런 생각이 가슴 한구석에 자리한 것은 다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만약 그가 진정으로 그 마음을 실행한다면 나는 그를 진심으로 존경할 것입니다. 저는 산마을에 살게 된 것을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맑은 공기가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 목까지 차오르는 말을 멈췄습니다. 부질없는 자랑이 될까 봐서요. 늘 피는 꽃, 시나브로 맺고 익는 열매, 조석으로 아침 인사를 하는 상쾌한 바람 이야기도 감췄습니다. 그가 너무 쉽게 결정을 할까 봐서요.

"자격이 될까? 경쟁도 비교도 다 내려놓은 수도자여야 하는데~. 하긴 수도할 마음이 굳다면 받아주겠지."

어깃장을 놓으면서도 가능성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농부들의 인심이 땅을 닮았고, 미소가 능선을 닮았다는 사실을 그도 느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그 진리를 몰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잊어도 현장에선 늘 푸르게 살아있습니다. 그 생명력이 세상 모든 이들의 내일 아침 밥상에 오를 것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