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줄다리기는 어디서 시작되었지?

정읍시 산외면 원정마을 줄다리기를 찾아서

등록|2017.02.13 15:24 수정|2017.02.13 15:24
12일 오전 정읍시 산외면 원정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음력 정월 16일 줄을 만들어 줄다리기를 하고, 당산나무 앞에서 당산제를 지냅니다. 원정 마을에서 당산제를 지낼 때에는 둘레 여러 마을뿐만 아니라 먼 곳에서도 구경을 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구제역 확산 때문에 마을 앞에서 외부 차량을 통제하는 형편이었습니다.

▲ 줄다리기를 하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이 줄을 꼬고 있는 모습입니다. 볏짚을 넣으면서 줄을 만들고, 다시 세 명이 줄을 전달하면서 꼬아갑니다. ⓒ 박현국


올 원정 줄다리기는 마을 사람들만 참가하여 지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마을 회관에 모입니다. 남자들은 미리 준비해 놓은 볏짚을 이용하여 줄을 꼬고, 부녀회원들은 마을 회관에서 점심이나 술상을 준비합니다.

대략 볏짚 200다발쯤 준비하여 놓아다가 줄을 꼽니다. 올해도 비슷하게 준비했지만 150다발 정도 사용하여 줄을 만들었습니다. 오래 전에는 줄 지름이 1미터도 넘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굵지 않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에 의하면 마을에 흉년이 들어 볏짚이 없을 때에도 마을 사람들이 산에서 칡줄기를 구해다가 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줄을 꼬기 위해서 먼저 삼발이를 세우고 삼발이 위에 사람이 앉아서 꼬은 줄을 들어올리면서 줄을 만듭니다. 삼발이 아래에는 세 분이 줄을 한가닥씩 잡고 볏짚을 넣으면서 세 명이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줄을 꼬아나갑니다. 줄이 길어지면 삼발이 위에 앉은 사람이 줄을 들어올려서 줄을 꼬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합니다.

줄다리기에 사용되는 줄은 마을에 따라서 암줄과 숫줄을 따로 만들어서 빗장으로 두 줄을 고정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정 마을에서는 외줄 한 가닥을 꼬아서 줄다리기를 합니다.

▲ 줄을 다 꼬아서 마무리 짓는 모습과 서려서 감아놓은 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박현국


원정 줄다리기는 남녀가 나누어서 줄을 당깁니다. 결혼하지 않는 남자는 여자 쪽에서 줄을 당깁니다. 줄다리기는 세 번 하는데 여자가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하여 거의 대부분 여자가 이깁니다. 오래 전에는 나이드신 여자 어르신들이 줄을 당기는 남자들 손을 대나무로 치면서 힘껏 당기지 못하게 한 적도 있지만 요즘은 그런 풍경을 볼 수 없습니다.

원정마을에서는 줄다리기를 마치고 진쌓기 놓이를 벌입니다. 진쌓기 놀이는 풍물을 앞세우고 마을사람들이 줄을 들고 풍물패를 둥글게 감싸았다가 풀기를 반복합니다. 특히 나팔소리가 나면 풍물패가 도망을 가고, 줄 꼬리 쪽을 든 젊은 사람들이 나이드신 분이 든 줄 머리를 감았다가 풀기를 세 번 반복합니다.

진쌓기 놀이는 진치기, 용놀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놀이는 마을에 나타난 용이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마을의 수호신인 이무기가 되어 마을 사람들과 어우러져 노는 역동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 원정 마을 사람들이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과 진쌓기를 하는 모습입니다.(2008년 음력 정월 16일 사진) ⓒ 박현국


진쌓기가 마치면 마을 사람들은 마을 앞 당산나무 앞 당산에 줄을 꼬리부터 서려서 감아놓고 당산제를 지냅니다. 당산제에 앞서 제물을 펼쳐놓습니다. 특히 원정마을에서는 제물로 메밀묵을 쑤어서 놓습니다. 이것은 잡귀들이 메밀묵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원정마을을 비롯하여 둘레 여러 곳에서 줄을 만들어 줄다리기를 하고, 당산제를 지냅니다. 줄다리기는 벼농사와 관련된 풍습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오키나와, 일본, 동남아시아 여러 곳에서 지금도 줄다리기를 합니다. 곳에 따라서 줄다리기 방식이나 날짜가 조금씩 다릅니다.

줄다리기는 오래 전 벼농사와 더불어 들어온 풍습입니다. 지역에 따라서 개성적인 방식으로 줄다리기를 열어왔습니다. 가까운 김제 월촌리에서는 정월 보름 밤에 줄다리기를 하고, 입석 당산에 줄을 감아놓기도 합니다.

아직 여러 곳에서 행하는 줄다리기가 언제까지 남아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말 그래도 바람 앞에 등불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줄다리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 줄을 당산에 서려서 감는 모습과 당산제를 지내는 모습입니다. (2008년 음력 정월 16일 사진) ⓒ 박현국


참고문헌> 박계홍, 한국민속연구, 형설출판사, 1993.
참고누리집> 정읍시 산외면, http://www.jeongeup.go.kr/dong/sanoe/, 2017.2.12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