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 조금씩 열어 녹조 없앤다? 언발에 오줌 누기"
[인터뷰]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완전개방, 수문철거가 답"
▲ 지난해 백제보 상류에 녹조가 창궐하면서 녹조축구장, 녹조카펫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 김종술
이명박 정부가 핵심 정책으로 추진한 4대강 사업이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는 골칫덩어리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국토부가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민홍철, 안호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2년간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의 보의 수문을 일정 시간 상류부터 하류까지 개방하는 펄스형 방류를 실시했다. 녹조를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수질 개선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표층의 물이 중층, 바닥층까지 뒤섞이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 녹조가 가득한 강물이 하류와 바다로 유입되면서 해양생태계 파괴 논란까지 발생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물고기의 떼죽음이 이어졌고, 유해한 남조류가 창궐하는 녹조 현상을 매년 목격했다. 강바닥이 펄층으로 변해 생긴 수질 악화로 인해 농업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근혜 정부의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효과도 없이 세금만 더욱 더 낭비하는 대책만 되풀이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원욱 의원과 민홍철 의원이 공개한 국토부의 펄스형 보 운영 시범 결과와 2017년 댐-보-저수지 최적 연계운영 방안에 대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대한하천학회 부회장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정민걸 교수에게 의견을 들어 보았다.
안식년 기간인 정민걸 교수는 현재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에 나가 있어 부득이하게 이메일과 SNS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것.
▲ 지난 2014년 큰빗이끼벌레가 공주보 주변에 창궐하면서 정민걸 교수가 현장을 찾았다. ⓒ 김종술
-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이 들어갔지만, 수질 악화는 여전합니다. 정부가 수질 악화 해결하기 위해 연중 방류를 고려하는 방안을 만들었어요. 물을 가두어 확보하겠다더니 이제는 연중 방류를 하겠답니다.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본말이 전도된 것이지요. 이상 기후로 인한 극심한 홍수와 가뭄 피해를 예방하겠다며 추진한 게 4대강 사업입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의 대형보 때문에 녹조가 창궐하고 수질이 나빠지니, 마치 사업 추진 이전부터 수질이 나빴던 것처럼 수문을 열어 방류를 늘리고 수질 악화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지요. 어차피 허구였지만, 물을 확보하겠다던 목적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어요. 원래 물이 고여 썩었던 4대강의 물을 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은근슬쩍 바꾸어 버린 것이지요. 없던 문제를 고의로 만들어 놓고, 자신들이 만든 원인을 제거할 생각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엉뚱한 일을 벌여 세금을 낭비하겠다는 것이지요. 연중 물을 가두어 확보하겠다던 4대강 사업이 이제는 연중 수시로 물을 방류하는 사업으로 변질된 것입니다."
- 4대강 사업의 목적이 뒤바뀌었다는 말씀이군요. 그러면 이번 정부가 확정한 방안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2015년과 2016년 시범 운영한 펄스형 방류(강이나 하천에서 댐이나 보의 수문을 열고 일시적으로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내는 것)를 통해 하루 정도 일시적인 효과가 난 것을 구실로 연중 방류할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대형보로 갇혀 고인 물을 혼합하기 위해 상류의 다목적댐이나 저수지의 방류량을 늘리게 되면 물이 부족하게 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정부는 '지하수 제약 수위'라는 생경한 용어까지 만들어 관리수위를 낮추겠다고 하고 있지요. 또한 '환경 대응 용수'라는 기상천외의 용어까지 만들었어요. 요약하면 방류량과 방류 횟수를 늘려 대형보로 고여 썩는 물을 혼합함으로써 발생된 녹조가 눈에 보이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새로운 국토부 방안의 핵심이에요."
일시적 효과만 있는 펄스 방류, 그럴 바엔 수문 철거해야
▲ 지난해 백제보 상류에 녹조가 창궐하자 수자원공사가 조류제거선을 이용하여 녹조를 제거하고 있다. ⓒ 김종술
- 펄스형 방류, 지하수 제약 수위, 환경 대응 용수 등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많네요.
"생경한 용어들은 국토부 방안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알아보도록 하지요."
- 아무튼 '대형보 때문에 물이 고여 녹조가 발생되고 수질이 나빠지니 수문을 열어야 한다'는 환경단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 아닌가요? 다시 말해, 수문을 열고 방류를 늘려 녹조를 제거하는 것은 의견도 수렴하고 수질도 해결하는 좋은 일이 아닌가요?
"국토부의 방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모순투성이입니다. 이명박이 TV에 나와 강릉에서 발생한 태풍 루사의 피해와 같은 수해를 막기 위해 낙동강 등 4대강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변한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 어떤 모순이 있지요?
"우선 한국수자원공사가 시행한 펄스형 보 운영의 결과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4대강 사업 이전과 마찬가지로 물이 흘러가게 하면 무용지물인 보를 왜 만들었느냐는 비판이 일어나겠지요. 그래서 조금 적은 양의 물을 방류해서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수문을 여닫는 것이지요. 다량의 물이 흘러내리다, 멈추다 하면서 보 하류의 물 혼합 효과를 높이겠다는 발상이 펄스형 방류이에요. 이러한 펄수형 방류에 대해 수공은 효과가 있다는 결과만 국토부에 보고한 것으로 보여요. 환경과학원은 1~2일 정도 효과가 있고 이후에는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했고요. 그래서 연중 방류할 수 있도록 방안을 세운 것으로 보이네요."
- 모순이라기보다는 수문 개방을 확대하는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이는데요.
"단순히 보를 철거하여 물이 흐르게 하면 되는데, 무용지물의 보를 유지하기 위해 펄스형 방류를 도입하는 것은 모순이지요. 더구나 환경과학원에서 제출한 구체적인 요약 결과를 보면 남조류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표층에만 있던 남조류가 물이 혼합되면서 위아래로 퍼져 단위 표층의 부피당 세포 수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어요. 중층이나 저층으로 보면 남조류 세포수가 늘어난 것이지요. 게다가 보와 보 중간 구간에서는 혼합 효과가 없는 것도 관찰되었고요. 결국 표층에서 하층으로 남조류와 녹조류가 가라앉는 것을 촉진할 뿐이에요. 결국 간헐적인 펄수형 방류는 바닥에 조류가 쌓이는 속도를 늘리게 될 뿐이지요."
▲ 정밀조사 유해남조류 세포수 분석 결과자료 ⓒ 김종술
- 표층에 있는 녹조를 펄스형 방류로 가라앉혀 눈에 보이지 않게 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죠.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촉진되어, 혹은 자연적으로 바닥에 가라앉은 조류나 유기물이 분해되면 인이나 질소 등 무기물이 녹아나와요. 이게 펄스형 방류로 혼합되면 표층으로 올라옵니다. 방류가 끝난 뒤 표층에서 남조류 등 조류가 더욱 번창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는 것이지요. 실제 그런 결과가 시범 운영에서 관찰되기도 했어요. 해결책이 아닌 겁니다. 당장에 눈에 보이는 녹조를 가라앉혀 국민의 눈을 가리겠다는 것이지만,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요. 언 발에 소변을 보면 당장은 따뜻하게 느껴지겠지만 발은 더 심하게 얼게 되겠지요. 이번 국토부 방안이 그렇습니다."
가뭄 때문에 녹조 번성한다더니, 이제와 수문 열겠다?
▲ 일반조사 유해남조류세포수 분석 결과(보 구간 평균) ⓒ 김종술
- 펄스형 방류는 보를 유지하기 위한 꼼수로 도입된 것이고 상황이 더 나빠지게 한다는 말씀이네요. 그래도 펄스형 방류를 지속적으로 하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펄스형 방류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면 보를 철거하면 되는 것이지요. 아무튼 녹조 발생 원인이 정부 주장대로라면 녹조 제거를 위해 펄스형 방류를 할 수 없어요. 그동안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보, 즉 물의 정체 때문에 녹조가 발생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면서 가뭄이 심해서 그렇다는 거짓 변명을 일삼았지요. 가뭄이 심해서 녹조가 발생한다면 녹조 제거를 위한 펄스형 방류에 물을 공급할 여유가 없을 테니 펄스형 방류는 녹조, 수질 대책이 될 수 없겠지요.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 가뭄이 심하기 때문에 녹조가 번성한다는 정부의 거짓 주장이 맞는다면 나올 수 없는 방안을 국토부가 마련한 것이지요. 그래서 '지하수 제약 수위'와 '환경 대응 용수'라는 신조어들을 국토부가 창조한 것으로 보여요."
- 아, 그렇군요. 점점 더 어려워지네요. 지하수 제약 수위와 환경 대응 용수라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문제가 있나요?
"저도 처음 들어본 용어들이에요. 우선 지하수 제약 수위는 글자 그대로 지하수를 이용하는 데 제약이 되는 최저 하천 수위라는 것이지요. 가뭄 때는 농업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하수를 펌프로 퍼올려 공급하는데, 지하수 관정(일종의 우물)의 깊이가 있어서 그 깊이보다는 지하수 수위가 높아야 하겠지요. 그 지하수 수위가 유지될 수 있는 최저 하천 수위를 지하수 제약 수위라고 한 것으로 보여요."
▲ 금강에서 퍼올린 흙속에는 환경부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붉은 깔따구가 득시글하다. ⓒ 김종술
- 지하수를 퍼 올리는 것과 펄스형 방류하고 어떤 연관이 있나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펄스형 방류로 녹조를 보이지 않게 감추기 위해서는 상류의 다목적댐이나 둑 높인 저수지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물을 방류해야 하지요. 다시 말해서 녹조의 겉보기 제거를 위한 펄스형 방류를 실행하려면 상류의 댐과 저수지가 과거보다 더 많은 물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녹조가 발생하기 전에 4대강 수위를 지하수 제약 수위를 유지할 수 있는 만큼까지 낮춤으로써 상류의 다목적 댐과 저수지에 더 많은 물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더 확보한 물을 환경 대응 용수라고 한 것이지요.
참고로 어도 제약 수위는 보 옆에 만든 어도로 물이 흘러갈 수 있는 최저 수위를 말하고요, 양수 제약 수위는 보로 막힌 저수지에 마련된 양수 펌프의 유입구가 잠길 수 있는 최저 수위를 말하는 것이에요. 이보다 더 낮은 수위가 지하수 제약 수위이지요. 일상의 관리수위는 보에 물이 찰랑찰랑 보기 좋게 만수위가 되게 하는 수위이고요."
▲ 국토부 방안 자료 ⓒ 김종술
- 정부 말대로 극심한 가뭄 때문에 녹조가 생긴다면 펄수형 방류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되는 것이군요.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을 사용하면 가뭄에도 펄수형 방류가 가능한 것 아닌가요?
"어차피 용도도 없는 물인데 저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런데 4대강 사업의 대형보로 확보한 물이 녹조가 번성하고 수질이 나빠진 물이라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정부는 앞에서 설명한 환경 대응 용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것이지요. 처음에는 자료에 있는 '환경대응용수'가 무엇인지 아리송해 하다가 뜻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여기서 '환경'은 '수질이 좋은 환경'을 말하는 것 같고요, 환경 대응 용수는 '좋은 환경(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하는 용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 국토부 방안 자료 ⓒ 김종술
"국토부, 계속 국민 부담 늘리는 방안만 내놓고 있어"
▲ 지난해 9월 ‘4대강 청문회를 열자’ <오마이뉴스> 취재팀과 찾아간 2300만 명 수도권 상수원인 경기도 여주시 상수도 보호구역에서 퍼 올린 실지렁이다. ⓒ 김종술
- 수질 환경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 공급하는 용수를 환경 대응 용수라고 한다는 말씀이네요.
"네. 아무튼 이번 국토부 방안은 녹조가 발생되기 전에 지하수 제약 수위로 4대강의 수위가 내려갈 때까지 상류의 다목적댐이나 둑 높인 저수지의 방류량을 줄여 4대강 사업 이전에는 필요하지 않던 환경 대응 용수를 더 확보하겠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환경 대응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국토부는 4대강을 가뭄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유해한 남조류가 번창하는 녹조의 발생이 극심할 때는 수온이 올라가는 7-8월이거든요.
4대강은 대형보로 물이 고여서 수온이 과거보다 더 빨리 올라가 6월에도 남조류가 번성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여름에 극심하게 발생하는 녹조를 겉보기로 제거하기 위한 환경 대응 용수를 충분히 확보하려면 농업용수가 많이 필요한 봄에 지하수 제약 수위까지 4대강 수위를 낮추어야만 가능한 것이지요. 국토부의 방안은 봄과 초여름에 농사를 짓기 위해 가뭄 때처럼 지하수를 퍼 올려 농업용수를 공급할 계획이 아니라면 실행할 수 없습니다."
- 환경 대응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농사에 물이 많이 필요한 봄에 가뭄을 일부러 만든다는 이야기이군요.
"그렇죠. 농사만 따진다면. 국토부 방안대로 하면 녹조가 발생하기 전 과거 평년 갈수기보다 더 바닥이 드러나게 되고, 지하수 수위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밭이 아닌 자연의 들과 산자락은 극심한 가뭄으로 생태계가 황폐하게 되겠지요."
- 국토부 방안대로 지하수 제약 수위까지 4대강 수위를 낮추어 환경 대응 용수를 확보하려면 봄과 초여름에 가뭄 때처럼 지하수를 퍼 올려 농사를 지어야 하고, 자연 생태계는 훼손된다는 말씀이네요.
"네. 국토부는 계속 국민이 더 많은 부담지는 방안을 내놓고있어요. 국토부는 국토를 살리는 부가 아니라 세금을 낭비하면서 국토를 죽이는 부가 되는 것이지요. 말은 4대강 살리기였지만 진실은 4대강 죽이기인 4대강 사업과 똑같은 것이지요."
▲ 국토부 방안 자료 ⓒ 김종술
- 요약하면 녹조가 발생할 때 임시로 녹조가 눈에 보이지 않게 할 환경 대응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봄과 초여름을 가뭄 상태로 만들어 국민 부담도 늘리고 생태계도 훼손하겠다는 계획이 이번 국토부 방안이라는 지적이네요. 사실이 그렇다면 아주 심각한 일이군요. 그러면 왜 국토부가 이런 방안을 만들었을까요?
"4대강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그릇된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책임지지 않기 위해 대형보를 철거하여 원상회복하는 간단한 해결책을 외면하고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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