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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원 추어탕 한 그릇에 붙은 이자

추운 겨울 날 밥 한 끼, 서로를 녹여주며 이자가 붙어 돌아왔다

등록|2017.02.15 11:29 수정|2017.02.15 11:30

▲ 추어탕 8,000원 한 그릇에 많은 이자가 붙었다. ⓒ 이경모


"안녕하세요? 00정보회사에서 왔습니다. 카운터에 포스 교체하려고요."

새로 오픈한 식당에 카드체크기 회사 직원이 방문한 것이다. 오후 1시30분.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다.

"점심 드셨어요?"
"아뇨. 체크기 교체하고 먹으렵니다."
"식사 먼저하고 하세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지만 주방에 추어탕 한 그릇을 주문했다.

직원은 식사가 나오기 전에 새로 바뀔 카드체크기와 포스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그런데 얼굴은 나를 보고 말을 하는데 눈은 오른쪽을 보고 있다. 처음에는 오해를 했다.

수줍어서 그러나 했는데 심한 사시(斜視;눈알 자체는 온전하나 동안근(動眼筋)의 이상으로 한쪽 눈의 시선이 주시점과 일치하지 못하는 상태)를 갖고 있었다.

그 직원은 사시인 눈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어색하지 않게 얼굴을 바라보며 설명을 들었다. 금방 직원도 표정이 밝아지며 자연스럽게 설명을 했다.

식사 후 1시간 정도 설치와 시스템 점검을 끝내고 밥값을 계산하려고 했다. 이번에는 내가 손사래를 쳤다. 그 직원은 곧바로 가게를 한 바퀴 돌아보더니 뭔가를 발견했다.

테이블에 설치되어있는 콜벨이 작동되지 않는 것을 찾은 것이다. 가게를 인수할 때부터 고장이 나있어 많이 불편했지만 어디에 문의를 할까 고민하고 있는 터였다.

"사장님 제가 콜벨회사를 잘 아는 곳이 있는데 실비로 주문해서 설치해 드릴게요."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죠."

이틀 뒤 그 직원은 벨을 가져와 두 시간에 걸쳐 설치를 해줬다.

나는 내 가게에 일하러 온 사람에게 당연히 점심식사 한 끼를 챙겨줬는데 그것이 그렇게 고마웠나 보다. 또 편견 없이 따뜻한 눈빛으로 눈을 맞춰준 것도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며칠 전에도 가게 외벽에 마무리 벽돌 작업을 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12시 30분이 되었는데 작업을 계속하고 계셨다.

"식사하고 하세요. 우리가 먹고 살자고 일하는데 때가 되면 식사 먼저 해야죠."
"30분 정도만 더 하면 끝나니까 집에 가서 먹으렵니다. 옷도 작업복이고요."
"괜찮으니까 들어오셔서 식사하고 하세요."

이 분도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 카운터 앞에 섰다. 대부분 일하신 분들의 식사는 본인이 따로 해결한다. 식당이니까 추어탕 한 그릇 드린 것인데 참 고마워하셨다.

"사장님 다음에 우리 가족하고 꼭 한 번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박나세요."

아주머니가 작업을 끝내고 가면서 한 인사다.

추어탕 한 그릇 8000원. 추운 겨울 날 밥 한 끼가 서로를 녹여주며 많은 이자가 붙어 돌아왔다.
덧붙이는 글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3월호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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