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토) 아침이 밝았다. 정말 너무 맑고 밝은 날이다. 기상과 동시에 일출을 구경하기 좋은 날이라 우선 베란다로 나갔다. 해가 뜨는 장면을 몇 장의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고 호텔을 한번 둘러본다. 창가에 벚나무가 많은 온천탕부터 마당 한가운데 있는 교회 모양의 강당. 2층 높이의 본관과 별채로 된 여러 개의 숙박동. 그리고 바다의 조망이 좋은 베란다 등등 멋진 곳이다.
배가 지나가는 모습부터 싱그러운 바다의 향기까지 마음에 든다. 이제 세면을 하고는 아침식사를 위해 1층 식당으로 갔다. 나는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식사를 하고 토마토 주스와 우유를 한 잔 했다. 그런데 감기까지 걸린 연우는 일식이 별로 마음에 안 드는지 거의 식사를 하지 못한다. 그래도 된장국을 조금 마시고 우유라도 마시라고 겨우 사정을 했다.
아빠를 따라서 쓰시마에 와 준 것만 해도 효자인 아들이라, 겨우 달래면서 부탁을 했다. 이러니 '아들 모시고 사는 팔불출'이라고 남들이 말하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는 잠시 TV를 보았다. 일본 뉴스에는 연일 김정남의 사망과 관련하여 북한에 대한 비난과 분석이 많은 것 같다. 아침이라 물론 요리프로그램과 건강에 관한 내용도 많다.
오늘은 어디부터 갈까 고민을 하다가 우선은 북섬의 동쪽을 따라 북상하면서 쓰시마 도주 집안의 납골당이 있는 '소가묘소(宗家墓所)'와 '엔쓰지(円通寺)'로 갔다. 내부에는 납골당과 함께 탑, 고려불의 본존, 조선 초기의 범종 등이 있다. 입구에는 조선통신사 이예 선생을 기리는 공적비도 있는 곳이다. 안팎을 잠시 살펴보고는 나왔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나가도메카시덴(永留菓子店)'이라고 하는 '타이야키(たい焼き, 붕어빵)'전문점으로 가서 붕어빵과 음료를 조금 먹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인 이곳에 다시 와서 우선 기분이 좋았다. 나는 아침을 많이 먹은 탓에 배가 불렀지만, 맛이 좋아 3개, 연우는 1개를 맛나게 먹었다. 녹차도 한 잔 하고.
성질이 급한 내가 찻잎을 그냥 더운 물에 마구 넣어서 녹차를 마시려고 하자, 주인이 나와서는 다시 다기(茶器) 안으로 모아 넣고는 "거름망을 통해서 나오는 녹차를 천천히 마시라"고 권한다. 친절한 할머니다. 대충 급하게 먹는 나의 식습관을 두고 아들은 "음식, 음미하는 맛을 아빠는 잘 모른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
빵까지 먹은 우리들은 이제 차를 몰아 재두루미의 이동경로이기도 하고 쓰시마에서 가장 큰 평야지대이기도 한, 섬의 북서부의 사고천(佐護川) 유역의 평야를 차로 한 바퀴 둘러보았다. 사실 산골 경상도 영주에도 이보다 넓은 평야가 고향인 안정면에 있는데, 거기보다도 작은 규모이다. 이곳은 정말 땅이 좁고 논이 거의 없는 섬인 것 같다. 이래서 옛날 쓰시마의 처녀들은 쌀 한말을 못 먹고 시집을 간 것 같다.
재두루미는 없었지만, 나름 넓고 큰 사고평야를 살핀 다음, 천천히 차를 몰아서 '쓰시마야생동물보호센터(對馬島野生動物保護センター)'로 갔다. 만주와 한반도 및 이곳 쓰시마에서만 살고 있다는 '야마네코(やまねこ,山猫)'라 불리는 살쾡이(삵)을 보호하는 시설이다. 연우가 좋아할 것 같아서 들어왔는데, 역시나 탐구심이 많은 아이라 그런지 기념촬영도 하고 현미경까지 보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기념 스티커며, 안내장을 여러 장 챙긴다. '내 차에 야마네코 스티커를 부착하고 다닐까? 남들이 웃을지도 모르지만,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자료를 챙기고는 사진도 몇 장 조심스럽게 찍고는 나왔다.
이제 천천히 차를 몰아서 섬의 북서부에 자리한 센뵤마키산 아래 바닷가 언덕에 있는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異國の見える丘展望臺)'으로 갔다. 바람이 심하게 불기는 했지만, 시야는 상당히 좋아서 망원경으로 보니 부산이 자세히 보였다. 연우는 아래 쪽 전망대로 가서는 바람을 맞으면서도 기념촬영까지 해 달라고 한다. 자기가 보기에도 멋진 곳인가 보다. 멀리 부산이 보이는 것이 좋다.
이어서 차를 '센뵤마키산(千俵蒔山)'정상으로 올린다. 이곳은 풍력발전기와 함께 바람의 언덕이 있는 곳이다. 800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대형 풍력발전기는 우리 돈으로 60~80억 원 정도의 설치비가 든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는 한 개 뿐이다. 바람의 강도나 위치로 보아서는 3~4개를 더 설치해도 될 것 같은데, 아무튼 하나가 우뚝 서있다.
이웃한 바람의 언덕은 정말 바람이 많이 불어온다. 멀리 부산이 보이는 이 언덕에서는 멀리 조선통신사가 들어왔던 사스나만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방금 갔던 쓰시마야생동물보호센터 부근이 보인다. 그리고 아래에는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와 이구치하마(井口浜)해수욕장이 있는 곳이다.
아무튼 바람의 언덕에 오르니 너무 춥고 바람이 많이 분다. 연우는 풍력발전기 앞에서 잠시 놀다가는, "발전기 안으로 들어가 볼까" 하다가는 "무서워서 안되겠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추운 날씨에 장갑도 없이 발전기 안으로 들어가 철사다리를 오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리고는 잠시 주변을 살펴 본 다음, 이내 춥다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조금 더 주변을 더 둘러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한 바퀴를 크게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부산과 가까운 지역이라 휴대전화로 문자들이 막 들어오고, 금방이라도 전화가 올 것처럼 울림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곳 센뵤마키산(千俵蒔山)이 정말 마음에 든다. 특히 바다가 보이면서도 바람이 많은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면 세상의 근심을 전부 날리는 듯 날아갈 것 같아 더 좋다. 이런 저런 생각과 기원을 한 다음, 연우를 위한 기도를 하고는 차로 돌아왔다.
이제 차를 몰고는 늦은 점심을 하기 위해 히타카츠항으로 갔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연우가 일식이 별로 인지 밥을 잘 먹지 못하고 있어 주방장은 일본인이지만, 한국 사람이 경영하는 작은 식당으로 갔다. 다행이 연우는 카레덮밥을 주문했다.
나는 무엇을 먹을까 고심을 하다가, 쓰시마에 사는 재일동포들이 개발했다는 양념돼지고기덮밥인 '돈짱동(豚ちゃんどん)'을 주문했다. 정말 한국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이다. 나는 붕어빵을 3개나 먹은 덕분에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카레덮밥을 전부 먹은 연우에게 내 밥을 반 정도 덜어주었다. 다행히 배가 고팠던 연우가 내 밥까지 전부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제 연우는 자전거를 빌려서 히타카츠항을 누비고 다니고, 나는 산책을 시작했다. 항구주변은 물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던 연우는 힘들었던지 또 콜라를 한 병 사서는 마시면서 다니고 나는 그냥 걸었다. 두어 시간 각자의 시간을 즐겼더니 좋다.
나중에 연우에게 "자전거를 어떻게 빌렸니"라고 물어보았다. 연우는 "말이 잘 안 통했지만, 1000엔이면 24시간이고, 두 시간 빌리는 데는 500엔이면 된다고 하여 영어 반, 일본어 반을 짬뽕으로 말하며 빌렸다"고 했다.
연우는 일본에서 태어나서 5살까지 유치원 시절을 보냈지만, 아무래도 이제는 거의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래도 혼자서 잘 다니는 모습이 듬직하고 감사해 보였다.
▲ 호텔에서의 일출일본 쓰시마 ⓒ 김수종
배가 지나가는 모습부터 싱그러운 바다의 향기까지 마음에 든다. 이제 세면을 하고는 아침식사를 위해 1층 식당으로 갔다. 나는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식사를 하고 토마토 주스와 우유를 한 잔 했다. 그런데 감기까지 걸린 연우는 일식이 별로 마음에 안 드는지 거의 식사를 하지 못한다. 그래도 된장국을 조금 마시고 우유라도 마시라고 겨우 사정을 했다.
▲ 일본 쓰시마 호텔의 교회모양 강당 ⓒ 김수종
아빠를 따라서 쓰시마에 와 준 것만 해도 효자인 아들이라, 겨우 달래면서 부탁을 했다. 이러니 '아들 모시고 사는 팔불출'이라고 남들이 말하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는 잠시 TV를 보았다. 일본 뉴스에는 연일 김정남의 사망과 관련하여 북한에 대한 비난과 분석이 많은 것 같다. 아침이라 물론 요리프로그램과 건강에 관한 내용도 많다.
▲ 일본 쓰시마 소가묘소 ⓒ 김수종
오늘은 어디부터 갈까 고민을 하다가 우선은 북섬의 동쪽을 따라 북상하면서 쓰시마 도주 집안의 납골당이 있는 '소가묘소(宗家墓所)'와 '엔쓰지(円通寺)'로 갔다. 내부에는 납골당과 함께 탑, 고려불의 본존, 조선 초기의 범종 등이 있다. 입구에는 조선통신사 이예 선생을 기리는 공적비도 있는 곳이다. 안팎을 잠시 살펴보고는 나왔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나가도메카시덴(永留菓子店)'이라고 하는 '타이야키(たい焼き, 붕어빵)'전문점으로 가서 붕어빵과 음료를 조금 먹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인 이곳에 다시 와서 우선 기분이 좋았다. 나는 아침을 많이 먹은 탓에 배가 불렀지만, 맛이 좋아 3개, 연우는 1개를 맛나게 먹었다. 녹차도 한 잔 하고.
▲ 일본 쓰시마 붕어빵 ⓒ 김수종
성질이 급한 내가 찻잎을 그냥 더운 물에 마구 넣어서 녹차를 마시려고 하자, 주인이 나와서는 다시 다기(茶器) 안으로 모아 넣고는 "거름망을 통해서 나오는 녹차를 천천히 마시라"고 권한다. 친절한 할머니다. 대충 급하게 먹는 나의 식습관을 두고 아들은 "음식, 음미하는 맛을 아빠는 잘 모른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
빵까지 먹은 우리들은 이제 차를 몰아 재두루미의 이동경로이기도 하고 쓰시마에서 가장 큰 평야지대이기도 한, 섬의 북서부의 사고천(佐護川) 유역의 평야를 차로 한 바퀴 둘러보았다. 사실 산골 경상도 영주에도 이보다 넓은 평야가 고향인 안정면에 있는데, 거기보다도 작은 규모이다. 이곳은 정말 땅이 좁고 논이 거의 없는 섬인 것 같다. 이래서 옛날 쓰시마의 처녀들은 쌀 한말을 못 먹고 시집을 간 것 같다.
▲ 일본 쓰시마 사고평야 개간비 ⓒ 김수종
재두루미는 없었지만, 나름 넓고 큰 사고평야를 살핀 다음, 천천히 차를 몰아서 '쓰시마야생동물보호센터(對馬島野生動物保護センター)'로 갔다. 만주와 한반도 및 이곳 쓰시마에서만 살고 있다는 '야마네코(やまねこ,山猫)'라 불리는 살쾡이(삵)을 보호하는 시설이다. 연우가 좋아할 것 같아서 들어왔는데, 역시나 탐구심이 많은 아이라 그런지 기념촬영도 하고 현미경까지 보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 일본 쓰시마 야마네코 ⓒ 김수종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기념 스티커며, 안내장을 여러 장 챙긴다. '내 차에 야마네코 스티커를 부착하고 다닐까? 남들이 웃을지도 모르지만,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자료를 챙기고는 사진도 몇 장 조심스럽게 찍고는 나왔다.
▲ 일본 쓰시마 야마네코 자료를 든 연우 ⓒ 김수종
이제 천천히 차를 몰아서 섬의 북서부에 자리한 센뵤마키산 아래 바닷가 언덕에 있는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異國の見える丘展望臺)'으로 갔다. 바람이 심하게 불기는 했지만, 시야는 상당히 좋아서 망원경으로 보니 부산이 자세히 보였다. 연우는 아래 쪽 전망대로 가서는 바람을 맞으면서도 기념촬영까지 해 달라고 한다. 자기가 보기에도 멋진 곳인가 보다. 멀리 부산이 보이는 것이 좋다.
▲ 일본 쓰시마 이국이 보이는 언덕에서 연우 ⓒ 김수종
이어서 차를 '센뵤마키산(千俵蒔山)'정상으로 올린다. 이곳은 풍력발전기와 함께 바람의 언덕이 있는 곳이다. 800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대형 풍력발전기는 우리 돈으로 60~80억 원 정도의 설치비가 든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는 한 개 뿐이다. 바람의 강도나 위치로 보아서는 3~4개를 더 설치해도 될 것 같은데, 아무튼 하나가 우뚝 서있다.
이웃한 바람의 언덕은 정말 바람이 많이 불어온다. 멀리 부산이 보이는 이 언덕에서는 멀리 조선통신사가 들어왔던 사스나만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방금 갔던 쓰시마야생동물보호센터 부근이 보인다. 그리고 아래에는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와 이구치하마(井口浜)해수욕장이 있는 곳이다.
▲ 일본 쓰시마 바람이 언덕에 있는 풍력발전기 ⓒ 김수종
아무튼 바람의 언덕에 오르니 너무 춥고 바람이 많이 분다. 연우는 풍력발전기 앞에서 잠시 놀다가는, "발전기 안으로 들어가 볼까" 하다가는 "무서워서 안되겠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추운 날씨에 장갑도 없이 발전기 안으로 들어가 철사다리를 오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리고는 잠시 주변을 살펴 본 다음, 이내 춥다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조금 더 주변을 더 둘러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한 바퀴를 크게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부산과 가까운 지역이라 휴대전화로 문자들이 막 들어오고, 금방이라도 전화가 올 것처럼 울림이 있다.
▲ 일본 쓰시마 사쓰나 만이 보인다 ⓒ 김수종
나는 개인적으로 이곳 센뵤마키산(千俵蒔山)이 정말 마음에 든다. 특히 바다가 보이면서도 바람이 많은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면 세상의 근심을 전부 날리는 듯 날아갈 것 같아 더 좋다. 이런 저런 생각과 기원을 한 다음, 연우를 위한 기도를 하고는 차로 돌아왔다.
이제 차를 몰고는 늦은 점심을 하기 위해 히타카츠항으로 갔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연우가 일식이 별로 인지 밥을 잘 먹지 못하고 있어 주방장은 일본인이지만, 한국 사람이 경영하는 작은 식당으로 갔다. 다행이 연우는 카레덮밥을 주문했다.
나는 무엇을 먹을까 고심을 하다가, 쓰시마에 사는 재일동포들이 개발했다는 양념돼지고기덮밥인 '돈짱동(豚ちゃんどん)'을 주문했다. 정말 한국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이다. 나는 붕어빵을 3개나 먹은 덕분에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카레덮밥을 전부 먹은 연우에게 내 밥을 반 정도 덜어주었다. 다행히 배가 고팠던 연우가 내 밥까지 전부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 일본 쓰시마 양념돼지고기덮밥 ⓒ 김수종
이제 연우는 자전거를 빌려서 히타카츠항을 누비고 다니고, 나는 산책을 시작했다. 항구주변은 물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던 연우는 힘들었던지 또 콜라를 한 병 사서는 마시면서 다니고 나는 그냥 걸었다. 두어 시간 각자의 시간을 즐겼더니 좋다.
나중에 연우에게 "자전거를 어떻게 빌렸니"라고 물어보았다. 연우는 "말이 잘 안 통했지만, 1000엔이면 24시간이고, 두 시간 빌리는 데는 500엔이면 된다고 하여 영어 반, 일본어 반을 짬뽕으로 말하며 빌렸다"고 했다.
연우는 일본에서 태어나서 5살까지 유치원 시절을 보냈지만, 아무래도 이제는 거의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그래도 혼자서 잘 다니는 모습이 듬직하고 감사해 보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