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모이] 어린 호모 루덴스를 만나다

등록|2017.02.23 15:35 수정|2017.02.23 15:35

▲ ⓒ 박영숙


▲ ⓒ 박영숙


▲ ⓒ 박영숙


▲ ⓒ 박영숙


▲ ⓒ 박영숙


막연히 '유토피아'란
'놀이와 일이 분리되지 않는 공간' 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과거 농경시대,
농사 일에 항상 춤과 노래가 동반되던
우리 조상들을 떠올려봐도
우리 유전자 속에
'호모 루덴스'적인 요소가
각별함을 짐작할 수 있다.

산업사회 일원으로 녹아든 지금보다
어린 날에 그런 시간을
더 누렸다는 생각도 든다.

새벽 다섯시 반,
아직 어둠이 채 남아있는 시간.
아이들이 마당을 쓸고 있다.

초등 상급반 아이들이
비질하여 낙엽을 모으면
하급반 이이들이
제 덩치보다 큰 바구니를 들고
낙엽을 담는다.

낙엽과 작은 나무가지,
그리고 동그란 작은 열매까지
주워 담는다.
초등 1학년생 'Far는
열매의 속을 까서
내게 보여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마당을 깨끗하게 치웠다.
비질만 한 게 아니라
땔감까지 그러모은 것이다.

청소가 끝나자
선생님이 마당에서
공기돌을 여러 개 주워왔다.
법당 앞 베란다 시멘트 바닥에
하나씩 놓았다.

야구처럼 각 지점을 정해주고
아이들은 각 지점을 통과하면서
잡기놀이를 했다.

잠시 후 이번엔 마당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돌을
주워오라고 시켰다.
아이들은 둥그렇게 둘러앉아
그 돌을 주운 이유나 쓰임새를
돌아가며 말했다.

한 남자 아이는
날카로운 큰 돌을 들고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조마조마했다.

그 다음엔 남녀 그룹별로
자기 돌을 함께 모아서 꾸몄다.
그때 날카로운 모서리의 그 돌은
마치 부처의 연꽃대좌처럼
전체 돌들을 받쳐 주었다.

'아! 각자의 쓰임애가 따로 있구나.'
라는 감탄이 일었다.

놀이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른 그릅 돌을 빼앗는 게임이 시작되었다.
남학생 그룹의 받침대였던 큰 돌을
쟁취한 여자아이는 삼국지 장비의
너털웃음 소리를 냈다.

일과 놀이가 공간적, 시간적으로
분리되던 산업사회에서
디지털시대인 지금은
양자가 일치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에 따라 '호모 루덴스'가
다시 미래 사회의 주인공으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서 나는
어린 '호모 루덴스'들을 보고 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