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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이전하라고?" 민심에 기름 부은 외교부

부산 일본영사관 소녀상 이전 요구에 시민단체 대규모 집회로 응수

등록|2017.02.23 16:24 수정|2017.02.23 16:24

▲ 부산 일본총영사관 후문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 윤성효


외교부가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고, 소녀상 보호를 위한 조례 제정에까지 반대 입장을 낸 것과 관련해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구체화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꾸린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은 오는 3·1절 일본영사관 앞에서 평화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준비해 오던 행사가 외교부의 소녀상 이전 요구로 오히려 탄력을 받는 꼴이다.

시민행동은 23일 낸 입장에서 "우리는 '2017 소녀상을 지키는 천 개의 의자', 3.1 평화대회를 더 많은 부산 시민과 함께 열어내겠다"면서 "소녀상을 지키고자 하는 부산시민의 뜨거운 열망을 모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의자 1000개를 준비해 인간 소녀상 참가자들이 소녀상과 같이 신발을 벗은 채 맨발로 의자에 앉아 1분간 침묵시위를 벌이는 퍼포먼스를 준비한다. 영사관 담벼락을 따라 한 바퀴를 도는 행진도 벌인다.

하지만 경찰은 외교공관 보호를 명분으로 행사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시민행동은 "국민의 요구보다 일본의 눈치를 더 보는 현 정부의 굴욕적 태도가 3·1 평화대회까지 막아 나서고 있다"면서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다.

국민 10명 중 8명 소녀상 이전 안 된다는데 '정부 입장'이라는 외교부

시민행동은 소녀상 이전 요구 공문을 보낸 외교부를 향해서는 '친일 외교부'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행동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부는 소녀상을 언급할 권한도 자격도 없다"면서 "민심과 역행하는 소녀상 이전 요구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외교부가 수정을 요구한 '부산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지원 조례안'의 즉각적인 제정도 주문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외교부는 소녀상 이전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소녀상 위치가 외교공관 보호와 관련한 국제예양과 관행 측면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공문으로) 기존 정부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지난 15일 부산시와 시의회, 동구청에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고, 관련 조례 제정을 재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관련기사: 부산 소녀상 옮기라니, 대한민국 외교부 맞나?]

앞서 여론조사업체인 '한국갤럽'이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성인남성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휴대전화 RDD 조사(집전화 RDD 보완)/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응답률 20%)에서 응답자 중 78%는 "부산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철거 또는 이전해야 한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지난 2015년 한일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를 재협상 해야 한다는 의견도 70%가 "그렇다"고 답했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20%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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