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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주춤하니 '사람' 안 붙어, 안희정의 숙제

민주당 초선의원들, 지지모임 준비하다가 '관망'... '공약 미비' 지적에 "당 중심 정책 고민"

등록|2017.02.24 15:57 수정|2017.02.24 20:05

안희정 초청 관훈토론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기사수정 : 24일 오후 6시 30분]

준수한 외모로 '충남 엑소' 별칭이 붙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최근 지지율이 무섭게 치솟았다.

1월 초 지지율 5.0%에 불과했던 안 지사(리얼미터 1월 9일 발표)는 지난 17일 22.1%까지 올랐다. 그러나 19일 '박근혜 대통령 선한 의지' 발언 논란 이후 하락하거나 정체되는 양상이다.

안 지사는 23일 민주당 당사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과 상관없이) 그간 그랬던 것처럼 제 소신대로, 지지율보다는 국민과 대화하며 뚜벅뚜벅 걷겠다"라고 말했지만, '선의' 발언을 사과하는 등 속내가 편치는 않은 모양새다.

'선한 의지' 발언 뒤 지지율 하락, 초선 의원 지지 움직임 '주춤'

2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안 지사는 '선의' 발언 여파인 듯 전주보다 1%p 하락해 21% 지지율을 보였다(2월 21~23일, 전국 성인 1006명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홈페이지 참조). 3주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후보 지지율이 곳곳에서 꺾인 것이다.

23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안 지사 지지율은 19.2%로 전주 대비 1.2%p 하락했다. 연초부터 계속된 지지율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난 대선 투표자 수로 환산하면 대략 30만 표가 날아간 것"이라고 말했다(CBS 라디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32.4%(▼0.1%p)로 하락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만 10.5%(▲1.7%p)로 반등했다.

안 지사 지지율 관련해서는 특히 세대별로는 40대가, 지역별로는 호남에서 지지율이 급락한 것으로 파악됐다(리얼미터·한국갤럽 동일). 이에 대해 안 지사는 "지지율보다는 국민과 대화하며 소신대로 걷겠다"라고 말했지만 상황은 전보다 다소 복잡해졌다.

이 때문에 당내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안 지사를 지지하려는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주부터 "경선이 너무 문재인 중심으로 돌아간다"며 안 지사에 힘을 실어주려는 모임이 시작됐는데, '선의' 발언 논란과 지지율 하락 등이 겹치면서 이들의 움직임도 주춤해진 상황이다.

안희정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초선 이철희 의원 등이 안 지사 지지 선언을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모임에 참여 제안을 받았던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23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정작 안 지사는 이런 움직임에 미온적이다. 당내 움직임이 자칫 문재인-안희정 간 '계파·세력 싸움'으로 비칠까 우려한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안 지사는 당내 유력 대선 후보이자 경선 상대인 문재인 후보에 대해 "모두가 알다시피 따뜻한 분"이라고 말하는 등, 상대에 대한 비방을 자제했다.

그러나 서울의 비문 의원(초선)은 "1위 주자와 논쟁하지 않고 경선에 승리할 수 있겠냐? 나도 참여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불참하기 잘한 것 같다"고 논평했다.

나란히 촛불 밝힌 문재인-안희정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공약 발표 없는 대선 후보? "당 중심 정책 낼 것"

국방연구소에서 '안보 공약' 발표 및 학제 개편 중심의 '교육 공약'을 내는 안철수 의원,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경제 공약'을 내건 문재인 후보 등과 달리 안 지사가 이렇다 할 '공약 발표'가 없는 것도 문제다. "공약에 구체성이 없어 아쉽다(@you_are***)"는 등 "정책·공약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희정 캠프는 이르면 26일 당 산하 민주연구원과 간담회를 할 예정인데, 이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안 지사 측이 민주연구원 측에 간담회를 하고싶다는 의사를 타진했다"는 얘기가 돌았고 다른 캠프의 항의가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민주연구원의 핵심 관계자는 23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안 지사 측에서 (관련해) 연구원에 자문을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간담회 일정을 잡았다가 뒷말이 나오는 바람에 취소될 뻔 했다"고 전했다.

결국 선관위와 각 캠프가 민주연구원과 간담회를 순차적으로 하기로 합의하면서 26일 안희정 캠프 간담회가 잠정 확정됐다. 김상희 민주당 선관위 부위원장은 정론관 브리핑에서 "가장 먼저 요청한 안 지사를 1차로 해서 공약 관련 정책간담회의 기회를 모든 후보들에게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안희정 캠프의 정재호 의원은 "(캠프) 기조는 처음부터 동일하다. 정책·공약은 당과 함께, 당을 중심으로 만들고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번 주 내로 민주연구원 측과 정책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돌풍을 일으키다가 '지지율 숨고르기'에 들어간 안 지사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안 지사는 일단 기조에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저는 누구와 경쟁(싸움)한다는 생각이 없다. 제가 준비된 만큼 국민들로부터 선택될 거라고 본다(22일 관훈토론회)"라는 그의 발언처럼, 캠프도 '선의' 발언 논란과 상관 없이 각기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하기로 했다.

안 지사는 24일 전남을 시작으로 2박 3일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을 찾는다. '안희정이 만나러 갑니다', 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호남 민심을 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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