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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맘껏 먹고, 축의금 걱정 않고... 이게 기본소득

[인터뷰]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 첫 지급 대상자 장경춘씨

등록|2017.03.01 16:44 수정|2017.03.22 23:09
지난 12일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아래 띄어쓰기 프로젝트)' 팀의 1차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 추첨행사가 열렸다(관련 기사 : "기본소득 주면 일 안 하겠다, 불과 4%") 추첨행사는 『세월호를 기록하다』『노동자의 변호사들』『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인 오준호 작가의 강연과 함께 열렸다.

띄어쓰기 프로젝트 지원자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지원자 추첨이 시작됐다. 추첨은 지원자들에게 부여된 고유번호가 적힌 공을 무작위로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모두가 떨리는 눈빛으로 공이 들어있는 상자만 쳐다보는 가운데, 39번 공이 올라왔다. 6개월 동안 매달 50만 원씩 받을 주인공이 뽑힌 순간이었다.

"장난 같은 마음으로 지원했었는데, 당첨이 돼서 기쁘네요"

추첨 행사 당일 전화로 당첨 소감을 밝힌 장경춘씨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러나 추첨 이후 인터뷰에서 만난 장경춘씨는 전화기 속 담담했던 목소리와는 달리 들뜬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 띄어쓰기 프로젝트 1차 지급 대상자 장경춘씨 ⓒ 띄어쓰기 프로젝트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대덕 테크노밸리에서 크로스핏이라는 운동 코치를 하는 장경춘이라고 합니다."

- 처음 당첨 소식을 들으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추첨 행사를 페이스북 라이브로 카페에서 보다가 잠깐 딴짓을 했어요. 책보고 공부하고있었는데 전화가 딱 오더라고요. 모르는 번호인데…. 그 순간 딱 촉이 오더라구요, 설마라는 심정으로 받았는데 당첨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막 떨렸어요."

- 추첨 행사 당일 전화로 인터뷰했을 때 목소리는 굉장히 담담하셨어요.
"담담한 척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되게 기뻤어요. 원래 복권이런 것도 당첨이 잘 안 되는 사람인데, 올해 운을 여기에 다 썼나 봐요."

- 띄어쓰기 프로젝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페이스북을 자주하는 편이에요. 페이스북을 보다가 알게 됐어요. 처음엔 설마 내가 되겠어라는 마음이었어요. 어쨌든 6,470원만 후원하면 되니까,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혹시 하는 마음 반, 좋은 일에 적은 돈이라도 보태자는 마음 반으로 신청하게 됐어요."

- 그럼 기본소득에 대해선 원래 알고 계셨나요?
"2014년도쯤 기본소득을 처음 접했어요. 서울에 있을 때 출석하던 교회에 카타콤이라고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서 처음 알게 됐어요. 기본소득이라는 게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제도라는 이야기를 들었죠.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돈을 그냥 준다는 게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계속 기본소득에 대해 접하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됐죠. 보편적 복지랑은 다른 개념이고, 개인이 한 달에 얼마를 받는다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지지하는 입장이에요."

- 평소에는 그럼 어떻게 생활하세요?
"실은 이번 실험 대상자가 됐으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제가 평소에 돈을 어디에 쓰는지 정리 해봤어요. 월에 많이 벌 때는 200 정도 벌고, 요새는 170 정도 벌어요. 월급을 받으면 공과금 등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지출이 있어요. 교통비, 통신비, 건강보험료, 자동차 보험료, 기름값 등 이것저것 다하면 고정비로 한 80만 원 들어요. 월세는 30만 원 정도 들고.

부모님 지원받을 때는 돈을 막 썼어요. 집안 형편이 여유있는 것도 아닌데, 막 썼었죠. 그래서 지출이 올라갔다가 독립하면서 지출을 대폭 줄여야 됐어요. 처음 대전으로 올 때는 130만 원 정도 벌었으니까, 엄청 줄였죠. 근데 그걸 심리적으로 못 받아들이겠는 거예요. 어디서부터 줄여야 할 지도 막막하고. 그래도 돈이 부족하니까, 줄이기 시작했죠. 운동을 가르치는 일을 하니까 건강한 모습을 사람들한테 보여줘야 되기 때문에 건강하게 먹어야 해요. 그래서 식비는 줄이지를 못했어요. 대신에 화장품값 같은 걸 좀 줄였죠. 예전엔 비싼 스킨 샀으면 지금은 소셜커머스에서 저렴한 걸 대용량으로 구매해요. 옷도 운동할 때 입을 운동복을 제외하고 거의 안 사는 편이고. 그렇게 줄이고 줄여서 생활하고 있어요."

"그냥 돈 준다는 것,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지만..."

▲ 띄어쓰기 프로젝트 1차 지급 대상자 장경춘씨 ⓒ 띄어쓰기 프로젝트


- 6개월 동안 지급받는 50만 원을 어디에 쓰실 계획이세요?
"최소한의 사치비용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사먹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치킨을 사먹는다던지…. 여행을 가기도 할 것 같아요.

지금 급여로는 일상적인 삶은 유지가 되는데, 여가활동을 하려면 부담이 돼요. 50만 원을 받으면 저런 걸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아는 분 결혼식도 축의금이 부담스러워서 못 간 적이 있어요. 얼마 안 되는 돈인데 알게 모르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아마 추첨 이후에 결혼식이 있었으면 갈 수 있었겠죠. 근데 이게 흔하지 않은 일이 아닌 거 같아요. 요즘 돈 때문에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리고 또, 크로스핏하고 관련된 교육을 받는데 보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더 좋은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교육받고 있는 것도 7번 받는데 55만 원이에요. 이거 전에 받은 교육은 110만 원짜리였어요. 자격증 받는데도 돈이 들어가니까 부담스럽죠. 교육을 서울에서 받아야 하니까 오가는데 비용도 들어요. 아마 당첨이 되면 그런 비용으로도 사용할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최소한으로 들여야 하는 비용들 있잖아요. 최소한의 품위유지비라고 해야 하나, 그런 비용들이 결국 삶의 질과 행복에 연관이 되어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이 충족되면 삶의 만족도가 정말 올라갈 거 같아요. 내가 치킨 먹고 싶을 때 치킨을 먹을 수 있고, 결혼식에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겠죠. 이런 변화들이 결국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살아가기에 급급해 최소한의 사치마저 포기해야 되는 건 정말 슬픈거잖아요. 만약 저 혼자가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어마어마한 효과가 나타날 거 같아요.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도 사라지고 있잖아요. 그때 국가가 돈을 지급해주면 이로 인해 소비가 생기고 결국 일자리가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순환이 기본소득부터 시작되는 거고요. 기본소득은 절대 공짜돈이 아니잖아요."

▲ 띄어쓰기 프로젝트 1차 지급 대상자 장경춘씨 ⓒ 띄어쓰기프로젝트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50만 원의 돈이  장경춘씨에게로 전달됐다. 띄어쓰기 프로젝트 팀은 앞으로 6개월 동안 50만 원을 장경춘씨에게 지급하고 한 달에 한번 인터뷰를 진행하며 삶의 변화를 들어볼 예정이다. 또한 3월 11일과 3월 25일에는 2차추첨과 3차추첨이 예정 돼 있다. 띄어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띄어쓰기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려면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 페이스북 페이지 및 카카오톡 옐로아이디 @대전기본소득띄어쓰기프로젝트 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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