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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후손이 보내준 공로상, 웃프다

등록|2017.02.28 16:16 수정|2017.02.28 16:16

▲ ⓒ 배주연


2월 28일 순천촛불 밴드에 어느 분이 퍼왔다고 밝히며 게재한 공로상에 웃음과 함께 눈물이 찔끔 나왔다.

'앞으로 태어날 후손'이 주는 이 상장은, 혼란한 시국을 위해서 집안과 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탄핵을 위해 촛불을 밝히며 광장에 나온 '조상'인 '당신'의 공로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예전에 순천에서 뽑아준 이정현 의원의 퇴출을 위한 촛불집회가 순천시 조례동 NC백화점 앞 도로에서 열렸다. 평소 진행하는 연향동 국민은행이 아닌 이유는 이정현 의원의 사무소가 그 인근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날 한 60대가량의 남자가 집회 관계자에게 다가와 항의를 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딸이 아이를 낳고 몸조리 중인데 시끄러워서 곧 백일 될 손녀가 잠을 못 자 힘들다며, 다른 곳에서 집회를 하라는 요구였다. 왜 아기가 있는 이곳에서 하느냐? 이런 것을 고려해서 집회를 해야지 않느냐? 집회 관계자는 개인의 사정만 고려하는 남자의 말에 기분이 상했다.

시비가 붙을 수 있게 되자, 현장에 있던 경찰이 중재에 나섰다. 곧 집회가 끝나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했다. 그제야 남자는 화를 참고 귀가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노인이나 학부모 등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이 "내 자식(손주)에게 지금과는 다른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어떤 이들은 "내가 그 사람을 뽑아 이리 되었으니 책임지려고"라고 말했다.

옛날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다. 그러나 역으로 우리가 이 사회에, 나라에서 살기에 그 나라가, 사회가 병들면 내 집도 언젠가는 위험해기 마련이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현재가 어두우면 다가올 미래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 촛불을 들고, 지금 이 순간을 밝게 바꾸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 상장에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다. 지금처럼 암담한 나라를 만들어서 새파란 청춘의 싹을 누렇게 뜨게 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래도 그들이 우리 기성세대의 실수와 잘못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것을 알아주는구나 하는 고마움이 담겨 있기에.

이 상장을 생각한 이가 고맙고, 그 재치에 박수를 보낸다. 구구절절 기나긴 연속극보다 15초의 CF가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이 상장이 그 CF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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