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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농민으로 살기 정말 괴롭다

등록|2017.03.01 15:16 수정|2017.03.01 15:16

▲ ⓒ 유문철


올해도 농업기술센터에서 농민들에게 온갖 생산 보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재와 시설보조사업에 선정된 농가들이 농업기술센터에 모여 보조금통장과 교부금신청서를 낸다. 센터 담당자는 서류를 언제까지 내고 사업은 언제까지 마치라고 득달을 친다. 해마다 연초면 하는 일이지만 늘 마음이 불편하다.

오만가지 생산보조사업이 있다. 박스 하나, 비닐 하나, 사과봉지까지도 보조사업이다. 세금으로 하는 일이니 서류업무가 어마어마하다. 담당 공무원들의 서류 업무와 관리감독 업무가 산더미 같다. 내 생각엔 다 쓸데없다.

난 사과밭 관수시설 지원농가로 선정되어 5백만원을 지원받는다. 어차피 해야 하고 시설 지원해 준다니 받기는 받는다만은 심사는 꼬인다.우리나라는 농업예산이 농가직불보다는 생산자재시설 지원과 토목예산에 집중되어 있다. 수입농산물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죄다 폭락하고 있는데 생산지원에 편향되어 있으니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계속 농산물 수입 개방하려면 생산 지원 대신 소득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손으론 수입개방해서 국내 농업을 초토화 시키고는 또 다른 손으로는 생산지원을 하니 정책 모순이다. 농산물 수입을 하지 말고 자급 농정을 하던지, 망하기만 하는 농사 생산지원 그만 하고 소득 지원 하던지 해야 이치에 맞는다.

게다가 농민 위에 군림하는 수만명 농업관련 공무원들까지 따지면 사실 농업정책이란 공무원과 업자들을 위해 존재하지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257만의 늙고 병든 농민들에게 빨대를 꽂고 세금 빨아먹는 흡혈귀들이 공무원과 업자들이다.

농민이 보조를 많이 받아 먹고 살 만하지 않느냐고? 14조 농업예산 대부분은 토건족과 시설자재업자들에게 갔다. 농민은 늘 빈껍데기다. 쥐꼬리 같은 생산 보조는 농민에겐 마약이다. 농사를 작파하고 들고 일어나도 시원찮은데 보조에 코가 꿰어 각자도생 나만 살면 된다며 뿔뿔이 흩어져 희망없는 농사를 짓는다.

아, 농민으로 살기 정말 괴롭다.

글쓴이 / 전국농민회총연맹 단양군농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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