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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던 위안부 할머니, 93번째 생일잔치 열어"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김양주 할머니 생일잔치 마련

등록|2017.03.04 13:26 수정|2017.03.04 13:26

▲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가 4일 93번째 생신을 맞은 가운데,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가 병실에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의 꽃바구니를 전달하고 있다. ⓒ 윤성효


▲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4일 오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93번째 생일을 맞은 김양주 할머니 축하행사를 열면서, 축하떡의 촛불을 함께 끄고 있다. ⓒ 윤성효


"할머니 사랑해요."

여고생들이 4일 오전 창원 마산우리요양병원 5층에 입원해 계신 김양주 할머니를 부둥켜안으면서 말했다. 이날 김 할머니는 93번째 생일을 맞았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대표 이경희)이 조촐하게 생일잔치를 열었다. 다른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와 간병인들도 나와 박수를 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1924년 2월 7일(음력) 태어났다. 마산에 살았던 김 할머니는 취업사기로 일제에 끌려갔다가 중국 대련 등에서 위안소 생활을 했으며, 일본 패망 뒤 연합군 포로로 귀환했다.

할머니는 고향에 돌아와서도 힘들게 살았다. 결혼을 못했던 할머니는 혼자 살다가 수양아들(71)이 어릴 때부터 모자의 연을 맺어 지금도 함께 지낸다. 할머니는 뇌경색으로 투쟁 중이고, 간병인의 보호를 받고 있다.

생일잔치에는 이민희 창원시의원, 마산무학여고 동아리 '리멤버' 회원들도 함께 했다. 이 의원은 꽃바구니를 들고 왔고, 마창진시민모임 회원들은 시루떡과 과일, 선물을 갖고 왔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하면서 꽃바구니를 전달했고, 이경희 대표를 통해 축하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간병인은 "오늘은 생일잔치를 하는 줄 아는지 눈도 크게 뜨고 또렷또렷하다"며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하는 말들을 다 알아들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가 4일 93번째 생신을 맞은 가운데,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오른쪽)가 병실에서 선물로 사온 쇼울을 간병인과 함께 씌워주고 있다. ⓒ 윤성효


▲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양주 할머니가 4일 93번째 생신을 맞은 가운데,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가 병실에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의 축하금을 전달하고 있다. ⓒ 윤성효


이경희 대표가 "생일이라고 교육감이 꽃바구니와 축하금을 보냈다"고 하니까 할머니는 "응"이라 대답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시루떡에 촛불을 켜놓고 축하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무학여고 이효연 학생(2년)은 "리멤버 회원은 8명이고 올해 4명을 추가로 뽑으려고 한다"며 "김양주 할머니께서 생일이라고 해서 빠질 수 없기에 왔다. 할머니의 밝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말했다.

여고생들은 카드에 "할머니 사랑해요", "이제 공부하느라 바쁜 3학년 언니들을 대신해서 저희들이 더 열심히 할게요", "자주 들릴게요. 할머니 건강하세요"라 적어 읽어준 뒤 전달하기도 했다.

또 한 학생은 "할머니 뵙게 되어 진심으로 기쁩니다. 할머니의 손, 그 따뜻한 온기를 만질 수 있어 의미가 있었어요. 기억하겠습니다. 할머니 건강하세요"라 했다.

이경희 대표는 "평소 할머니께서는 평소 '너무 외롭다'는 말씀을 하셨다. 일본과 관련해 무슨 말씀을 드리면 '그 놈들이 어떤 놈인데'라 하면서 아픈 기억을 아직도 잊지 않고 계셨다"고 말했다.

마창진시민모임은 생일잔치 뒤풀이로 떡과 과일을 다른 병실과 나눠 먹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넥시스, KCC건설은 지난해 6월, 창원 마산합포구 완월동에 있는 김 할머니의 집을 개보수해 입주식을 열기도 했다.

▲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4일 오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93번째 생일을 맞은 김양주 할머니 축하행사를 열었다. ⓒ 윤성효


▲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4일 오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93번째 생일을 맞은 김양주 할머니 축하행사를 열었다. ⓒ 윤성효


▲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4일 오전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93번째 생일을 맞은 김양주 할머니 축하행사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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