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로 '보수 결집' 노리는 범여권, 그러나...
장비 기습 전개되자 공세 수위 높여, 이슈화에는 회의론 높아
▲ (서울=연합뉴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6일 저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첫 부품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7일 전했다. ⓒ 연합뉴스
정부와 범여권이 안보 이슈를 조기 대선 레이스의 변수로 띄우려는 조짐이 보인다. 한미 양국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한반도에 기습적으로 전개하면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7일 사드의 일부 체계가 국내로 반입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마자 즉각 논평을 내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중국의 보복 조치로 고조된 외교·안보 불안이 강조하며 '사드 조기 배치' 카드로 보수층 결집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북한이 어제도 탄도미사일을 4발이나 발사하며 한국과 동북아의 안위를 위협하고 있다"며 "안보 위기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올바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도 "사드 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이를 둘러싸고 진행돼 왔던 소모적 논쟁은 무의미해졌다"며 "그동안의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사드체계의 조속한 작전운용을 위해 여야가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이슈 뜨자 '안보' 공세 나선 범여권
이들의 움직임은 사드 이슈가 급부상한 상황에서 주도권을 선점해 야권이 우세한 대선판도에 균열을 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드 배치에 우호적인 여론을 발판 삼아 탄핵으로 떠나간 '집토끼'는 물론이고 안보 문제에 민감한 '산토끼'까지 끌어오겠다는 발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17~19일간 전국 1012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51%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찬성했다. 한국당의 전신인 구 새누리당 지지층과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각각 84%, 80%에 달했다. 무당층에서도 찬성이 56%로 나타났다.
연일 야권에 '색깔론' 공세를 펼치며 '사드 이슈 띄우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보수정당들의 행보 역시 이러한 여론 지형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안희정·안철수 등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사드 배치 문제에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것과 차별화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계속 '전략성 모호성'을 주장하면 결국 북한 정권과 중국의 편을 드는 것이라는 오해를 살 뿐"이라며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을 공격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문 후보는 김정은을 만나기만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믿는 건가"라며 "제1야당의 유력 대선후보라는 사람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한국당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역시 사드 이슈로 안보 행보에 나서며 지지층 결속을 노리는 모양새다. 황 권한대행은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작업이 전격적으로 시작된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청와대 '벙커(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처음 주재하고 사드의 조속한 배치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사드, 보수만의 어젠다 아냐... 반등 기회로 삼는 건 무리"
▲ 바른정당 '사드 보복 중단 촉구 결의안' 제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 관련 중국의 보복중단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 남소연
야권에서는 여권의 사드 공세가 자칫 대선을 앞두고 '북풍'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눈치다. 범여권이 사드를 고리로 '보수 연대'를 이뤄 제2의 'NLL 정국'을 연출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지난 18대 대선 때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회의록'을 쥐고 맹공을 펼치면서 선거 분위기가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갔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도대체 군사작전 하듯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헌재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안보프레임을 만들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평론가들은 사드 이슈가 대선판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여야 입장에 뚜렷한 차이점이 없기 때문에 '표심'을 가를 쟁점이 되진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경우 작년 가을부터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그 동안 대선정국의 남북·안보 이슈에서 보수진영과 뚜렷한 차별점을 보였던 야당의 유력주자들이 이번에는 쟁점 자체를 흐리는 행보에 나서면서 보수의 '편 가르기'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문재인은 차기 정부에 묘책이 있다고 보고, 안희정과 안철수는 사실상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것 아닌가"라며 "현재 유력 대선주자 중에 현재 사드에 대해 뚜렷하게 반대하는 후보가 없기 때문에 사드를 보수만의 어젠다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신 교수는 "사드 배치작업이 전격적으로 이뤄지긴 했지만 탄핵을 앞두고 사드로 보수가 결집한다고 보긴 힘들다"며 "북한이 다른 도발을 하지 않는 이상 사드가 반등의 기회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여권 입장에서는 안보 이슈가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 정권교체 열망이 너무 강해서 이게 얼마나 부각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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