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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베화 작전'은 현재진행형?

[언론포커스] 문화방송 사태의 본질 꿰뚫어 보기

등록|2017.03.08 10:11 수정|2017.03.08 10:11

언론노조 MBC본부 '분노의 날' 지난달 23일 오후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이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 가운데,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MBC본사앞 광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 조합원들이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김장겸 보도본부장에 대해 '2011년 이후 MBC 뉴스 파탄의 주역이자 총책임자'라며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 누락' '문재인 의원 변호사 겸직 대형오보' '세월호참사 유가족 향한 막말' 등을 지적했다. ⓒ 권우성


'언론포커스'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격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언론계 이슈를 다루면서 현실진단과 더불어 언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언론포커스'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고승우(민언련 이사장), 김동민(단국대 외래교수), 김서중(성공회대 교수),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평호(단국대 교수), 박태순(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신태섭(동의대 교수), 이용성(한서대 교수), 이완기(민언련 상임대표), 이정환(미디어오늘 사장), 장행훈(언론광장 공동대표), 최진봉(성공회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 말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경영진의 만행에 가까운 방송경영과 조직관리. 그 사이 '그거 언론 맞아?'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바닥으로 추락해버린 MBC. 이건 문화방송 문제의 외양이다. 본질은 무엇일까?

'커넥더닷츠'(connect the dots)라는 영어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점들 연결해보기'. 관계가 없거나 미약해 보이는, 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을 서로 연결, 수미일관한 하나의 설명틀을 만들어보거나 일목요연한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을 뜻한다.

야만의 MBC  

지난 2월 초 한 후배가 문화방송의 앞날을 염려하며 내게 이런 내용의 글을 보내왔다.

"극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작금의) 보수세력의 헤게모니가 결국은 매우 극우적인 인물을 MBC 사장으로 선임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조중동과 종편이 아직까지 극우로의 재편에 적극 가담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세력은 자기들 손을 들어줄 주류 미디어를 반드시 하나쯤은 가지려 할 것이고 현시점에서 그 미디어는 MBC가 될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인다..."

불길한 예상은 현실이 됐다.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에서 김장겸이라는 인물을 문화방송 사장으로 뽑았다. <경향신문>은 그를 이렇게 평했다.

"MBC 뉴스 파탄의 총책임자...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발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축소 보도... '태블릿PC 증거능력'에 대한 의혹 끊임없이 제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MBC 노동탄압 청문회 개최를 의결하자 <뉴스데스크>를 통해 야당 비판 보도를 쏟아내게 한..."

김 사장은 후속 인사에서 백종문을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백종문? 지난해 1월과 2월 MBC 사태와 관련, 도하 신문에 공개됐던 백종문 녹취록의 주인공. "파업 피디들 다 배제시켜...  고발 프로 전혀 못 하게 통제...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언급하며 '우리가 좀 사람을 키우고 준비를 해야 한다'... '라디오는 다 빨갛다'... '파업 배후 증거 없이 최승호, 박성제 해고'" 운운했던 인물이다.

중장기 물갈이 전략? 

이러한 사태의 핵심에는 MBC의 극우화, 더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문화방송의 '일베화'라는 전략이 놓여있다. 이것이 지금 문화방송이 나락에서 구르고 있는 근본 원인이다. 공영매체로서 깊은 신뢰와 명성을 쌓아온 문화방송을, 기왕의 여러 종편들을 넘어 남한 사회 수구 기득권 세력의 대변자로 만들려는 기획. 그들의 입장에서 이건 매우 멋진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누군가가 실제로 이런 구상을 만들고 추진하는 증거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커넥더닷츠', 즉 문화방송을 둘러싼 작금의 여러 정황들을 묶어보면 충분히 이 같은 전략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과거의 사실 하나를 더하면 그림은 더 분명하게 완성된다.

지난 2010년, 당시 방문진 이사장 김우룡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재철 사장 선임 과정과 관련해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였다'...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하니까). 그러니까 김재철은 청소부 역할을 한 거'... '이제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 "

결국 MBC를 바꾸기 위한 장기간의 물갈이 작업이 진행되어왔고, 그 결과 오늘날의 기괴한 문화방송이 만들어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그 물갈이 작업은 지금도 계속된다. 신분과 성향을 알 수 없는 신입사원 대신 사상 테스트(?)에 합격한 경력사원들로 MBC의 DNA를 바꾸는 물갈이 전략.

그렇다면 MBC '일베화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남한 사회에서 우익 집단이 생존·활동할 수 있는 가장 큰 토대는 기득권 세력의 물적·법적 지원이다. 이것이 없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목격하고 있는 예를 들면 '태극기 집회' 같은 것은 거론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박근혜 탄핵'이 극히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MBC의 정상화!

방송, 나아가 모든 언론은 그 소유형태의 법적 성격과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사회 공동의 자산이다. 왜냐하면, 미디어의 공공적 기능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또 미디어는 사회정의를 실천하고 문화환경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방송의 정상화, 다시 말해 MBC '일베화'를 저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일,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일, 문화환경을 살리는 일이다. 문화방송은 물론 KBS 등에 대한 불법 부당한 방송장악, 언론탄압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공영방송 경영진 구성의 방식을 바꾸어내는 것은 그 요긴한 첫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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