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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약의 전문가는 과연 누굴까?

등록|2017.03.13 16:47 수정|2017.03.14 13:00
* 이상철 시민기자는 수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동물 전문가는 수의사다. 그리고 약의 전문가는 약사다. 그러면 동물약에 대한 전문가는 과연 누굴까?

동물약국은 2013년 수의사 처방제 실시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동물약국협회 측에 따르면 '2016년 8월 기준으로 전국 동물약국 수는 3925개소로 조사됐으며, 서울 750개, 경기도 1443개, 인천 241개로 수도권에만 2434개소로 전체 절반 이상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리고 '인천 241개, 부산 236개, 대구 213개로 지방광역시에서도 동물약국이 증가세를 보이며 계속 그 숫자를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단순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증가하여 사회적인 요구로 나타나는 자연스런 반응으로 해석하기에는 뭔가 개운치 않다. 지난 1993년 한약분쟁 이후 탄생한 한약사제도와 오버랩되는 현 상황에 대해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한다. 약국 경영전략의 한 방편이자 경영 어려움 극복을 위한 돌파구로 위기감 표출이 아닐까 유추해 볼 때 마음 한 편이 참 씁쓸하기만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반려인들 앞에 수의사와 약사간 단체의 힘겨루기로 비춰지지 않을까 내심 걱정스런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동물의 건강과 직결된 현안이라 마냥 피하고 미룰 수도 없는 현실이다.

동물약국협회 관계자는 "동물들의 주요 질병인 가벼운 피부 및 귀 질환을 비롯해 구토와 설사 등에 사용하는 약과 각종 예방약, 그리고 동물 검사키트와 같은 의약 외품의 경우도 동물약국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가벼운 질환에 사용하는 의약품은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네약국에서 구입하는 것이 경제성과 편의성면에서 좋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약품의 성분에 있어서 동물의약품과 사람에게 쓰는 약 사이에 큰 차이점은 없고 동물에게도 인의약을 많이 사용하는 만큼 약사 교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겉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우리와 같이 삶을 공유하는 동물은 생명이다. 고귀한 생명에 대한 진료 행위를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동물이니까 함부로 이 약, 저 약을 사용하여 치료를 생각하는 것은 동물학대 행위며 동물을 생명이 아닌 그저 소유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를 앞세워 동물복지의 근간마저 무너뜨리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안타깝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가 진료 폐해의 부작용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자가 접종으로 인해 발생한 급성 쇼크로 사망, 환축추아탈구 유발로 인한 수술, 육아종 염증성 삼출물 제거 수술, 사람 감기약으로 인한 간, 신장, 췌장기능 부전으로 고통 받다 사망, 진드기 제거를 위해 약국에서 구입한 살충제로 인한 사망과 같은 부분적인 예만 보더라도 자가 진료의 위험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검사를 통한 반려동물의 현재 신체기능을 파악하여 그에 맞게 투약량 결정이 필요한 심장질환을 비롯해 호르몬 질환, 간 및 신장, 췌장과 같은 실질장기의 기능부전, 심장사상충예방과 같은 경우에도 무분별하게 투약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하여 동물약국에서 병원의 처방전 없이 상담만으로 처방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동물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모든 질병은 원인이 있다.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 후 처치 및 처방이 필수적인데 수많은 원인 중 하나의 증상만으로 처방하여 질병을 더욱 악화시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약은 생명을 고치는 약인 동시에 누가 어떻게 사용 하냐에 따라 생명에 해가되는 독이 되기도 한다.

수의학 6년을 교육받고도 부족해 보수교육과 세미나를 통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에서 지역약사회를 통한 간단한 동물의약품교육으로 복약지도 하여 처방하는 것은 너무나 안일하고 위험한 행동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당위성만을 강조하여 어필하고 호소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반려인이 동물약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수의계에서도 이제는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과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머리 맞대 논의하며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실질적인 노력이 동반될 때 비로소 이탈하여 흩어진 보호자의 마음을 다시 돌려 세울 수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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