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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1000일 맞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정의가 있나?"

노동계와 시민사회 9일 저녁 1000일 문화제... 대학측은 "고용 불가"

등록|2017.03.09 14:29 수정|2017.03.09 14:29

▲ 789일째 농성을 벌이던 지난해 8월 12일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이 울산 동구 화정동 대학 정문앞 농성장 옆에서 촬영에 응했다. 이들은 당시 "사회의 무관심이 무섭다"고 했다 ⓒ 박석철


"3일이면 끝날 줄 알았던 파업투쟁이 3년이 되었다.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텐데...시급 몇 백 원 올려달라한 것이 그리도 큰 죄인가. 이 나라에 법과 정의가 있기는 한 것인가?"

"최저임금으로는 못 살겠으니 생활임금을 달라"며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이 농성 1000일째를 하루 앞둔 9일, 이처럼 자신들의 처지를 토로했다.

새해 들어 제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의 우원식·유은혜·송옥주 의원 등이 대학측과 청소노동자 농성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농성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 2월 9일, 법원 가처분을 통해 대학 정문 앞에 청소노동자들이 마련했던 천막농성장이 강제로 철거됐고, 청소노동자들은 그날부터 얇은 비닐천막에 의존한 채 다시 농성을 벌이고 있다(관련기사 : "제1 야당에도 갑질, 청소노동자에겐 오죽하겠나").

이와관련 민주노총울산본부 가맹산하 조직 및 비정규연대회의, 지역의 제 정당, 시민사회 단체 회원 등 300명은 9일 오후6시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 동무캠퍼스 정문 앞에서 고용보장촉구 1000일 투쟁문화제를 벌이며 청소노동자들을 격려하기로 했다.

네 차례 농성장 철거... 손배가압류도 약 1억씩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20여명은 지난 2014년 6월 16일 '먹고 살 수 있는 생활임금'을 요구하며 동부캠퍼스 내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대학측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농성장은 4번의 철거를 당했고 청소노동자들은 대학 정문 밖으로 쫓겨나 농성을 이어갔다.

그 사이 법원은 대학측의 손배가처분을 받아들여 청소노동자 한 사람당 8200만 원의 강제이행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처음 파업에 함께 했던 청소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떠나, 이젠 참여자가 8명으로 줄었다. 대부분 60~70대인 이들은 그동안 일을 못해 생활고에 힘들어 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9일, 농성 1000일을 맞는 소회를 밝히며 "학교와 경찰, 사법부는 우리의 요구 대신 벌금과 실형으로 청소노동자들을 옥죄고, 그것도 모자라 조합원 1인당 1억 원 가까이 압류했다. 이 나라의 법과 정의가 존재하는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의 소중한 투쟁과 소박한 요구가 너무나 정당하기에 포기를 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면서 "처음에는 청소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해달라는 투쟁이었지만, 지금은 한국 사회의 모순을 바로잡는 투쟁이라 생각된다. 어려운 싸움이지만 꼭 이겨야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최선봉에 싸우고 있는 청소노동자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청소노동자들은 이어 "많은 슬픔과 분노도 있지만,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의 투쟁 승리가 이 사회의 많은 모순을 해결하는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우리는 희망을 가져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일 낮은 곳에서 최저임금 받으며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삶과 민초들의 삶이 행복한 사회가 되어야 박근혜 탄핵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의 투쟁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사회에 당부했다.

한편 울산과학대측은 청소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 언론을 통해 "2015년 업체가 바뀔 당시 고용 승계를 위한 설명회를 열었지만, 농성자들이 불참했고 취업 의사를 표현하지도 않아 이미 고용이 끝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농성 중인 노동자들과 대학의 법적 관계는 없다"면서 "대학구조개혁 정책, 입학생 감소 등으로 재정 수입이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이라 청소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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