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는 '친문재인'이라서 왕따 당했다?
[取중眞담] '표창원 사건' 때도 여성위-여성의원 따로따로 성명, 진실은...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고개숙인 양향자'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사과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남소연
더는 '불편한 진실'을 숨길 필요가 없을 것같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양향자 여성위원장과 당내 여성 의원들이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관계라는 것을.
'원내 1당' 민주당의 역사에서 원외 지역위원장이 중앙당 여성위원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당내에 전혀 기반이 없는 '아웃사이더'가 지난해 8월 여성위원장이 되면서 불협화음이 수면에 떠올랐다.
SNS 공간에서는 '양향자 왕따론'이 급속히 퍼졌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재선의 유은혜 의원을 꺾고 당선된 양 위원장에게 반감을 품고 그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킨다는 주장이었다. 공교롭게도 손혜원 정도를 빼고는 '친문재인'으로 분류될 여성의원들이 많지 않은 당내 상황이 이러한 주장을 증폭시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성명서 발표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의원의 설명은 다르다.
"성명서를 주도한 A 의원이 전날(1월 24일) 밤 여성국에 '표창원 논란으로 시끄러운데 성명서 낼 계획 없냐'고 물었는데 부서 담당자가 딱 부러지게 답을 못하더라. A 의원은 '여성위원회가 성명서 안 낼 것 같으니 우리라도 내자'고 해서 성명서가 나온 건데, 여성위도 곧바로 성명서를 냈더라. 여성위가 표창원 관련 성명서를 낼 줄 알았다면 의원들도 굳이 동료 의원을 곤란하게 할 성명서를 내지는 않았을 거다."
당내에서는 일부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성위가 무슨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냐"는 원망이 흘러나왔다. 여기에 SNS에 퍼진 '양향자 왕따론'은 여성 의원들의 감정을 더욱 자극했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는 것이다.
최근 터진 '반올림' 발언 사건으로 양 위원장은 더 곤란한 처지에 몰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나온 백혈병 피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결코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3월 6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2009년부터 6년간 황상기(고 황유미씨 부친) 등 5명의 무료 변호를 맡았고, 2012년부터 2년간 삼성과 반올림의 '샅바 싸움'을 지켜본 박상훈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반올림은 문제가 해결될 경우 시민운동단체로서의 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컸고, 삼성은 '보상을 해주면 반도체 사업이 망할 것'이란 내부 강경파 반발에 부닥쳤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런데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양 위원장이 반올림의 일부 활동가를 폄훼하는 발언을 하면서 삼성에 비판적인 지지층을 자극하는 문제가 된 것이다. 양 위원장의 발언 배경을 놓고 작년 총선 즈음부터 자신을 공격해온 반올림 활동가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나온 '실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혹자는 발언을 처음 보도한 진보 신문의 책임을 거론한다.
신문기자에게 양 위원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라는, 얼토당토않은 요구도 있었다. 그러나 당신이 취재원이라면 당장 시끄럽다고 녹취록을 넙죽넙죽 공개하는 기자에게 속내를 얘기하겠는가?
▲ 2016년 8월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여성위원장으로 뽑힌 양향자 후보가 당원들의 환호에 화답하던 도중 잠시 울컥하고 있다. 오른쪽은 청년위원장 김병관 후보, 왼쪽은 노인위원장 송현섭 후보. ⓒ 남소연
'친문' 정치인에 대한 '비문' 신문의 공격이라는 반응도 봤다.
정말 그럴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시각이 너무 유치해보이기도 해서다. 오히려 "작년 전당대회 여성위원장 선거를 친문 대 비문의 계파 구도로 지나치게 몰아서 이겼다"며 그를 마뜩찮아 하는 의원들도 있다. 반올림 발언 사건이 터지자 "내가 뭐라 했냐?"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양 위원장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그와 서먹서먹한 관계의 의원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물론,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노력해야 할 몫도 있다). 30년 기업 경력만으로 정치판을 명쾌하게 정리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정치판 선배들의 지혜를 널리 구해서 함께 전진하는 '마음씀'이 필요하다.
스스로는 "아픈 (삼성 백혈병) 유가족을 더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며 '확전 자제'의 명분을얘기하지만, 그의 정치적 성장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어제(8일) 보여준 '덮어놓고식 사과'가 깔끔한 대응으로 비쳐졌을지는 의문이다.
그의 행보를 삼성과의 관계와 연관 짓는 시각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원론적인 얘기로 들리겠지만 '초심'을 찾아야 한다. 그는 작년 8월 3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삼성 관련 이슈를 어떻게 풀어낼 생각이냐"는 물음에 "왜 자꾸 나를 '삼성'의 틀에 가둬놓는지 모르겠다. 제일 큰 문제는 삼성의 내부를 모르면서 재벌개혁을 하려고 덤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나는 '삼성의 내부를 잘 아는' 그가 한국이 배출한 공룡기업과 사회의 가교 역할을 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려면 이제 말 이상의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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