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알았다. 초밥 맛있게 먹는 방법을. 주변 사람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초밥을 그냥 손으로 집어먹었다. 음식은 손맛(?)이라더니, 손으로 집어 먹었더니 진짜 더 맛있다.

초밥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음식을 탐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식재료의 맛을 음미하며 그 특성을 파악하며 먹으면 그 즐거움이 더해진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식감과 맛의 차이가 있겠지만.

초밥 집에서 만난 이색 설치작품


여수에서 초밥으로 나름 이름난 봉초밥이다. 지금은 초밥 전문점으로 거듭 났지만 이곳은 한때 횟집이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가게 내부에는 살을 발라낸 커다란 생선들이 걸려 있다. 미술관 설치작품 못지않게 사람들 시선을 끈다.

울긋불긋한 색상의 뒤 배경과 어울려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무슨 생선일까, 방부처리는 한 걸까. 저 정도 크기면 몇 킬로나 될까? 이런저런 생각은 상상 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무튼 좋다. 그건 그렇고 오늘의 음식은 특 초밥이다. 1인분 10피스 2만 원이다. 이 집의 초밥은 밥을 적게 쥐고 생선은 풍성하게 올렸다. 그래서 초밥마다 지니고 있는 나름의 식감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맛 또한 괜찮다. 죽으로 먼저 속을 달랜데다 우동과 미소된장국이 있어서 양 또한 부족함이 없다.



좌측에서부터 차례대로 초밥을 살펴봤다. 하루 숙성한 광어와 연어, 대방어, 자연산농어에 큼지막한 광어지느러미와 연어초밥이다. 독특한 불맛이 배인 대방어 불초밥과 민어 불초밥도 있다. 이어 맛깔난 장어초밥과 쇠고기스테이크초밥 등이다.

음식 30년 경력의 이곳 셰프(51, 양봉천)는 늘 즐겁게 일하며 손님들을 만나면 웃음꽃이 피어난다고 했다. 한식과 일식 복요리를 두루두루 섭렵했다. 말도 유창하고 재밌다. 셰프와 마주하고 앉아 바로 쥐어준 초밥을 먹으면 더 맛있을 텐데, 식탁에 앉아 먹어서 다소 아쉬움이 묻어난다.

이웃과 더불어 삶... 매월 장애인에게 음식 대접


이웃과 더불어 사는 그는 매월 장애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푼다. 날마다 생선을 손질하고 초밥을 쥐는 셰프의 손을 살펴봤다. 손가락은 휘어가지만 내공은 가슴속에 쌓여간다고 말했다. 그의 멋진 말에 공감이 간다.

"손가락은 휘어가지만 내공은 가슴속에 쌓여갑니다."

다음은 이집 셰프가 알려준 초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물수건으로 손을 씻은 후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초밥을 손으로 집어 와사비간장을 찍어 먹는 거죠. 녹차 물을 놔두고 입을 헹궈가면서 먹어야 더 맛있어요. 한 점, 한 점 맛을 봐야죠."


그는 잊지 않고 자신의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들이 늘 고맙다. 서울에 사는 한 단골손님은 이 집의 초밥 맛을 못 잊어 다달이 찾아온다. 그런 분들 때문에 자신의 일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또한 힘도 솟는다고 했다.

"서울에서 KTX타고 매월 초밥을 먹으러 저희 집에 오신 분이 있어요. 그런 분들 보면 열정이 생기고 힘도 솟구쳐요."

횟집에서 초밥 집으로 바꾼 건 늦둥이 때문이다. 초밥을 유난히 좋아한 자식 때문에 아들바보인 그는 수년전 초밥 집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이제는 그 아들(25세)이 성장해서 아버지와 함께 한다. 그는 초밥이 자신의 인생이자 가족의 삶이라고 말한다.

"초밥은 저의 인생이고 가족의 삶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