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사드, 서희와 같은 시원한 외교 담판 필요한 때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 및 현지 동향

등록|2017.03.13 11:18 수정|2017.03.14 10:54

베이징에 위치한 롯데 슈퍼베이징 하이덴취 우다코우 인근에서 운영 중인 롯데 슈퍼 내외부 모습. 사드 배치 결정 여파로 손님이 급격히 줄어 매우 한산한 모습이었다. ⓒ 임지연


나는 지금 상하이에서 살고 있다. 홀로 아이를 기르며 직장을 다니던 워킹맘이었는데 '육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결국 휴직을 선택하고 아기 아빠가 일하고 있던 중국으로 건너왔다. 그런데 여기서 '사드 배치'란 복병을 만났다. 이 두 키워드는 '금리 인상' 및 '집값 폭락'이란 키워드와 합치면 가히 동시대의 한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할 네 개의 그랜드 슬램 키워드가 아닌가.

이곳에서 한국의 뉴스를 위성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는데, 명동과 제주를 비롯해서 우리나라 각지에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휩쓸고 지나간 여파가, 마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수해 지역처럼 앙상하게 드러나 보여서 너무 마음이 안타깝다.

중국 현지 사정 역시 더 나을 것이 없다. 나는 이곳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인 피해는 적지만, 보고 듣는 사정들이 아주 나쁘다. 일단 이곳 상하이 한인 타운 앞에서 다음 주 소비자의 날에 우파 중국인들의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던 한국 프로그램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진위 알 수 없는 흉흉한 소식에 불안

게다가 진위를 알 수 없는 루머들도 흉흉하게 돌아다닌다. 베이징에서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모든 한국 기업이 공안의 조사를 받았고 합법 비자가 없는 직원을 색출하는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소화전 위치가 바르지 않다는 어처구니없는 것까지 감사를 받았다고 한다.

롯데마트는 한 달간 영업 정지를 받았는데, 중국 내 법규에 의해 롯데마트는 모든 직원에게 한 달간 월급을 100% 지급해야 한다. 결국 우리 자본인 롯데마트는 일하지 않은 중국인들을 한 달간 벌어들이는 것 없이 출혈하며 먹여 살리게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롯데마트를 그만두고 오는 자를 우선 채용하겠다는 공지가 떠돌았다. 롯데마트를 나오는 것을 용자가 할 수 있는 애국심의 발로로 대우한 것이다(기회비용 적 측면으로 따지면 한 달간 쉬면서 받을 수 있는 돈만큼의 애국심이라고 볼 만 하다).

중국 정부는 아무런 공식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뒷목 잡을 발언은 모두가 다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이라고 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그래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기 어렵다고 설명을 내놓은 걸로 안다. 탄핵 재판이 그동안 진행 중이었으므로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는 걸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숨죽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 권한 대행은 이런 국가적 위기에 대처해야지, 다음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할 준비나 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국민에 대한 책임 다해라

나라는 위기 시에 국민을 보호해 주고, 국민은 그런 나라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때로 목숨도 바친다. 이것이 우리가 배운 애국심 교육의 골자이다. 국민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 금 모으기 운동 등을 통해 마음을 합쳤는데, 나라는 정작 국민이 앙상한 맨땅에 서서 중국이 불어대는 북풍을 세차게 맞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 국민은 나라가 둘러주는 외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대안 시장으로 태국을 권하는 것은 긴급 조치를 취한 후 장기 보수에 들어갈 때 필요한 정책이다. 보수 언론에서는 심지어 중국이 다오위다오(센카쿠) 문제를 두고 일본을 공격할 때 피해는 컸지만, 시간 지나고 나니 괜찮아졌다고 쓴 '어처구니없이 무책임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국민더러 이 상황을 무조건 참고 견디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 5년간 사람들은 얼마나 큰 피해를 보고 고통을 겪어야 했겠는가. 그 기간 손해 본 금액이 1조 원이 넘어간다는데 그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인가? 일본은 심지어 우리보다 더 탄탄한 경제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그 정도였으면 우리는 얼마나 휘청거리겠는가. 왜 부끄러움도, 고통도, 불안도 다 국민의 몫이 되어야 하는가.

지금 막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었다. 집 나가는 전 대통령의 딸은 알아서 잘 나가라고 하고, 남은 우리는 경제를 살리고 이 나라가 쓰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합심할 때다.

강동6주 되찾은 서희 장군 외교력이 절실하다

그 옛날 고려 서희 장군이 촌철살인 말로써 거란의 소손녕과 담판하여 강동 6주를 되찾은 것과 같은 외교력이 절실한 때이다. "한국이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 때문에 사드를 배치한 것이 문제라면 왜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그대로 두고 보고 있는가. 북한의 미사일은 남한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되레 화를 내야 할 쪽은 우리이다.

우리는 미국의 요청을 들어주었을 뿐이지만, 중국은 적극적으로 북한을 감싸 안고 있지 않은가. 현재 사드의 문제를 이렇게 감정적인 경제 보복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득이 되질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중국인들이 있으며 그들은 대부분 한-중 무역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벌써 가이드가 500여 명이나 일하고 있던 중국계 여행사가 휴업 결정을 내렸다.

중국은 이번 경제 보복 조처를 취하면서 그들을 정녕 버릴 것인가. 만일 중국이 경제 보복을 위해 사드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당장 현재의 무의미한 경제적 보복 조치를 중지하고 사드 배치가 중국에 결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외교 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디 초야에 묻혀 있는 서희 장군 같은 사람이 정녕 없는가. 풍전등화처럼 흔들리는 나라의 모습을, 그 센 바람이 부는 땅, 상하이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본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