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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판 벌어진 광화문광장..."오늘 잔치 아니냐"

[현장] 촛불 참가자들, 광장쪽으로 행진... "이민 가려 했는데, 인용돼 다행"

등록|2017.03.10 11:16 수정|2017.03.10 16:44
[3신 : 10일 오후 4시 5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소식이 전해진 광화문 인근은 축제의 현장이었다.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결정이 나자 세월호 유가족들과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헌재 앞을 떠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박근혜 방 빼라", "박근혜를 구속해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 대열 선두에 서있던 유가족 유해종(56)씨는 "기분이 좋은 한편, 아이들이 생각이 많이 난다"면서 "진실 밝히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했던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 1시 15분께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일부 시민들은 길목마다 배치된 경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촛불이 승리했다!"10일 오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한 가운데, 안국역 부근에서 탄핵선고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권우성


휴가를 내고 헌재 선고를 보러 왔던 시민 김봉갑(48)씨는 "지난 5개월 동안 경찰들이 (촛불) 시위 다 받아주고 해서 고맙고 이렇게 보니 애틋하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이 기각되면 이민 가야 하나 생각했는데 인용되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서울 정부청사 옆쪽 광화문 광장 입구에선 춤판이 벌어져 10여명의 시민들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즉흥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선글라스를 낀 백발의 송이순(80·여)씨도 젊은이들 사이에 끼어 잘 모르는 노래에 몸을 맡기고 좌우로 움직였다. 송씨는 "원래 춤 별로 안 좋아해서 술 먹어야 추는데 오늘은 잔치아니냐"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촛불이 승리했다!"10일 오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한 가운데, 안국역 부근에서 탄핵선고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권우성



[2신: 10일 오후 2시 40분]

"우리가 이겼다. 박근혜는 구속이다."

10일 오전 11시 24분경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자 서울 종로구 안국역사거리에 모인 촛불시민들 사이에선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북받치는 감정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촛불집회 초기부터 광화문을 찾아온 김권빈(56)씨는 "이제야 우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살 세상이 펼쳐졌다"라며 "어른들이 잘못해서 생긴 이 나라, 아이들이 잘 살아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옥주(42)씨는 세 살 아이를 품에 안고 함께 선고 순간을 지켜봤다. 그는 "결국 진실은 침몰하지 않았다"라며 "탄핵 선고 직전에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다는 소문 때문에 겁먹었는데 다행"이라며 웃었다.

이날 헌재는 국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 넣었던 '세월호 7시간' 관련 부분이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부분에 아쉬움을 표한 시민도 있었다.

손미희(51)씨는 "세월호 7시간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되지 못한것은 아쉽다"라며 "세월호는 왜 다 빠져야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그는 "아이들의 죽음과 세월호의 진실이 수장되지 않도록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자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현장에서 '촛불항쟁승리 선언문'을 발표했다. 국민행동은 "오늘 우리는 주권자들의 승리를 선언한다"면서 "박근혜 탄핵은 변화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광장의 촛불은 지속될 것이고, 더 넓게 퍼질 것이다. 광장에서 우리는 행복했지만, 일상은 여전히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정한 미래, 권리 없는 일터, 차별과 경쟁의 '헬조선'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라면서 "이 일상을 바꾸기 위해 일터와 사회에서도 촛불을 들 것"이라고 밝혔다.

▲ 3월 10일 오전 11시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들이 종로경찰서 앞에 모여 있다. ⓒ 권우성


[1신: 10일 오전 11시 16분]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0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앞에서 '탄핵 인용을 위한 2차 헌재 앞 긴급행동'을 개최했다. 퇴진행동 측은 집회 현장에 대형 스크린을 준비해 시민들을 맞이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오전 11시부터 생중계될 헌재의 탄핵 선고를 시민들과 함께 볼 것"이라며 "탄핵 인용 기쁨의 순간을 마음껏 누릴 것"이라고 전했다. 

50여 명의 '대학생농성단' 등 일부 시민들은 주최측보다 한발 앞서 집회장소에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8일부터 서울 안국역 인근에서 2박3일 동안 탄핵인용촉구 노숙농성을 진행해왔다. 대학생농성단에 참여하고 있는 김유정(22)씨는"직접 침낭을 가지고와 밤을 샜다"며 "탄핵이 인용되면 청운동으로 가서 박근혜 대통령이 입을 수의를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 ⓒ 권우성


세월호 유가족들도 이날 안산에서 버스를 대절해 집회에 참여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가슴도 설레고 몸도 설레고, 모든 것이 설레는 아침"이라며 "사계절 관계없이 엄동설한의 겨울만 있던 대한민국에 이제야 봄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 방해 하나만으로도 탄핵돼야 한다"며 "박 대통령을 탄핵 선고 즉시 구속하고 처벌하는 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의 진상을 드러내고 세월호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집에서 생중계를 지켜보려다 안국역으로 발길을 돌린 시민도 있었다. 김아무개(25)씨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집에 있을 수 없었다"라며 "파주에서 2시간이 걸려 집회 현장으로 나왔다.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확신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안국역 사거리를 차벽으로 막고 통제했다. 이 일대를 오가는 시민들은 지하철 역사를 이용해 통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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