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정미 "가장 추악한 대통령, 가장 위대한 국민"

[탄핵심판 선고 특별 생방송]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록|2017.03.10 16:30 수정|2017.03.10 16:30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오마이TV <탄핵심판 선고 특별 생방송>'이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탄핵심판 선고 특별 생방송
■ 채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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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장윤선 오마이TV 방송국장
■ 출연 : 이정미 정의당 의원

<탄핵심판 선고 특별 생방송>

▲ 이정미 정의당 의원 ⓒ 오마이뉴스


아래는 10일 장윤선 오마이TV 방송국장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함께한 인터뷰 내용이다.

-저희는 이곳에서 국회 측 탄핵 심판 소추 위원이신 이정미 정의당 의원님 모시고 자세한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헌재 앞인데 군가가 들려요.
"제가 요 근래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가 탄핵 재판을 반대하는데, 군가와 성조기가 도대체 무슨 상관일까. 너무 인연이 없는 두 가지가 자꾸 등장해서..."

-중국이 이번 사드 때문에 가짜뉴스를 많이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는데, 성조기는 마치 한국과 미국이 함께 중국에 사드 배치를 요구하는 집회인 것처럼 돌아다닙니다. 빌미를 주는 건 아닌지 생각됩니다.
"지난번에 태극기 집회를 봤는데, 인파들 위로 태극기가 쭉 지나가는데, 성조기가 따라오는 거예요. 태극기 크기의 한 세배 정도 돼요."

-국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상황입니다. 의원님 헌법재판소로 탄핵 소추 결의안 정본이 넘어온 지 벌써 근 100일 다가오는데, 의원님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아요. 12월 9일에 여기에 탄핵 소추 결의안 정본을 갖다 내고, 왔다 갔다 한 게 90일이 넘은 상황입니다. 90일을 정리하면 가장 의원님 마음에 남는 것은 어떤 건지 궁금하네요.
"아무리 해도 12월 9일이죠. 국회의원들 탄핵 소추 의결서를 가결하는 투표 하러 들어갈 때 방청석을 올라다 봤어요. 그때 세월호 유가족들이 노란 옷을 입고 앉아 있던 모습을 보고 뭔가 마음의 다짐을 하며 투표장에 들어갔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게 우리를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고요. 그다음에 탄핵 소추 의원으로 일하면서 뜨악했던 것은 마지막 변론기일 때였습니다. 우리도 소추 위원들끼리 모여서 '최후 변론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회의를 하지 않습니까? 권선동 위원장님은 어떻게 얘기하고, 황정근 변호사님은 어떤 부분을 낭독하는지 다 준비해서 갑니다. 근데 대통령 변론인 측이 너무 황당한 일이 벌어진 거예요. 한 분이 나와서 하고 나서 더 최후변론을 할 변호사님들 손들어 보라고 했더니 거의 전원이 손을 들고 하겠다고 난리가 난 거예요. 그래서 이정미 재판관께서 그러면 초기부터 재판을 쭉 끌고 온 변론인들이 먼저 하고 다음 분들은 뒤에 하라고 했더니, 막 안 된다고 해요. '저분들이 한 팀이 맞나?' 싶을 정도였죠. 그래서 이후에 대통령 측에 위기가 왔을 때 변호인단이 더 투입되지 않았습니까? 그 유명한 김평우 변호사부터 시작해서. 김평우 변호사가 뭔가 탄핵 심판을 자기 주도로 끌고 가려는 과정들을 보면서 너무 볼썽사납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통령도 여러 문제가 많지만, 그 주변에 있는 변론인들도 저 모양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국회 측 대리인단은 법리 다툼을 하셨지만, 우리 국민들은 130일이 넘도록 촛불을 들었습니다. 내일이 벌써 20차 촛불집회인데요. 의원님 지난 6개월을 평가하신다면?
"세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추악한 대통령이 있었던 나라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민이 있다는 과정을 보여준 것 같아요. 권력은 너무나 추악했지만, 권력을 바로 잡기 위한 국민들의 노력은 아름다웠다고 느꼈습니다. 이미 국민들은 이 권력에 대한 심판을 분명히 했고, 정말 국민들을 제대로 대변할 새로운 권력을 세우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이런 국민들의 노력을 충분히 보셨기 때문에 현명한 판단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말 아름다운 국민인 것은 분명하다. 쓰레기 하나 버리지 않고 전부 주워서 가는 아름답고 질서 있는 집회. 의원님 오늘 재판 결론을 어떻게 예상하시는지. 그리고 오늘 국회 측 대리인단은 몇 시에 모여서 어떻게 입장을 하십니까?
"저희가 확인해보고 있는데 매번 올 때마다 앞에서 함께 얘기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10시 50분 정도 되면 다 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들에게 간단히 한마디 하고 들어갑니다."

-어떤 마음으로 재판정에 들어가실까요? 잠시 후 이정미 의원님도 출석하실 텐데.
"어젯밤부터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한편에서는 담담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충분히 국민들의 의사를 보여줬다. 이제 이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다가 혹시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이 교차하는 거예요. 지금 저는 헌법재판관들을 절대적으로 믿습니다. 80%가 넘는 국민들이 이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저항을 충분히 보여줬고, 헌법재판소의 재판은 정치적인 재판입니다. 대통령 측 변론인단들이 해왔던 '이런 증거도 채택되지 않았고, 검찰 수사도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그건 형사재판에서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야 할 문제는 '이 사람이 대통령직을 유지할 자격이 있는지 징계 여부를 묻는 재판'이기 때문에, 5개 꼭지로 나뉜 13개의 탄핵 사유 중에서 심대하게 '이 사람은 이런 정도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없어'라는 것이 판명만 된다면 충분히 탄핵할 수 있는 재판 과정입니다. 이건 헌법재판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의 해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뇌물죄 문제나 세월호 문제 등에 대해 다 판명이 되지 않았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그래서 대통령이 민주공화국의 원리를 제대로 수행했느냐, 안 했느냐'는 문제만을 놓고 보면 그걸 위배했다는 부분은 충분히 드러나 있습니다. 나머지는 경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지만, 그건 대통령 구속 여부와 관련 있는 부분입니다. 지금은 대통령 징계 여부와 관련된 재판이기 때문에 충분히 탄핵 결정이 이뤄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론 자유 침해나 세월호 7시간 문제와 관련해서 조사가 충분히 안 됐어요. 청와대 압수수색을 통해 최소한 보안 손님으로 다닌 사람들이 누군지, 의료 농단에 직접 개입된 사람들이 누군지, 뭘 했는지에 대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를 못 했어요. 정확하게 세월호 7시간 동안 뭘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서 두 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기각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합니다.
"세월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를 밝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300명이 넘는 국민이 죽어가는 동안 그분들을 구하지 못했던 부작위. 구하지 않은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범죄 행위가 된다고 봅니다. 그분이 머리를 했던, 밥을 먹었던 적극적으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가지고 사람들을 구하려고 한 행위가 드러나 있지 않잖아요. 그 시간 동안 그걸 구하지 않고 뭘 했느냐는 그다음의 문제입니다. 지금은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충분히 수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탄핵 사유가 된다고 봅니다. 다만, 특검에서 아쉬운 부분은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이나, 청와대 압수수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충분한 증거를 수집할 수 없었던 점은 안타깝습니다. 저는 황교안 총리에 대한 분노가 생깁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청와대 관내의 최고책임자인 황교안 총리가 결과적으로 압수수색에 대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걸로 특검 수사를 방해한 것이거든요. 황교안 총리는 특검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끝난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특검은 20명 정도의 검찰 인력이 엄청난 수사를 한 거 아닙니까? 그 전에 검찰은 수백 명의 인력으로도 특검이 밝혀낸 반의반도 밝히지 못했던 건 능력보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점을 판가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특검이 한 단계 밟아놓은 이후의 검찰 수사 과정은 의지의 문제가 의심받지 않아야 하는 압박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보면 특검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일정한 부분을 검찰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고 봅니다. 그래서 특검과 헌재 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부분은 검찰에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잠시 현장 상황 보고 오겠습니다. 매우 삼엄한 경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철통 경비를 하고 있는 상황을 함께 보셨습니다. 군가가 계속 들려요. 그리고 아침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님 존함이 같잖아요.
"오늘도 아침에 누가 의원님, 실시간 검색 1위 떴어요. 그분 덕에. 사실 제가 이름이 워낙 흔해서 일을 열심히 해도 기억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 이정미 재판관님 덕분에."

-오늘 아침에 이정미 재판관님이 그루프를 말고 출근하셨어요. 얼마나 열중하셨으면, 전 세계 카메라 앞에. 오늘 저희 옆에 알자지라가 와 있습니다. 그리고 스웨덴 국영 방송도 국회의원 인터뷰하려고 기다리고 있고요. CNN 등 전 세계 모든 언론이 대심판정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루프 사태 어떻게 보세요? (웃음)
"저도 어젯밤부터 살 떨리고 긴장되는 상황인데, 역사적인 최종 결정권자 입장에는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아침에 얼마나 정신이 없으셨을까."

-만약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에 구조본에 저런 심정으로 나타났다면 우리 국민들의 평가가 어땠을까?
"대통령은 말았다가 다시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이 두 여성의 머리를 가지고 우리 사회가 어떤 평가를 할지. 만약 2014년 4월 16일 그날, 우리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신념 하나로 내 머리 상태가 어떤지, 독일 메르켈 총리처럼 머리에 물이 떨어지는데 나오는 심정으로 우리 아이들을 맞이했다면, 우리가 오늘 군가를 들으면서 헌법재판소 안마당에서 생방송을 해야 되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옆집에 불이 나도 맨발로 쫓아나가서 양동이 하나라도 들고 가서 물을 끼얹는 게 사람의 마음이에요. 그런데 이 나라 최고통수권자가 밥은 먹어야 되고, 나가려면 머리를 해야 되고, 그냥 나가려면 이상하니까 머리를 좀 헝클어뜨려야 하고, 게다가 왜 이렇게 늦었냐고 했더니, 온 국민을... 이건 완전히 범죄 행각이에요. 없었던 교통사고가 있었다고, 우리나라 최고 사법 기관에 거짓 증거를 대고. 이게 있을 수가 있는 일입니까? 아무리 국민을 농락해도. 저는 이번 대통령 대리인단들이 대국민 사기를 벌였다고 생각합니다. 자격이 없다고 봐요."

-저는 실시간으로 어제 생방송을 하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전화 연결을 하셨어요. 서울 상암동 스튜디오에서 샌프란시스코 지하철과 전화를 연결하는 세상에서 그런 거짓말이 통한다고 보는 게 우매한 거 아닙니까?
"그렇게 했다가 하루 만에 아니라 그러고."

-우리가 발전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 시대를 고집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세력과 일전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몇 사람들 때문에 온 나라가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거예요. 저분들 어떻게 하냐고요."

-동네 노점상 하시는 분들께서 그런 얘기 하시더라고요. 한 사람 때문에 국민들이 무슨 고생이냐. 오늘은 그걸 끝내야 한다고 많은 분이 말씀하십니다. 지금 승복 문제가 자꾸 대두됩니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부터 나옵니다. 의원님은 이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헌법재판소는 재심이 없습니다. 결정이 내려지면 결정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탄핵이 인용되었을 시에 굉장히 많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태극기 집회를 해왔던 분들이 너무 과격한 집회를 해 왔고, 집회에서 섬뜩한 발언들을 너무 많이 쏟아놓으셨잖아요. 사실 촛불 집회가 반년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국민들이 촛불 집회를 가지 않았더라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던 것은 그 집회가 굉장히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운영되었다는 것입니다. 단 한 건의 사건·사고도 없었어요. 집회 끝나고 나면 거리가 너무 깨끗하고.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보여준 집회였습니다. 제가 어떤 한 분의 SNS에서 이런 글을 보고 너무 감동했어요. 자기가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집회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 국민을 개돼지라고 불러서 그게 아니란 걸 보여주려고 그랬다고 했어요. 근데 태극기 집회가 시작되고 나서는 나라가 너무 분열과 극단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겼어요. 문제는 일부 정치인들이 이걸 부추기고 있어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이 집회에 가서 내란·정변·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인다는 둥. 정말 이건..."

-국회법에 따라서 뭘 좀 할 수는 없나요? 윤리위원회 제소 이런 거 안 됩니까?
"저는 필요하다고 보고요. 일단 헌재 결정이 있기까지는 모든 것에 신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어제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태극기를 들고나오시는 분 중에 일부는 국정원의 보수 단체의 지원 등이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또 일부는 평생을 그것이 옳다고 믿고 살아왔는데 어느 날 부정당하는 거잖아요.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든 분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내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었던 것을 이 사회가 전부 부정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저희도 처음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 얼마나 놀랐습니까.
"네. 그것을 부정당하기 싫은 분들이 태극기 집회에 나오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봐요. 저는 그런 분들의 심경을 아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헌재 판결이 있고 난 다음에는 이성적이고 정상적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잖아요. 오늘까지는 이해하겠지만, 내일 또다시 그분들이 승복하면 안 된다면서 태극기 집회를 불러일으켜서 이 사회를 극단적인 혼란으로 가져간다면 거의 반국가적인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더는 용인해서는 안 되고, 특히 정치인들이 나서서 그렇게 하는 부분들은 상당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서 김평우 변호사님도 거기 나가서 '승복하면 노예가 되는 것이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 국민들이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촛불 들고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한 것이잖아요. 원리를 부정하고 자신이 왕인 줄 알았던 대통령에게 '우리는 당신을 왕으로 선출한 적도 없고, 당신의 노예가 아니다'는 얘기를 하려고 나온 겁니다. 그것을 승복하면 노예가 된다는 말은 왕 체재를 계속 유지하자는 말입니다. 저는 그런 분이 법을 다루는 변호사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가.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도 징계 문제 등 여러 검토가 있다고 하는데, 이런 문제도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분들이 일단 안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이후 거리로."

-이제 인용이 되면 유혈 사태를 예고하거나, 승복하면 안 된다거나, 피바다. 근데 왜 처벌을 안 하죠? 경찰이나 사법당국이 왜 가만히 있죠?
"진짜 심각한 거죠. 제가 볼 때 오늘 이후에도 그런 상황으로 간다면, 정말 내란선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소 공보관이 기자들에게 보낸 건데요. 이정미 재판관께서 어젯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고, 아침에 너무 정신없이 나오다 보니까 머리가 헝클어지고 엉망이었다. 방송사들이 가급적이면 이거 안 썼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셨습니다. 정말 너무 집중하신 거죠. 아침에 출근하시는 분들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학교 보내고, 출근하려고 하면 밥풀 묻고 그렇잖아요. 저는 이런 마음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있었을까. 자꾸 2014년 4월 16일 그때로 돌아가게 됩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세월호 엄마, 아빠들이 헌법재판소 앞에 모여서 11시 대심판정의 선고 결정을 지켜보신다고 합니다. 그분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꾸 그게 대비가 되네요. 가슴이 아픕니다. 올해가 87년 6월 항쟁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의원님 그때 어디 계셨어요?
"저는 광화문, 시청에서 열심히 시위했었죠. 대학 4학년이었어요."

-30년 뒤에 국회의원이 되어서 이 사태를 맞이하는데요. 30년 전에 외친 민주주의와 지금의 민주주의에 어떤 차이가 있고, 오늘 탄핵 심판 이후에 우리 사회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사실 87년 민주항쟁은 큰 역사적인 의미가 있지만, 그만큼 한계도 있었어요. 민주화를 온전히 다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역사적인 한계가 있었던 과정이었습니다. 우리가 건국 이후에 절차적인 민주주의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던 나라에서 국민 주권의 원리라고 하는 것들이 기본적으로 자리 잡혔던 계기가 87년 아닙니까? 그런데 저는 이번에 촛불 광장에 나가면서 굉장히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한 분노, 탄핵 등으로 촉발되기는 했지만, 계속 나온 얘기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순히 대통령이 바뀌는 것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내 삶을 좀 바꿔 달라는 요구들이 굉장히 넘쳐 났죠. 그리고 내 삶이 왜 바뀌지 않았는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싸웠는데도 내 삶이 바뀌지 않고 이렇게 억울한 이유가 뭔가'에 대한 원인을 이제 알게 된 거예요.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강고한 기득권 체제, 특히 재벌권력의 문제를 보게 된 거죠. 제가 요즘 많은 분들한테 이런 얘기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너무나 착하세요. 그래서 산업화 시대부터 정부가 계속 '허리띠를 졸아 매면 장밋빛 미래가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계속 '분배도 좋지만, 파이를 키워야 한다. 그때까지 참자.' 근데 정말 '한 번 더 노력해보지' 했던 사람들이 이번에 철저히 배신당한 걸 안 거예요. 그렇게 해서 삼성·현대·롯데 키워줬는데, 그 돈이 정유라 말 사는데 들어간 거예요. 내 노후자금 야금야금 뺏어 먹은 거예요. 이걸 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고, 희생한 것이 나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었구나.' 특히 우리 자식 세대가 나보다 더 못살게 될 거라는 절망과 좌절 속에 '이제 나의 권리를 제대로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그동안의 강고한 기득권 체제를 허물어야 한다'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개혁에 열망이 분출되었다고 봅니다. 87년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가져왔다면 이제는 사회 전반적인 내 삶의 민주주의를 가져오는 요구가 분출됐던 과정이라고 보고요. 그렇기 때문에 탄핵은 개혁 열망의 시작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탄핵 인용을 반대했던 일부 보수 여당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한다면, 오늘 이후부터는 개혁의 열망을 한 몸에 갖고 있는 야권 정치인들이 어떻게 하느냐, 정치적 책임에 굉장히 큰 무게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탄핵되고 정권교체가 되면 모든 일이 끝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일부 야당 지도층들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이 돼요."

-의원님 말씀대로 대통령 얼굴 하나 바꾸자고 온 국민이 그 추운 날에 촛불 든 거 아니다. 그래서 사실 1, 2월 국회에서 개혁입법들을 꾸준히 밀어주기를 기대했으나, 자유한국당이 안 도와줘서 할 수가 없다는 말을 했어요. 탄핵 이후에도 자유한국당은 계속 있을 텐데, 이걸 어떻게 넘어서 새로운 개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이냐. 국민들은 소득 불평등이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경제, 외교안보, 교육, 국정교과서 등 수많은 이슈들이 있어요. 이걸 하나하나 넘어야 하는데, 전부 자유한국당 때문에 안 된다고 하면...
"정권교체 보험 들어 놔라. 그다음에 모든 게 해결된다고 많이 말씀하시는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바뀌어도 자유한국당 의석 수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모든 입법 과제들은 국회에서 처리합니다. 물론 행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법안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도 결국은 국회에서 투표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마치 정권교체가 되면 해결이 될 문제이고, 지금 1, 2월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때문에 해결할 수 없었다는 핑계는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개혁 열망을 타고, 힘의 균형을 정상적으로 가져오려면 강하게 걸고 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너무 보수층으로 기울어져 오고, 무기력했던 야당 측들이 의지를 가지고 균형을 확 끌고 와야 해요. 초기에는 마찰도 있는 겁니다. 갈등을 해결할 때 모든 것이 평화롭게만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서, 마찰과 다툼도 있는 것이지만, 약간 이쪽으로 오고 난 다음에는 협력하고 타협할 게 생깁니다. 지금은 너무 기울어진 쪽에서 타협하려고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 열망을 도저히 수용하지 못하는 거죠."

-극우적 가치에 서 있는 자유한국당이 워낙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 바른정당 수준으로는 끌고 와야 한다. 언제까지 극우적 발상에서 머물러 있을 거냐는 말씀이셨어요. 김진태 의원님 어떻게 보세요?
"정말 국회의원 그만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거리에서 정치를 하시든지. 아니, 거리로 나가시면 안돼요. 제가 어제 김진태 의원님을 국회에 보셔서 종일 대화를 나누며, 밖에 못나가시게 해야 되지 않을까. (웃음)"

-오늘 결정으로 대한민국이 누란의 위기로 빠질 것이냐,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는 문을 여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의원님이 강조해 주셨습니다. 의원님 어제도 끔찍한 뉴스가 나왔습니다. 군 간부가 쇠 절단기로 병사들의 손톱을 부러뜨리거나, 철봉에 손을 묶는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잊을 만하면 군대 내의 인권침해 사고가 계속 발생합니다. 군사법 제도의 개혁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얘기한 거예요. 여태 안 됩니다. 이런 적폐들을 끊기 위해 우리 국회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지금 개헌 얘기들 많이 하는데요. 저는 이번 개헌 논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헌법이 한 번 고쳐지고 나서 30년 동안 유지가 됐잖아요. 물론 국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권력 구조로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30년 지난 2017년의 상황에 맞는 인권·기본권 등이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기본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거기에 맞는 여러 가지 개혁들이 같이 진행되는 과정들이 필요합니다. 군 인권, 아동 인권, 여성 인권 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저께도 천천히 우리나라 헌법을 다시 뒤져봤는데, 우리나라 헌법에는 아동권이 없어요. 그리고 여성 인권도 여성을 하나의 권리 주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적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여러 문제들이 전면적으로 검토가 되면서 국민들의 삶의 수준과 요구에 맞는 기본권들이 재정비가 되고, 그 속에서 우리 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가혹한 인권 탄압 행위들에 대한 해결 방안도 모색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의원님 오늘 말씀 잘 들었고요. 6개월을 버텨온 국민께 한 말씀하시죠.
"저는 우리 국민들을 제 마음속에 정말 스승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치, 민주주의라는 게 과연 무엇인가? 이걸 정치인들에게 일깨우고, 또 정치인들이 주춤거릴 때마다 그 힘을 잃지 않도록 끌고 온 힘이 우리 국민에게 있었기 때문에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요. 이제 국민들이 제시한 모든 길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철저한 개혁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노력을 정의당이 누구보다 앞서서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앞으로는 국민들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일이 없도록 정치인들이 더 대오각성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 탄핵 심판 과정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지켜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힘내시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파이팅 합시다."

* 이 글은 방송 인터뷰 전문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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