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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해상 퍼레이드 나섰다 해경 출두한 한창훈 소설가

여수YMCA 민주주의 초청강연 '탄핵후 마침내 대한민국 국민이여!'

등록|2017.03.14 09:28 수정|2017.03.14 09:29

▲ 여수YMCA 민주주의 초청강연회인 박근혜 탄핵후 첫 번째 강연에 ‘여수의 소설가 한창훈이 말한다 마침내 대한민국 국민이여!' ⓒ 심명남


결국, 박근혜가 탄핵됐다. 탄핵 이후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없는 새봄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해방의 기쁨으로... 이제 박근혜 독재의 겨울은 가고 비로소 민주주의 봄이 우리 곁에 왔다.

13일 오후 여수YMCA 청소년수련관에서 2017년 첫 번째 민주주의 초청강연이 열렸다. 이 단체는 2015년부터 매년 3~4회씩 민주주의 강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한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박근혜 탄핵 후 첫 번째 강연에 '여수의 소설가 한창훈이 말한다 마침내 대한민국 국민이여!'라는 주제였다.

가난한 소설가... '고향 사랑' 온몸으로 실천

▲ 민주주의 강연중인 한창훈 소설가의 모습 ⓒ 심명남


강연 전 촛불가수 김한주씨가 축하공연을 펼쳤다. 김씨는 여수 촛불집회 때마다 무대에 올라 노래로써 탄핵정국을 이끈 가수다.

한창훈 작가는 거문도에서 태어나 지금도 거문도에 사는 '고향 사랑'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애향 작가다. 딸을 보살피고 있지만, 책이 안 팔려 생활이 어렵다. 그가 쓴 소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에는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거문도 어부들이 5일간 온몸으로 태풍을 이겨내기 위해 파도가 치는 동쪽으로 뱃머리를 향해 일본까지 떠밀려 구사일생으로 고향에 살아 돌아오는 내용을 담고 있다. 300여 명의 어린 생명을 수장시키고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친 세월호 선장을 보면서 세월호 시대에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 촛불가수 김한주씨 축하공연 모습 ⓒ 심명남


▲ 노래에 맞춰 기뻐하는 오광종 전 이사장 ⓒ 심명남


사회를 맡은 여수YMCA 이상훈 총장은 "소설가 한창훈 선생님의 신조는 특이하다"면서 "어지간한 사람은 좋아하되 미운 자는 끝까지 미워하기, 목마른 자에게 물 대신 꿀 안주기, 한 평 땅도 안 갖기 등을 지키며 지금껏 짠 내나는 고향을 지키고 살고 있는 여수의 자랑"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작가회의 젊은 작가 포럼 위원장과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소설파트 강사를 맡은 경력이 있는 한창훈 소설가는 현재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장과 '대양을향하는작가들' 대표를 맡고 있다. 한겨레문학상과 허균문학작가상 등 다양한 상을 받은 바 있다. 저서로는 산문집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와 소설집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장편 <홍합> 등이 있다.

강연에 나선 한창훈 작가는 "종종 강연을 다녀봤는데 가장 주제가 무거운 강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하자 좌중들은 웃음이 터졌다. 촛불집회에 15번 참석했다는 그는 거문도에서 해상 퍼레이드로 전국에 알려진 일화를 들려줬다.

"해상 퍼레이드 후 해경에 끌려갔어요"

▲ 민주주의 초청강연회를 가득메운 청중들 ⓒ 심명남


거문리 동도에서 경찰추산 50명 주최 측 추산 60명이 거문도 최초 촛불집회를 열었는데 이는 전국 인구대비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집회였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한민국 최남단 변방에서 서울 중앙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해상 퍼레이드를 기획했어요. 현행 집시법에는 바다는 집회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신고할 수가 없기에 육지에서만 신고를 합니다. 여수에서 깃발 제작 후 대나무에 묶은 깃발을 배에 달아서 해상 퍼레이드를 한 것이 JTBC 뉴스와 전국 언론에 도배가 되었어요. 주최 측인 거문도 주민들은 시위가 아닌 해상 퍼레이드라고 했지만 몇몇 매체에서 해상 시위했다고 써서 다음날 해경에 끌려갔어요."

이번 촛불 항쟁의 의미에 대해 "지금껏 혁명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질 수밖에 없었지만, 너무나 잘 싸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멋진 혁명이었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이길 수 있는 DNA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권에 대한 '시민감시제'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져야 함"도 강조했다.

한 작가는 "그동안 시국 관련 집회에 열댓 번 참석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봤던 것은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박정희를 떨쳐내는 몸부림이었다"면서 "우리 사회가 제일 먼저 극복해야 할 것은 박근혜가 아닌 박정희"라고 촛불 항쟁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광장의 민주주의를 통해 정치적인 인식과 각성이 높아졌고, 뭉치면 국민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지 않았나 싶다"면서 "이번 촛불을 동력으로 사표가 없는 선거제도로 바뀌어 한다"라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에 경악, 3년간 창작지원금 뚝...

▲ 여수YMCA 민주주의 초청강연회후 지지자들과 한컷 ⓒ 심명남


그는 이어 박정희 추종자들은 우리를 가난에서 구해 밥 먹게 해줬지 않았냐고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70년대 우리나라 경제 부흥 프로젝트기획은 미국이 추진했다"면서 "미국에 덤벼든 일본보다 아시아 거점으로 삼아야 하는 가장 만만한 나라인 한국을 키우기 위해 미국이 비밀리에 추진했고, 일본에서 김종필을 통해 보상금이 들어온 것도 미국의 작품으로 밝혀졌다"라고 주장했다.

강연 후 질의시간도 이어졌다. '블랙리스트 작가인데 그 감흥과 그에 따른 불이익은 없었냐'는 CBS <노컷뉴스> 고영호 기자의 질문에 "섬에 글을 쓰면서 딸을 보필하며 가난하게 살아가는데 블랙리스트가 된 후 3년간 창작지원금을 못 받았다"면서 "김기춘, 조윤선의 블랙리스트는 충격적이지만 생각 있는 사람들은 블랙리스트 명단에 다 들어가 있다. 자신들이 못 들어가면 어떡하냐며 걱정하는 작가들이 더 많았다"라고 말하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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