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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매화꽃봉오리가 한껏 부풀어 있다

등록|2017.03.14 18:07 수정|2017.03.14 18:07

▲ ⓒ 유문철


▲ ⓒ 유문철


▲ ⓒ 유문철


남녘엔 매화꽃이 활짝 피었단다. 매실밭에 나와보니 매화꽃봉오리가 한껏 부풀어 있다. 그늘 지우는 큰 가지들과 웃자란 가지들을 서둘러 솎아냈다. 지난해도 올해도 아스팔트 농사 지은 후유증으로 때를 놓쳤다.

몇 해 전 산 밑 묵정밭과 밭 둘레에 심어놓은 매실나무들이 꽤 자랐다. 묵정밭은 4년생. 밭 둘레 심은 건 6년생. 묵정밭은 비워놓느니 나무라도 심어놓은 건데 이래저래 손이 가지 않으면 엉망이 된다. 손이 가지 않아도 예쁘게 크고 열매까지 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없다. 거름은 못 주어도 일년에 서너번 풀도 깎아주고 가지도 솎아주어야 한다.

6년생 나무 16그루 손질하고 나니 하루가 다 지나간다. 피부건조증 때문인지 하루 전정작업에 손가락이 피부가 쩍쩍 갈라진다. 쓰리고 아프다. 앞으로 며칠은 해야 하는데 첫날부터 이게 뭐람? 그러나 어찌할 수 없다. 내 몸 꿈쩍이지 않으면 농사도 없고 거둠도 없으니.

아직 매실을 거두지 못했는데 올해는 가능할까? 매실 열매 파먹는 벌레들이 극성이라 장담 못한다. 그래도 꽃은 많으니 며칠 뒤면 매화꽃 구경은 실컷 하겠다. 함빡 핀 매화꽃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지곤 한다.

홧병 다스리느라 가르침 받는 명상 스승은 즐겁게 일 하라고 말한다.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라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봄에게 쫓기다 보니 즐기지 못한다. 즐겁지 않을 때 즐기고 화나고 힘들 때 웃는 마음 다스림을 해야 하는데 어렵다. 홀로 일하는 농사일이 힘들고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이 없으니 외롭다. 터무니없는 소리 들으니 화 난다. 활짝 핀 매화꽃 보면 마음이 누그러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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