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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모아 어머니께 드렸더니, 1만원이 됐네요

등록|2017.03.15 13:44 수정|2017.03.15 13:44

▲ 1000원 구 화폐와 10원 50원 동전 ⓒ 이경모


가게를 정리하면서 소형금고 두 칸에 10원 50원 동전이 가득 차있었다. 동전을 각각 분리하는데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이동전을 어떻게 할까 한참 궁리 끝에 어머니께 가져다 드리기로 했다.

"어머니 10원 50원 동전인데 노인정에 오신 할머니들하고 골라 지폐로 교환해서 맛있는 것 사드세요."

매일 노인정에서 화투놀이를 하시는 어머니께 즐거운 숙제를 드렸다. 어머니는 동전을 보시고는 환하게 웃으시며 그렇게 하시겠다고 한다. 동전 봉지에는 구권 1000원도 있다. 단골손님이 구권 1000원을 금고에 붙여놓으면 장사가 잘 된다고 해 붙여놓았다. 손님 말대로 됐더라면 폐점하지 않았을 텐데... 다음날.

"어머니 동전 어떻게 하셨어요? 얼마던가요? 뭐 사드셨어요?"

어머니는 입고 계신 조끼에서 만원 지폐 한 장을 보여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제 노인정에 안 가고 나 혼자 10원 50원 동전을 따로 추려 예진이한테 줬더니 이렇게 만원 주더라."

손녀딸이 은행에 다녀 온 모양이다. 만원 지폐를 보여주시며 참 좋아하신다.

"어머니 콩 고르기보다 쉽던가요?"
"그러지 색깔과 크기가 다르니까 훨씬 쉽더라."

가을에 콩으로 메주를 쓰려고 할 때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큰 종이나 비닐 위에 가을에 수확한 콩을 부어놓고 벌레 먹은 콩과 그렇지 않은 콩을 구분하는 것이다. 가족들이 뱅 둘러 앉아 좋은 콩을 고르거나 아니면 어린 애들의 몫이었다.

고단한 노동의 어렴풋한 기억을 꺼내보면서 콩 대신 동전을 골랐을 어머니 모습이 그려졌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만드는 100원 50원 10원 동전의 비용은 화폐가치보다 더 들어간다.
구리와 아연 국제가격 급등으로 10원짜리 동전 1개의 원자재비만 20원에 달하게 됐다. 배보다 배꼽이 곱절이나 더 커진 셈. 녹여서 만드는 비용까지 합하면 30원이 넘는다.

주화의 제조 금액이 액면 가치를 넘는 이른바 멜팅포인트(Melting Point.녹는 점)를 넘어 동전을 녹여 여기서 나오는 금속을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아직까지는 동전수거비와 녹이는 데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한국은행 측 설명이다.

또한 오는 4월 초부터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받는 대신 교통카드 충전에 사용하는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업체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산 소비자는 동전을 넣고 다니는 불편을 안 겪어도 되고, 한국은행은 동전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사업 참여 업체를 계속 늘려 2020년에 동전 없는 사회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엄마 10원만"하며 내밀었던 고사리 손은 볼 수 없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만원 지폐를 보여주시며 행복해 하시는 어머니 모습 속에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내 손에 10원을 꼭 쥐어줄 때 마냥 신났던 내가 있다.
덧붙이는 글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4월호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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