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문재인 뒷줄의 '서초구청장' 논란 석연찮은 '10년의 힘' 명단 공개

방송토론에서 시작된 공방, 자문그룹까지 불똥... "자발적 모임까지 검증할 수 없어"

등록|2017.03.15 21:39 수정|2017.03.15 22:42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년의 힘 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흰색 원 안의 인물이 진익철 전 서초구청장이다. ⓒ 남소연


진익철 전 서초구청장이 정치권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속한 문재인 캠프 자문그룹 '10년의 힘 위원회(정세현·이영탁 공동위원장)'와 관련해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됐다.

발단은 1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3차 대선토론회였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며 진 구청장을 거론했다.

"문 후보 주변에는 기득권자도 그냥 기득권자가 아닌, 인정하기 어려운 기득권자들이 많다. 예를 들어 주차장 청경을 동사시켰다는 것으로 논쟁이 있었던 진 구청장 (중략) 등이 (문 후보 주변에) 자꾸 모인다. 이런 분들 좀 청산하고 내보내면 안되겠나. 결국 그 분들이 문 후보 주변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결국 기득권자 중심의 정부가 되지 않겠나."

토론회 당시 문 후보는 "(이 후보의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며 반박했다.

"개혁적이고 도덕성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부를) 만들어 나가자는 건 좋은 말씀이다. 그러나 사람을 부패한 기득권자, 친재벌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것은 우리가 늘 들어왔던 종북좌파 딱지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중도나 합리적인 보수우파까지는 확장하고 포용해야 한다."

채동욱까지 소환한 서초구청장 논란


진 구청장을 둘러싼 논란은 토론회 후 장외로까지 이어졌다. 문재인 캠프의 권혁기 부대변인은 토론회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을 보탰다.

"진 구청장에 대해 제기된 청원경찰의 사망 사건은 진 구청장과 무관하다. 당시 차기 구청장 출마 예정자인 허아무개 전 시의원이 인터넷에 돌연사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2013년 5월 28일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그러자 이재명 캠프의 제윤경 대변인은 다소 늦은 시각임에도 오후 10시 40분 재반박 논평을 냈다.

"진 구청장은 구청장의 관용차 주차 안내가 늦었다는 이유로 옥외초소를 이용 못하게 한 장본인으로, 자신의 권위를 위해 40대 가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의혹이 있는 인물이다. 허아무개 전 시의원은 이 건에 대해 결과적으로 무죄선고를 받았다. 결국 문 후보 측의 해명은 진 구청장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근거가 될 수도 없는 셈이다."

논란은 2013년 발생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주변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이어졌다.

제 대변인은 "진 구청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검찰 길들이기 사건인 채동욱 관련 개인정보 유출 당시에도 서초구청 간부들에게 은폐 외압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라며 "또 검찰 압수수색 전 말을 맞추기 위해 CCTV 영상을 돌려봤다는 의혹이 언론 취재결과 드러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2014년 4월 이 사건과 관련해 진 구청장과 국정원 직원, 청와대 관계자, 서초구청 직원 등 8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관련기사 :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 국정원·청와대 직원 고발). 당시 참여연대는 "이 사건은 서초구청장의 응접실에서 성명불상자가 개인정보 유출을 지시하고 이를 국정원에 알리는 등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으로 범인의 존재가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4년 5월 국정원 정보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와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의 개인정보보호법 및 가족관계등록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으나, 진 구청장을 비롯한 나머지 6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10년의힘은 캠프 공식 조직 아냐, 공개 명단은 다 책임져"

진 구청장은 새누리당 소속 재선 구청장으로,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는 현재 '10년의 힘 위원회(아래 10년의힘)'에 합류한 상황이다. 출범식 당일 기념사진에서 진 구청장은 문 전 대표의 바로 뒷줄에 섰다.

그런데 10년의힘의 출범 및 구성원 공개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캠프는 지난 2월 10년의힘 출범식을 앞두고, 위원회에 60여 명이 포함됐다고 알리면서도 37명의 명단만 공개했다. 그러면서 "민주정부 10년 동안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갖고 있는 장·차관을 모셨다"라고 홍보했다. 실제로 37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인사로 채워졌다.

하지만 당시 출범식에는 37명보다 많은 49명이 참여했다. 공개된 명단 37명 중 8명(박승, 박봉흠, 변양균, 윤덕홍, 변재진, 조연환, 오정희, 김대유)이 출범식에 불참했으니, 명단 외 인물 20명이 출범식에 참석한 것이다(37-8+20=49).

진 구청장은 그 20명에 속해 있었다. 진 구청장 외에도 이명박 정부 인사 등 '민주정부 10년'과 다소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 20명 중 일부에 포함됐다(관련기사 : 문재인 자문그룹은 '민주정부 10년' MB 일부 인사).

당시 10년의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진 구청장이 출범식을 찾은 것과 관련해 "문 후보와 고등학교 동기다. 좋은 취지로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와 진 구청장은 1971년 경남고를 함께 졸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진 구청장 등이 공개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점 등이)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문재인 캠프 권혁기 부대변인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자발적 모임의 모든 회원까지 캠프에서 일일이 검증하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다"라며 "10년의힘은 인사추천이나 공식 정책보고 단위가 아니며, 출범 이후에 캠프와 10년의힘 사이의 논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또 진 구청장이 어떤 중책을 맡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캠프가 직접 명단을 발표한 부분은 명확히 책임지고 있다. 이는 공개된 10년의힘 명단의 37명은 명확히 책임진다는 것이다"라며 "얼마 전 일자리 위원회 명단도 발표했다가 한 분의 부적절한 과거가 발견돼 제외했다. 그 밖에 언론에서 지적한 분들도 다 사퇴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캠프는 이날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와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이끄는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의 출범을 알렸다. 명칭만 보면 같은 위원회지만,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와 '10년의 힘 위원회'는 차이가 적지 않다는 게 캠프 측의 설명이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10년의 힘 위원회는 캠프의 외곽조직으로 봐야한다. 예전 장·차관들이 알아서 '우리가 도와주겠다'고 만드니까 후보로서 찾아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 거다. 문 후보가 위원장단을 임명한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