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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 공개' 안희정, '언론 프렌들리' 이재명

[대선주자 검증] 지자체장 출신 대선주자, 업무추진비 이렇게 썼다②

등록|2017.03.20 07:14 수정|2017.03.20 07:14
업무추진비. 지방자치단체장이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등 공무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으로 흔히 '판공비'로 불린다. 단체장 개인에게 지급되는 돈이지만 세금으로 편성된 공적인 예산인 만큼 투명한 집행이 필수적이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후보들의 재임기간 중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분석했다. 지난 2월 각종 여론조사에서 1% 이상의 지지율을 얻었던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후보들을 대상으로 했고, 이들이 해당 단체장으로 취임한 다음 해부터 2016년까지 사용한 업무추진비 내용을 분석했다.

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및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행자부 예규)'에 따라 업무추진비 집행 방법 및 사용처 등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업무협의·정책추진 관련 간담회나 소속 직원 격려, 언론 홍보비용 등 다들 지출 집행내역이 비슷한 편이다. <오마이뉴스>는 이러한 집행목적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서 서로 비교할 지점들을 찾아봤다(관련기사 : '집단시위 대비' 홍준표, '기념품 구입비' 남경필).

[안희정] 시책추진 업무추진비 예산까지 상세히 공개

안희정 충남지사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업무추진비 사용내역뿐만 아니라 예산까지 공개한 것이 주목됐다. 충남도청은 매년 잡힌 업무추진비 총 예산 중 중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예산만 아니라 시책운영 업무추진비 예산까지 공개했고, 그 집행율과 현금과 카드 사용액, 오·만찬 등 식사와 물품 구입비용 등을 정리해 밝혔다. 사용내역만을 공개했고 업무추진비 예산 중 시책운영 업무추진비 예산은 공개하지 않았던 다른 지자체들과 다른 모습이다.

이에 따르면, 안 지사는 취임 다음 해인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총 12억2908만6200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 매년 주어진 업무추진비 예산 중 67.1%~89.9%까지만 사용한 금액이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직원 및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목적으로 지출한 것으로 6년간 총 3억9687만2484원이 쓰였다. 그 뒤를 이은 것은 내방객 및 도정협조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 혹은 지역특산품 구입 비용(2억3285만8950원)이었다.

다만 매해 업무추진비 사용총액의 비중을 따졌을 때 이러한 비용들이 과도하게 쓰였다고 볼 수는 없었다. 구체적으로 따져보자면 안 지사는 2011년 1억7912만6449원, 2012년 1억9719만2650원, 2013년 2억3330만6034원, 2014년 1억7022만3070원, 2015년 2억1331만3546원, 2016년 2억3592만4451원을 업무추진비로 썼다.

이 중 '격려' 목적의 업무추진비는 2011년 7040만3110원(39.30%), 2012년 5958만1000원(29.71%), 2013년 5579만5924원(23.91%), 2014년 6518만6880원(38.29%), 2015년 6478만9880원(30.37%), 2016년 8210만5690원(34.80%) 등 사용총액의 23%에서 39% 정도 쓰였다.

내방객 및 도정협조자 증정용 기념품 구입비용은 2011년 2815만4750원(15.71%), 2012년 4337만2600원(21.99%), 2013년 6138만200원(26.30%), 2014년 3573만4700원(20.99%), 2015년 3101만9700원(14.54%), 2016년 3319만7000원(14.07%) 등 사용총액의 14%에서 26% 정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언론 홍보 비용은 미미한 편이었다. 2011년과 2012년 사이엔 집행목적에 '언론 관계자'로  표기된 간담회 일정은 없었다. 그러나 2013년과 2016년 사이 집행목적에 '언론 관계자' 등이 표기된 도정·시책 홍보 간담회 등에 쓰인 업무추진비 사용액은 2013년 189만8000원(0.84%), 2014년 210만6000원(1.23%), 2015년 939만5554원(4.40%), 2016년 218만6500원(0.92%)이었다.

성금은 주로 충남사회복지모금회나 청심회 등 지역 모금단체에 한 편이었다. 안 지사는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현금 520만 원을 업무추진비로 이들 단체에 기부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이 같은 성금 목적의 업무추진비 사용은 없었다.

2016년경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비용을 지출한 것도 눈에 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2014년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근조화 구입 및 경남도 연고 희생자 위로금 명목으로 130만 원을 지출했고, 2014년 7월 취임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당선 직후 비상근무자 격려용과 다음 해인 2015년 관련 근무 직원 격려용으로 60만8900원을 지출한 바 있다.

반면 안 지사는 2014년과 2015년 관련 지출이 없었다. 2016년 12월 세월호 미수습 유가족 격려물품 구입 목적으로 80만 원을 지출한 것이 유일하다. 특히 안 지사는 참사 발생 시점인 2014년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어떠한 업무추진비도 사용하지 않았다. 주로 업무추진비가 간담회·격려 목적의 식사비 등으로 쓰이는 점을 감안한다면, 세월호 참사로 당시 조성됐던 추모 분위기에 맞춰서 이러한 목적의 업무추진비 지출을 삼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대선주자 업무추진비 주요 사용 내역 분석 : 충남도지사 안희정편 ⓒ 고정미


[이재명] 중앙정부와 싸우느라 언론 자주 만났다

'2329만8400원'

이재명 성남시장이 2016년 한 해 언론 관계자들에게 지출한 업무추진비 총액이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액수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143만5000원, 남경필 경기지사는 1006만8500원, 안희정 충남지사는 218만6500원을 같은 기간, 같은 목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이번 분석대상이 된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인 점을 감안해도 상당한 액수라 할 수 있다.

2016년만이 아니다. 이 시장이 시정·시책 홍보, 주요 이슈 관련 간담회 목적으로 언론 관계자를 대상으로 지출한 업무추진비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이 시장은 취임 다음 해인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총 8억2659만5210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2011년 1억2652만2020원-2012년 1억1960만8150원-2013년 1억3889만5850원-2014년 9814만8900원-2015년 1억6265만1670원-2016년 1억8085만8620원). 이 중 대언론 비용은 매년 업무추진비의 4.17%에서 12.88%를 차지했다. 다른 후보들의 대언론 업무추진비 지출이 매년 5% 미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높았던 셈이다.

구체적으로 이 시장은 2011년 1040만8420원, 2012년 897만1600원, 2013년 579만7000원, 2014년 490만6000원, 2015년엔 1318만2450원, 2016년엔 2329만8400원을 대 언론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는 이 시장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직접적으로 언론 관계자들을 접촉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시장이 직접 언론을 상대해야 할 '상황'이 많았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2016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중 언론 등을 대상으로 한 오·만찬 및 간담회 목적을 살펴보면, "청년배당 도입 정책연구 관련", "출산장려정책 산후조리지원 관련 당위성 설명", "자치단체 세무조사권 박탈 시도 중단 요구 관련", "복지부 무상교복 불수용에 대한 반박", "정부 지방재정 개편안 부당성 설명" 등이 기재돼 있다.

이는 이 시장의 청년배당 등 3대 무상복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막아섰던 중앙정부와의 대결 차원에서 진행해야 했던 대언론 지출로 해석할 수 있어 보인다.

반면, 이 시장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내방객 및 시정협조자 제공용 기념품 구입비용은 그리 크지 않았다. 집행목적에 '기념품'을 명시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시장은 2013년 1040만4000원(7.49%), 2014년 565만4700원(5.76%), 2015년 568만9000원(3.49%), 2016년 188만원(1.03%) 등 총 2362만7700원을 증정용 기념품 구입비로 지출했다.

직원 및 관계자 격려를 위한 목적으로는 2011년 2773만8470원(21.92%), 2012년 5362만3610원(44.83%) 2013년 6217만3000원(44.79%), 2014년 705만7000원(7.19%), 2015년 1490만5500원(9.16%), 2016년 3193만6110원(17.65%) 등 총 1억9743만3690원을 지출했다.

다만 이 시장은 '격려' 목적의 업무추진비 지출에서 비판받은 바 있다. 성남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2016년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소속 상근직원 중 현장 근무자에게만 '격려금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 시장이 이를 어기고 비서실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이 시장은 2016년 5월부터 10월까지 비서실 직원 격려 목적으로 8차례에 걸쳐 총 현금 380만 원을 지출한 바 있다.

▲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대선주자 업무추진비 주요 사용 내역 분석 : 성남시장 이재명편 ⓒ 고정미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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