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연설회에 태극기 세력 난입, 아수라장
[현장] 김진태 "좌파정권 되면 애국가 못부를 수 있다"
▲ 지지호소하는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자들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후보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후보자들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후보인인 조경태 의원(왼쪽부터), 원유철 전 원내대표,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김진태 의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안상수 의원,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 유성호
'김진태 지지대회'나 다름없었다.
17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후보자 합동연설회는 '친박(친박근혜)'을 넘어 '삼박(삼성동 친박)'으로 불리는 김진태 의원의 지지자들로 행사 내내 소란스러웠다.
김 의원을 지지하러 온 참석자 가운데 지역구 당원들을 제외한 인파 대부분은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등의 태극기집회 세력으로 추정된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의 모습도 보였다. 탄핵 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 '박근혜 호위무사',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홈페이지에는 "김진태를 청와대로", "김 의원을 미국의 케네디·오바마처럼 만들 수 있다" 등의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이날 비전대회가 열린 63빌딩 장내는 김 의원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지정석인 100석을 꽉 채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다른 후보 쪽 일부 지정석까지 차지하고 앉았다. 회의장 옆과 뒤쪽 역시 100여 명이 넘는 인파로 복잡했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행사 내내 태극기가 인쇄된 김 의원의 포스터를 머리 위로 번쩍 들고 "김진태"를 연호하며 세를 과시했다. 다른 후보 지지자들의 응원 소리가 묻혀서 안 들릴 정도였다.
사회를 맡은 김명연 수석대변인이 김 의원의 이름을 부르자 장내는 환호성과 함께 '태극기 물결'로 가득 찼다. 예비후보자들의 정견을 듣기 위한 합동연설회는 순식간에 '태극기 집회'로 변했다. '제19대 대통령후보 선거 후보자 비전대회'라는 행사 이름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환호성은 김 의원이 "15분 동안 얘기하려고 (공탁금) 1억 원을 냈다, 1분에 700만 원이니 제 얘기를 잘 들어주셔야 한다"라고 부탁하자 그제야 가라앉았다.
박근혜 등에 업은 김진태 "문재인·안철수보다 잘할 수 있다"
▲ 지지호소하는 김진태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후보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김진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 연호하는 김진태 지지자들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후보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조경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김 의원은 시작부터 진보진영부터 보수진영 정치인까지 '쌍끌이'로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그는 "재선인 제가 문재인 전직 초선의원과 1.5선인 안철수보다 못할 이유가 뭔가"라며 "문재인과 안철수보다는 (대통령직 수행을) 잘 할 수 있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또한 전날 "걔는 내 상대가 아니다"라고 자신을 비판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향해서도 "제가 젊고 어리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민주당 안희정·이재명과 동갑"이라며 "숫자를 봐야지만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대장을 잘 뽑아야 한다, 1년 전 당 대표가 도대체 우리 당을 어떻게 이끌었기에 작년에 총선에서 참패했나"라며 한국당을 탈당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을 비꼬기도 했다.
그러면서 "좌파들에게 정권을 내주면 오늘처럼 (행사에서) 애국가를 불러보지도 못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도 있다, 태극기를 흔들기는커녕 관공서에 국적 불명의 노란 리본이 걸릴 수 있는데 이래서야 되겠나"라며 "그래서 리더를 잘 뽑아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지지자들은 일제히 "김진태"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김 의원은 "'통진당' 이석기와 싸워서 당까지 해산시켰다, 단 한 번도 편하게 살아본 적이 없다"라며 "그렇게 싸웠더니 돌아온 것은 '강경 친박', '친박 결사대'라는 호칭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친박'의 주홍글씨를 끝까지 안고 가겠다, 대통령을 지키겠다"라고 강조하며 ▲ 한·미동맹 강화 ▲ 검찰개혁 ▲ '최순실 게이트' 관련 고영태 수사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김 의원은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 태극기 바람에 이미 꺼졌다"라며 "'종북저격수'에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승진한 저를 한 번 더 '미래의 아이콘'으로 바꿔달라"라고 호소했다.
지지자들은 김 의원의 연설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김진태"를 외쳐 원활한 행사 진행을 방해했다. 김 수석대변인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달라"라고 당부했지만 소용없었다. 다른 후보들이 정견을 발표할 때마저 김 의원을 외치는 등 소란을 피워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진태 지지자들, 인명진 향해 "사퇴하라"
▲ 야유 받는 인명진 비대위원장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후보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히고 있다. ⓒ 유성호
▲ 야유가 빗발치는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자 비전대회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후보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우택 원내대표의 발언에 야유를 보내고 있다. ⓒ 유성호
김 의원 지지자들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서도 일제히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가리키며 야유를 보내 장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내려와라', "물러나라", "사퇴하라"라는 말이 장내에 울려 퍼졌고, 거친 욕설도 난무했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인 위원장이 인사말을 발표하는 내내 야유하며 "저XX 때문에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이 망했다"라는 등의 막말을 내뱉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인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당에서도 김 의원 지지자들이 난리칠까봐 엄청 걱정했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라며 "완전 난장판"이라고 혀를 찼다.
이날 행사 시작에 앞서 당에서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원만 참여할 수 있다"라고 공지했다. 박사모 등 태극기집회 세력 중 비당원인 지지자들이 섞여있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앞서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홈페이지에 "김진태 후보 합동연설회, 많은 참여 바랍니다"라고 공지를 올렸다. 일반인 참여 가능 여부를 묻는 게시물에는 "당원이라 말하고 들어가면 된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행사장에서는 책임당원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는 따로 없었다. 당 관계자는 "기존엔 사전에 비표를 배부해 당원 여부를 확인한 뒤 입장시켰는데, 이번에는 대선 일정이 빠듯해서 그런 과정을 못 거쳤다"라면서 "저쪽(박사모)에서 당원이 아닌 사람이 들어왔어도 확인할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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