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재용, 지배자 아닌 조정자로 구속은 가신들의 무리한 욕심 때문"

[오연호의 대선열차]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재벌개혁 전도사 김상조 교수 인터뷰②

등록|2017.03.17 21:36 수정|2017.05.17 18:21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했습니다. 공정위는 국세청 등과 함께 '경제 검찰'로 불립니다. 게다가 김 교수는 '삼성 저격수', '재벌개혁의 전도사' 등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입니다. 따라서 이번 김 교수의 공정위원장 내정은 현 정부의 '재벌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벌개혁의 의지를 강하게 나타낸 바 있습니다. 또 향후 삼성의 지배구조개편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내비쳤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정위원장 후보자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시죠. [편집자말]
☞[인터뷰①] "문재인, 재벌개혁 의지 확고... 그렇지 않으면 캠프에서 나올 것"

▲ 한성대 김상조 교수 ⓒ 이희훈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지배자가 아니라 코디네이터로 역할을 바꿔야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계열사들이 이뤄진 결정들을 조정하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조정자로, 이사회 의장과 같은 코디네이터로 바꿔가야 합니다."

김상조 교수는 분명했다.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삼성저격수로서 문재인 대선캠프에 전격 합류한 그에게, 삼성을 비롯한 재벌개혁은 중요한 과제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정경유착과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TV의 <오연호의 대선열차>에 나와서, "재벌개혁, 삼성을 개혁하는 것은 삼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면서 "삼성이 성공을 통해 얻은 힘의 오남용을 막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어 "보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들어 새로운 기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재벌개혁, 삼성개혁이고 경제민주화의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 교수는 삼성 저격수라는 하는데. 
"먼저 제 별명이 나쁜 의미로 삼성 저격수로 돼 있다. 경제개혁연대가 삼성뿐 아니라 모든 그룹에 대해 매일 모니터링을 해왔다. 그럼에도 왜 삼성만 저격하느냐는 평을 듣게 됐는가하면, 다른 그룹들은 오래전부터 저희 팀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통로가 있어왔다. 그래서 비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그쪽에서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해결하고, 대화과정을 진행하다가 안 되는 것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고발하거나 소송 등으로 갔다.

반면에 삼성은 대화 자체를 거부해왔다. 삼성은 국내 재벌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그룹이다. 물론 삼성은 대단히 놀라운 성공을 기록했다. 그 성공이 바로 자기방식을 고집하는 오만함이 됐고, 경제개혁연대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다른 주체들과 대화를 거부하는 자세, 자기가 원하는 바를 오직 로비를 통해서 해결해온 방식이었다. 이것이 삼성그룹의 가장 큰 문제였다."

"이재용 구속은 미래전략실 가신들의 무리한 일 추진 때문"

이같은 삼성의 태도 때문에 경제개혁연대는 처음부터 삼성문제에 법률적인 문제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2013년 삼성 사장단회의에 가서 강연을 한 이후 대화채널이 열렸다"면서 "이후 많은 대화들을 나눴고 실제 조언한 부분을 삼성이 수용한 것도 있다"고 소개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과정에서 박영수 특검에 어떤 조언을 하셨나.
"삼성의 경우 그동안 이 부회장의 승계가 진전이 잘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이건희 회장이 급작스럽게 쓰러지면서 2014년 5월 이후부터 미래전략실이 너무 급해졌다. (이 회장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까, 이 부회장으로의 남아있는 승계과정도 복잡하고, 박근혜 정부아래에서 다 해결하기 위해 무리하게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추진하다 오늘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런 부분을 청문회에서, 특검 참고인으로 가서 지금까지 나온 것에 대한 경제적 해석과 추가적인 부분 등을 말씀드렸다."

- 결국 이 부회장이 구속이 됐는데.
"특검에서 담당검사가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나와있는 것을 알려줬다. 그것을 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삼성이 훨씬 더 조급하게 무리하게 로비를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삼성이 자신의 성공에 너무 도취돼서 자신의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다가, 결국엔 미래전략실의 가신들이 이 부회장을 감옥에 넣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세상은 변했는데,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은 가신들이 무리한 방식으로 일을 추진했다"면서 "결국 감옥에 간 이 부회장도 이런 문제 인식으로 미전실을 해체하는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한성대 김상조 교수 ⓒ 이희훈


-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한 이후 각 계열사별로 독립적으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작년 12월에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 때 미전실 해체를 이야기했는데, 그때 바로 저는 미전실 해체에 대해 우려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룹이 존재하고, 다수의 계열사들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컨트롤타워를 해체하는 것은 그룹을 해체하는 것과 똑같다. 그런데 미전실은 없앴는데, 이 부회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삼성의 미전실 해체에 회의적인 생각이 여전했다. 다시 그의 말이다.

"총수가 존재하면 그룹은 여전히 존재하는 겁니다. 미전실을 해체됐지만 삼성그룹은 여전히 존재해요. 그렇다면 앞으로 컨트롤타워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겁니다. 문제는 컨트롤타워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컨트롤타워가 지니는 막강한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구조인가, 아닌가예요."

"총수가 존재하면 그룹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

- 그렇다면 삼성이 추진 중인 지주회사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선은 어떻게 될 것인지.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부회장이 우리 사회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있어야한다. 아마 상당히 긴 과도기가 있을텐데, 컨트롤타워에서 잠정적인 결정을 내리면, 그것이 최종적인 결정이 아니라 각 계열사들이 독립적인 이사회에서 독립적으로 리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외부의 주주들이 추천한 독립된 사외이사가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에 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 혹시 이 부회장이 삼성의 지배권을 갖는 것을 허용해야한다고 보시는가.
"특정 가문이 그룹의 지배권을 갖는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기업들도 그렇고, 우리사회 전체가 인식을 바꿔야할 부분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룹의 총수라고 하면 모든 것을 보고받고,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하는 CEO형 리더만을 생각해왔다. 삼성이 그룹이 작았을 땐 가능했었다. 그리고 비서실, 미래전략실 등 가신그룹으로 운영하는게 효율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삼성은 예전의 그룹이 아니다. 혼자서, 커튼 뒤에 숨어있는 비공식적인 가신그룹으로서는 방대한 그룹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보고받을 수도 없다. 따라서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만을 가지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도 없다. 이제 그룹의 3세들은 자신의 포지션(위치)을 바꿔야한다. 선진국에서도 바로 이 부분이 그룹의 진화과정에서 중요한 측면이다."

김 교수는 "CEO형 총수가 아니라 그런 부분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각 계열사들에서 이뤄진 결정들을 조정하면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조정자,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로 바꿔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의 예를 들어가며, "한국의 삼성보다 스웨덴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발렌베리 그룹은 5대째 승계를 하고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총수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바로 이사회의 의장을 맡으면서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지배자가 될 것인가, 조정자가 될 것인가라는 선택을 해야하는.
"그렇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룹이 3대째가 되면 지배자가 아니라 조정자로 바뀐다. 그 진화의 과정에 한국의 재벌그룹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면보다 더 걱정하는 것은...이재용의 유죄를 장담할 수 없다"

문 캠프 합류한 김광두-김상조-김호기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오전 인재영입 발표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문 전 대표. ⓒ 남소연


- 이번 촛불집회에서 적폐청산 목소리가 많았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다른 후보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든,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해 사면없다고 미리 합의하자고 하는데.
"그동안 경제개혁연대 활동을 해오면서 당연히 불법행위를 한 재벌 총수에 대해선 사면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문제보다 더 걱정하는 것이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은 됐지만 형사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확신을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형사법원의 유죄 판결은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구속에 필요한 사유는 안종범 수석의 수첩에 있지만, 법원의 유죄판결까지 가는데는 아직도  메워야 부분들이 많다."

- 이 부회장이 주장하고 있는 피해자라는 것이 먹힐 수도 있다는.
"그렇다. 결국 특검이 입증해야 한다. 입증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고, 또 하나는 삼성은 최고의 변호사들을 동원할 것이다. 2008년 삼성특검 때도 저는 유죄 판결을 확신했다.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 헐값 매각 등에 대해서 유죄를 확신했지만 1, 2, 3심에 모두 무죄 나왔다. 그때 주식의 헐값 발행은 회사의 손해가 아니라 주주들간의 사적거래일 뿐이다라는 법리를 우리나라 최고의 상법학자가 만들어냈다. 그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여서 무죄판결이 나왔다. 앞으로 삼성의 변호사들은 어떤 법적 논리를 들고 나올지 모른다. 정말로 재판을 지켜봐야한다."

- 이 부회장의 유죄를 속단하긴 이르다?
"정말 어렵다. 왜냐면 뇌물죄라는 것이 형법상 범죄 구성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그것을 입증할수 있을 만큼 특검이 촘촘하게 증거를 확보했느냐라는 것도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그와의 대화는 1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20여년만의 대선캠프 합류에 따른 기대감과 부담감이 그의 말투에 배어 있었다. 그러면서 "지난 촛불 광장에서 시민들이 우리 민주주의를 지켰고, 회복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시한번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고, 부탁했다. 그의 말이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시민의 역할이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드는 것은 시민의 역할이 아닌가요? 정부만이 하는 일인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드는 것도 시민들의 역할이어야 합니다. 주주, 채권자, 노동자, 소비자로서 갖고 있는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때 한국경제도 변할 겁니다."

▲ 한성대 김상조 교수 ⓒ 이희훈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