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원짜리 인조 닭고기 튀김, 맛은 어떨까
미 바이오기업 멤피스 미트, 인공 닭고기 시식회... 시식자들 "다음에 또 먹겠다"
▲ 인공 닭고기로 만든 프라이드 치킨 ⓒ 멤피스 미트
이제 실험실에서 만든 인조 닭고기로 치맥을 즐기게 되려나 봅니다. 미국 바이오기업 멤피스 미트(Memphis Meats)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인공 닭고기로 만든 닭튀김과 인공 오리고기 시식회를 진행했습니다. 시식행사 참가자들은 "일반 닭고기에 비해 푹신푹신하지만 맛은 거의 비슷하다, 다음에 또 먹을 것 같다"는 평을 내놨다고 하네요.
멤피스 미트는 이번에 인공 닭고기 제조법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만 전문가들은 3년 전 선보인 인공 소고기와 제조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말합니다.
2013년, 분홍색 소고기 패티가 배양접시에 담겨 세상에 처음 선을 보였습니다. 이 소고기는 소의 근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식물성 단백질 등 각종 영양소가 들어 있는 배양액 안에서 키운 것입니다. 이론상 근육세포 한 개로 고기를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배양액을 먹고 세포는 계속 증식합니다. 얼마 후 가느다란 근육섬유가 만들어지죠. 이 고기 조각을 기계적으로 늘여서 운동을 시키면 크기가 커지고 단백질 함량도 높아집니다.
이렇게 만든 최초의 인공 소고기는 햄버거로 만들어져 시식 접시에 올랐습니다. 이를 맛본 음식평론가들은 너무 뻑뻑하다는 평을 했습니다. 식감 문제는 소의 지방세포를 배양해 근육섬유와 섞으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길이 3cm, 너비 1.5cm의 뻑뻑한 소고기 한 조각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은 자그마치 37만 5천 달러, 한화 4억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인공 닭고기 가격은 450g에 9000달러(약 1000만원)라고 하니 3년 사이 가격이 많이 떨어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천만 원짜리 닭튀김을 사먹을 사람은 없겠지요. 멤피스 미트는 앞으로 생산비용을 더 낮춰, 2021년에는 인공 닭고기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거라 내다봤습니다.
인공 고기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점 때문에 거부감을 주기도 합니다. 반면, 가축의 배설물이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인공 고기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공장식 축산업이 비인도적이란 비난도 받고 있지요. 살아있는 동물을 죽이지 않고도 고기를 먹을 수 있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인공 고기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고기의 맛을 얼마든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각 세포를 자극하는 화학물질을 인공 고기와 섞거나 비타민, 지방을 첨가해 영양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아직 맛보지 못한 동물의 고기도 만들어낼 수 있지요. 아주 작은 근육줄기세포만 있으면 되니까요. 어쩌면 미래의 마트에서 '다람쥐 혓바닥'이나 '뱀 옆구리살'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입맛에 맞기만 하다면 말입니다.
현재 인공 고기만이 아니라, 소 없이 생산한 우유와 닭 없이 만든 달걀 흰자도 생산 중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인공 축산물들이 상품화되기 전,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인공 축산물은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까요. 인공 닭고기 시식회가 열린 15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이 문제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고기와 가금류, 계란과 같은 축산물은 미 농무부에서 관리합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주로 식품첨가물 등 성분의 안전 문제를 관리하지만, 세포조직, 혈액, 세포로 만든 제품과 유전자치료기술 같은 생물제제에 관한 승인을 담당합니다.
그렇다면 인공 고기는 축산물일까요, 아니면 세포로 만든 제품에 속할까요? 생명공학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새로운 식품들을 기존 규제의 틀에 끼워 넣기가 애매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도 여전히 논의 중입니다.
미 농무부는 '도축된 동물에서 나온 것'을 축산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험실의 특수한 공간에서 자란 단백질 덩어리는 완전한 '동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식품첨가물은 더더욱 아니죠.
'인공 우유'를 우유라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FDA는 '소젖에서 분비된 것'에만 우유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 이외의 다른 도구나 발효에 의해 생산된 모든 종류의 음료는 제외합니다. 우유를 우유라 부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죠.
이외에도, FDA는 동물에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과 주사제 성분도 정해 놓았습니다. 따라서 인공 고기 제조사들이 풍미와 지방 함량, 영양성분을 높이기 위해 인공 고기에 무언가를 첨가한다면, 그것은 동물에게 약을 먹이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미 농무부와 FDA로 나뉜 역할을 하나로 통합해 단일규제기관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제안합니다.
인공 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를 날이 그리 머지않은 듯합니다. 안전하게 믿고 먹을 수 있어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우리나라도 관련 법률과 제도를 슬슬 준비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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