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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피해자 코스프레'에 작심 발언" "분란 일으킨 안희정, 부메랑 맞을 것"

민주당 경선 경쟁하는 문·안 캠프 감정 폭발, 문 후보는 일단 '무대응' 기조

등록|2017.03.22 12:14 수정|2017.03.22 13:43

▲ 문재인(왼쪽)·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1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토론을 하고 있다. ⓒ MBC <100분토론>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글이 당내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안 지사는 22일 오전 12시 49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연정' 발언과 '선의' 발언, '전두환 표창장' 발언 등 최근의 3가지 공방 과정을 재구성한 뒤 "자신들의 발언은 정책 비판,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인가"라고 질타했다.

특히 안 지사는 "문재인 후보는 끊임없이 나의 발언을 왜곡하거나 왜곡된 비난에 편승해서 결국 교묘히 공격했다. 심지어 나의 침묵까지 공격했다", "문 후보와 캠프의 태도가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해왔다"고 문 후보와 캠프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전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상암동 MBC <100분토론> 사전녹화로 방송토론회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두 후보 간의 신경전이 오갔다.

: 우리 후보들이 지금 경쟁하고 있지만, 한 팀이다. 함께 힘 모으면 정권교체를 꼭 해낼 수 있는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할 때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정말 네거티브만큼은 하지 말자고 호소드리고 싶다. 네거티브 하면 그 네거티브에 의해서 상대가 더럽혀지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더렵혀지고, 우리 전체의 힘이 약화된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

: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신 문제는 우리를 돕는 사람들이 네거티브를 하는 게 문제다. 문 후보 주변에 돕는 분들도 네거티브를 엄청 한다.

: 저도 말씀드리고 싶다. 안 후보의 선의의 정치, 네거티브 하기 싫은 분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주변에 보면 정말로 네거티브에 몰두하는 분이 있다. 안 후보 뜻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네거티브를 속삭이는 분이 있다면 정말로 멀리하거나 단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문 후보 주변도 노력해주셔야 한다. 문 후보나 저나 우린 네거티브 할 생각이 없다. 저도 정책으로 경쟁하고, 배우고 싶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선거운동 과정에 몰입되다 보면 몸싸움이 벌어진다. 그 화력은 문 후보 쪽이 젤 좋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가깝게 있는 분들이 상처를 입는다. 그 문제에 대해 문 후보도 챙겨줬으면 좋겠다.

: 네. 지지자들끼리 인터넷에서 하는 건 막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선대위 차원에선 그렇게 하지 말자. 

: 문 후보가 그것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해줄 필요가 있다. 간혹 어떤 서운함이 있냐면, 문 후보는 점잖게 말씀하시는데 주변은 아프게 때린다. 그런 게 계속 반복됐다. 

: 안 후보의 대연정에 대한 비판 의견을 이야기했을지언정, 그것과 네거티브는 다르다. 그 점은 우리가 마땅히 토론해야 할 쟁점이라고 생각한다.

: 비판하는 내용의 실질적인 양상이 상대의 인격을 공격하기 때문에 문제다. 가만히 댓글들을 보라. 지지하시는 분들이 팟캐스트에 나와 실질적으로 상대 후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 보라. 정말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그런 측면에서 한 당으로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안 후보의 페이스북 글은 <100분토론>이 방송되는 도중에 올라왔다. '문재인 지지그룹'이라는 표현을 '문재인 캠프'로 고쳐 쓴 부분도 있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지지층이 아니라 문 후보를 돕는 캠프 전체를 겨냥한 표현이다.

안 후보 측에서는 "방송에서 오간 설전보다 문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고 안 후보가 더 화가 났다"고 전했다.

문재인 '최순실 방지법' 공청회 참석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문 후보는 21일 오후 6시 54분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썼다.

"선거에서 네거티브는 늘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네거티브는 상대를 더럽히기 전에 자기를 더럽힙니다. 저는 제기될 수 있는 모든 네거티브와 검증을 다 겪었습니다. 어떤 네거티브가 제기되더라도 제가 더 타격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동지들이 네거티브 때문에 되레 신선한 정치 이미지에 오점이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저의 진심입니다."

안희정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방송토론도 6번쯤 해보고, 캠페인이 반환점을 돌았으니 한 번 정도 소회를 밝혀야 한다고 안 지사가 판단한 것 같다. 녹화를 마친 후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굉장히 고민해서 쓴 것"이라고 전했다.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는 등의 일부 표현에 대해서도 그는 "다르게 점잖게 표현할 방법이 없었을 거다. 그게 가장 정확한 단어이니 그걸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의 또 다른 측근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를 만나 "문 후보는 네거티브하지 말라고 하는데,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전두환 표창장 관련해 잽 한 대 맞았다고 엄살 피우고, 네거티브라고 뒤집어씌운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자꾸 하니 참고 참았던 게 폭발한 작심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 자신도 이날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이 집중제기하고 있는 문 후보 아들의 공기업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 "저 또한 (저에게 제기된 의문들에) 성실하게 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어떤 의문이라고 할지라도,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저에게도 자질, 도덕성, 리더십 등에 대해 많은 문제 제기가 되고 있다"며 "검증 과정에서 국민들과 언론 등 곳곳에서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다 네거티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안희정 캠프의 관계자는 "우리도 전면전을 하자는 게 아니다. 캠프 차원에서도 과잉대응하지 말자고 주문했고, 후보도 답답하니 소회를 정리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더문캠)의 최초 반응은 '경악'이었다. "안 후보의 어법이 아니다. 직접 쓴 글이 맞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안 후보의 글에 맞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문 후보는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적폐 세력, 부패 특권 구조를 이겨내고 깨기 위해선 우리끼리 한 팀이 돼야 한다. 내부적으로 균열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문캠은 이날 오전 첫 공동선대위원장-본부장 연석회의를 했지만 '안희정 페북'은 중점 논의 사항이 아니었다고 한다. 더문캠의 전병헌 전략본부장은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맏형의 위치에서 자중자애하면서 후보간 선의의 경쟁을 해나가도록 분위기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문캠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안 지사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복수의 더문캠 관계자들은 "경선에 출마했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연초 '문재인 = 기득권세력'으로 몰고 가려다가 부메랑을 맞지 않았나? 야권 지지층은 정권교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두고 분란을 일으키는 세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후보와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는 일단 안 후보의 대응이 '네거티브 캠페인'이 아니라 '후보 검증' 과정의 일환이라고 거드는 모양새다.

캠프의 정성호 총괄선대본부장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공방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 아니고, 기본 사실에 기초해 후보 생각을 묻는 검증 절차로 봐야 한다"며 "본인에 대한 문제 제기를 '묻지 마라, 이건 네거티브다'는 식으로 공격하는 건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문 후보를 비판했다. 캠프의 제윤경 대변인도 "네거티브 하지 말라는 얘기는 문 후보가 먼저 캠프와 자신의 지지자들에 요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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