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민주당 호남 경선, 2002년 노무현의 진정성이 안 보인다

[기고] 대선 호남경선, 광주에서 승리하는 길은?

등록|2017.03.22 20:52 수정|2017.03.22 20:52
광주는 요새 성업중이다. 정치시장이 북적북적하다. 이번 주말 국민의당 호남권 경선이 예정되어 있고, 27일에는 민주당 호남권 현장경선대회가 열린다. 후보들이 광주와 호남을 누비고, 그 참모와 운동원들이 사방의 표밭을 훑고 다닌다.

대선주자들 모두에게 광주와 호남은 첫 번째 대선승리를 위한 관문이다. 야권의 상징지역인 데다 올해 조기대선의 첫 승부처가 호남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기선을 누가 잡느냐에 언론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예측이 쉽지 않다.

국민의당 경선후보 TV토론회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에서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TV토론회’가 안철수, 손학규, 박주선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당의 경우 당 대표 얼굴인 안철수 후보가 주류지만 호남 출신의 박주선 후보가 저력이 있는 데다 손학규 후보가 호남에서 급격히 지지를 상실한 안 의원을 대체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호남경선에 지는 경우 안철수표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거의 생명을 다하게 되는 정치적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국민의당보다 훨씬 강하게 주목을 받고 있는 그래서 거의 대통령선거 본선이나 다름없다는 민주당 호남 경선도 흥미진진하다. 조직의 대세는 문재인 후보가 갖고 있지만 안희정 이재명 후보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광주는 2002년 노무현 후보가 당시 대세인 이인제 후보를 꺾고 광주노풍을 일으킨 곳이다. 그래서 안희정, 이재명 두 후보에겐 광주가 바람의 근원으로 작용하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상대적으로 문 후보가 광주에서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하거나 지는 경우 전체 대선좌표는 완전히 달라진다.

손 잡은 문재인-안희정-이재명-최성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부터),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 합동토론회'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그만큼 큰 의미를 갖는 광주 호남경선이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의미가 큰 광주 호남에 대한 메시지를 후보들에게서 듣거나 읽지를 못하고 있다. 충격도 없고 감동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런데 호남 광주 말만 무성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광주를 뭘로 아는 거야? 그런 심정이다.

광주 승리를 바란다면 광주에서 승리하는 비결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광주의 정서 더 넓게 나가면 호남의 정서에 후보의 마음을 일치시키고 거기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으로 광주와 호남에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말로 전하기도 하려니와 말없는 염화시중의 미소인 행동만으로 그 후보의 진정성을 전할 수도 있다.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진정성은 광주의 정서와 정확히 소통하고 있었다. 대세는 이인제였지만 광주는 한나라당 이회창을 이길 사람은 대립각이 선명한 노무현 후보라고 믿었다. 또 노무현은 영남에서 수차례 떨어지면서도 민주당을 지켰다. 그래서 광주와 호남은 그에게 미안했고, 호남인이 가진 특유의 정으로 갚아주고 싶었다.

더구나 호남표에 영남표를 일부 합친다면 이길 거라는 믿음을 가졌다. 노무현 후보는 그 광주 호남의 정서를 몸으로 꿰뚫어 본 것이고 노사모를 비롯한 그 운동원들은 광주에 대해 겸손함을 다해 온갖 정성을 다했다. 전략과 어떤 특정세력의 공이 아닌 정서의 일치를 일으켜 감동을 만들어 낸 것이다.

후보들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광주시민의 전략적 선택을 기대한다. 맞다. 광주사람들의 유일한 선택기준은 정권교체를 성공시킬 후보다. 그런데 전과 선거판이 좀 달라졌다. 여당에서 강한 인물도 없거니와 야당 후보들간의 각축이 이번 대선이라면 정권교체론 그 자체만으로는 실제는 감동 없는 선거 전략에 불과하게 된다.

광주는 지금, 정권교체 그 이상을 원한다

정권교체를 넘는 그 무엇인가를 소통해야 한다. 지금 대선후보들은 교조적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호남에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호남의 장년세대들에 있어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 대한 반감은 정권교체론이 아닌 이들의 비전과 능력에 대한 불신이 한몫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거기에서 광주 호남의 차별과 소외를 극복시켜주는 광주 호남의 한을 담아 그 해결을 위해 헌신하는 어떤 용맹한 리더에 대한 기대가 일어난다. 그것은 격차해소와 지역균형을 위한 신선한 그리고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게 된다.

신행정수도 이전 한방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이회창을 꺾었다. 그런데 역시 이런 획기적인 광주 호남에 대한 정책을 지금 후보들에게서 눈 씻고 찾아봐도 들을 수 없다.

좋다. 최대한 양보해서 정책이 준비 부족으로 없을 수 있다면 몸으로라도 그 광주의 한 호남의 분노를 달랠 수 있는 진정성있는 행동을 보여 줄 수는 없는 것인가? 솔직히 말해 야권 통틀어 지금 어느 후보가 광주 호남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했고, 노력했고, 싸운 사람이 있기나 한가?

김대중같은 사람들도 아니면서 김대중인 것처럼 흉내 내거나 아니 내 진정성을 왜 몰라 주냐고 투정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것이 이미 실패이고, 여기 광주에서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 폼 잡는 대신 '나는 그간 못했다, 못해서 안타깝고 슬펐다. 그러나 나는 광주와 함께 이렇게 싸우겠다. 광주정신을 위해 내 몸을 헌신하겠다'는 그런 강인한 호소를 왜 하지를 못하는지... 혹시 지키기가 두려운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인구 적은 곳에 올인해 다른 지역서 역풍 맞는다는 알량한 선거운동 전술은 아닌지?

한 가지 더 말해 보겠다. 광주만이 아니라 이번 대선은 촛불국민들의 위대한 국민혁명이 만들어 냈다. 그것은 주권자들의 열화와 같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욕구다. 그런 마음이 광주는 조금 더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대선후보가 승리하는 길은 이런 주권자들의 참여 욕구에 제대로 부응하는 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후보들은 고전적인 선거인단 만들기에 분주하고 거기에서 수많은 셈질만 해댄다. 참여하는 국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촛불에 참여했던 선거인단이 될 또는 이미 선거인단에 참여하는 국민들은 허탈해 할지 모르겠다.

내가 만든 판에 저들은 숟가락만 얹는구나 하고. 간단하게 말해 촛불국민들과 함께 또는 그들에 앞장서 끌고 나가지 못할 후보를 화끈한 광주시민들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흐름이 광주의 밑바닥에 잠재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후보들이 발등을 찍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선거판에 최선은 없으니 누군가 그 중에 나은 자를 광주는 뽑게 될 것이다. 싱거운 판이 될지 역시 광주다운 뜨거운 변화가 나타날지 궁금하다. 그러나 아직도 남아 있는 시간이라면, 광주와 호남의 정서에 소통하라 그리고 일체화하라. 그리고 제발 형식적인 구호와 지나가는 몸짓이 아닌 진정성있는 감동으로 광주시민을 들끓게 해달라. 그것이 첫 번째 경선지, 한국민주주의 상징인 광주에 대한 예의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김영집 기자는 현 지역미래연구원 원장이며, 참여정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장을 지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