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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노조, 서울모터쇼서 기습시위

[현장] 조합원 10여 명 '노조탄압' 피켓 펼치려다가 경찰에 연행

등록|2017.03.31 14:47 수정|2017.03.31 15:04

▲ 31일 서울모터쇼 전시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금속노조원들이 경찰에 체포돼고 있다. ⓒ 신상호


31일 오후 12시 25분께 서울모터쇼가 열리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현대차전시장 앞, 현대기아차 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 등 10여 명이 모였다.

한 조합원이 '뇌물수수 불법파견 정몽구 구속'이라고 적힌 피켓을 가방에서 꺼내자 행사장 경호원들이 즉각 제지에 나섰다. 경호원 4명이 노조원 한명과 피켓을 두고 몸싸움을 시작한지 30초도 되지 않아 대기하던 경찰 수십 명이 출동했다.

사복 차림의 경찰관 3명은 해당 노조원을 바닥에 눕히고 양팔을 뒤로 꺾은 채 수갑에 채워 연행했다. 다른 노조원 5명도 '정몽구를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한 노조원은 체포되는 과정에서 "나를 밀친 경호원들도 같이 체포하라"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장에서 체포된 유홍선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지회장은 "경찰이 미란다 원칙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체포했다"면서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왜 우리를 연행하느냐"고 주장했다.

이날 체포된 노조원은 유홍선 지회장 등 현대차와 기아차 비정규직노조와 유성기업 노조소속 조합원 7명이다. 이들에겐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으며,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장내에서 소란스러워지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업무 방해 혐의를 적용해 현장에서 체포했다"라고 설명했다.

"미란다 원칙 고지 없이 체포했다"

▲ 31일 경기 고양 킨텍스 서울모터쇼 현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금속노조원들이 체포되고 있다. ⓒ 신상호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기업노조지회장은 "경찰이 장 내에서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은 사람도 연행해갔고, 일부 노조원에 대한 미란다 고지도 하지 않고 체포했다"면서 "경찰력이 위법인지 아닌지 여부도 판단하지 않고 노조원들을 체포했다"고 반발했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차와 유성기업 등 전국금속노조 소속 노조원은 이날 오전 10시 킨텍스 2전시장 앞에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김남규 기아차 비정규직 노조 조직실장은 "정몽구 회장은 노조 파괴를 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를 10년 넘게 불법 파견해왔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 자신의 배를 채워왔던 정 회장은 그렇게 만든 부를 갖고 정권에 뇌물을 갖다 바쳤다"고 포문을 열었다.

현대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 노조원은 현대차그룹 임원이 사내 어용노조 설립과 활동에 직접 관여하는 등 노조 파괴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장은 "사내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어용노조 가입하는데 현대차 임원이 지시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면서 "검찰은 자료를 4년간 숨겼고 재작년에야 밝혀졌지만 검찰은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검찰이 조사를 하지 않는 상황을 두고 "재벌은 건들 수 없다는 것이 한국사회 적폐였고 그것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 누구도 정몽구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우리는 이 자리에 와서 정몽구 회장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로 16년을 근무했다는 이상언 노조원은 "기아차 노조도 지난 2월 법원에서 전원 정규직이라고 판결받았다"면서 "정 회장이 양심이 있다면 법원 판결 전원 정규직화 이행해야 하고, 검찰과 경찰은 정 회장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전에 열린 기자 회견도 순조롭게 진행되진 않았다. 서울모터쇼 경호원이 기자회견을 위해 마련한 스피커의 전원을 끄는 등 진행을 방해하면서 노조원의 반발을 샀다. 또 다른 한 모터쇼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노조원들에게 다가와 "기자회견 XX하네, 니네 집 가서 해"라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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