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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없다고 세월호에 또 구멍 21개 뚫기로

조사위 "육상 거치 위해 중량 절감 불가피"... 유가족 "이러면 진상규명 어떻게 하나"

등록|2017.04.02 18:20 수정|2017.04.02 18:20

▲ 2일 세월호가 접안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육상 거치에 걸림돌이 되는 펄 제거 작업이 진행중이다. ⓒ 해양수산부 제공


이미 인양 과정 중에 140여 개의 구멍이 난 세월호 선체에 추가로 최대 21개의 구멍을 또 뚫기로 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와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인양업체는 추가 구멍 뚫기 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선체 훼손에 반대해온 유가족들은 반발하고 있다.

추가 천공(구멍 뚫기) 작업이 필요하다는 쪽은 육상 거치를 위한 시간의 한계를 이유로 든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아래 조사위)는 2일 오후 목포신항 취재지원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5일까지 세월호를 거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추가 천공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영모 조사위 부위원장은 "현재 반잠수선에 실려있는 세월호의 총 무게는 1만3460톤으로 추정된다"면서 "세월호를 육상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모듈트랜스포터(이동 장비)가 들어가서 선체를 이동시켜야 하는데 모듈트랜스포터가 감당할 수 있는 총 무게가 1만3000톤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 세월호 추정 무게로서는 모듈트랜스포터가 세월호를 이동시킬 수 없다"면서 "현시점에서 가장 최적의 방안은 선체 아래쪽 부분을 천공해서 선체 안에 남아 있는 해수와 진흙 일부를 배출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선체 훼손을 일절 금지한다는 조사위의 기존 방침에서 스스로 물러선 것이다. 조사위도 이를 의식한 듯 "선체를 빨리 올려야 한다는 시급성 때문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선체 하부 쪽에 시험 파공을 우선 허락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만약 시험 파공을 통해 유실물 배출 차단이 가능한지가 확인된다면 21곳에 대한 천공 작업에 본격 돌입한다는 예정이다. 시험 천공 작업은 이날 바로 시작될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 "왜 이렇게 급하게 하나" 반발

▲ 2일 세월호가 접안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육상 거치에 걸림돌이 되는 펄 제거 작업이 진행중이다. ⓒ 해양수산부 제공


당장 유가족들은 반발했다. 더군다나 해수부와 조사위, 인양업체는 천공 결정 후 이를 유가족이나 미수습자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브리핑을 지켜보던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소조기 때맞춰서 인양해야 한다고 하다가 선수 다 잘라먹을 뻔했는데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데 왜 이렇게 급하게 하냐"고 따졌다.

조사위가 발표 전면에 선 점에도 의문은 이어졌다. 장 분과장은 "해수부가 인양을 다 책임져야 하고, 조사위는 지도·점검 권한밖에 없는 데 지금 이야기하는 거 들어보면 조사위가 다 떠안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선체 훼손으로 진상 규명이 더욱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현재 해수부가 세월호 육상거치에 사용하는 모듈트랜스포터 보다 더 많은 무게를 들 수 있는 제품이 있고, 이를 사용하면 추가 천공이 필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제대로 된 사전 인양 준비가 안 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따라 나온다.

장 분과장도 "(해수부가) 더 큰 모듈트랜스포터를 가져왔으면 되는 거고, 조사위는 이런 걸 따져야 하는데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식으로 넘어간다면 진상규명을 어떻게 하나"라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조사위 측은 "선체 처리에 있어서 하나에서 끝까지 영상 채증을 하기로 했다"면서 "혹시 채증하는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 있더라도 영상물 통해 확보할 보완조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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