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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청도요, 멧도요를 한꺼번에 보다니...

희귀도요의 동거는 계속될까?

등록|2017.04.03 16:29 수정|2017.04.03 16:30
20년간 새를 봤다. 대략 현장에 가보면 새들의 존재 유무에 대한 감이 있다. 11월 대전의 야산 계곡에서는 감이 없었다. 새들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정말 놀랄만한 새를 만났다. 그것도 두 종이나. 겨울철새인 청도요와 겨울철새겸 나그네새로 알려진 멧도요를 만난 것이다. 이렇게 만난 멧도요는 지난 3월 37일 현장에서 확인하고, 4월 3일에는 확인하지 못했다. 아마 북상한 것으로 보인다.

청도요는 주로 산간 계곡의 물가에 서식하며 가끔 강이나 평지에서 확인된다. 나는 좀 더 가깝게 보기 위해서 이동했다. 움직임을 눈치 챈 청도요는 몸을 납작하게 엎드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영명이 Solitary snipe로 고독한 도요새라고 불린다. 주로 혼자 활동하는 서식특성으로 인해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겨울철새인 청도요는 주로 산간 계곡의 물가에 서식하며 가끔 강이나 평지에서 확인되는 종이다. 20년간 탐조를 하는 동안 청도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 만큼 희귀한 새인 것이다.

가지에 숨어 있는 청도요청도요의 모습 ⓒ 이경호


함께 관찰한 멧도요는 일반적으로 단독으로 이동하고 혼자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멧도요는 위장색이 잘 발달해 있고, 도래하는 개체수가 적어 관찰이 어려운 종이다. 멧도요는 지렁이를 주로 채식하며, 곤충과 그들의 애벌레, 담수 연체 동물과 일부 식물의 씨앗도 먹는다. 먹이를 찾기 위해 땅 속을 뒤져야 하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 취약하다. 이런 멧도요가 대전의 야산에서는 11월부터 최근 3월까지 월동을 한 것이다.

멧도요는 유럽지역에서는 맛있는 새로 알려진 종이다. 맛 때문에 17세기부터 영국의 웨일즈 지방에서는매우 유명한 사냥새였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애완견중에 코커스파니엘이 멧도요 사냥견이다. 멧도요의 영명인 woodcock에서 따와 cocker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청도요와 멧도요가 같이 있는 모습멧도요의 모습 ⓒ 이경호


하지만, 이제 사냥새라 하기에는 멧도요 개체수가 너무 많이 줄었다. 멧도요 뿐만 아니라 청도요 두 종 모두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관심 필요종으로 등록되어 있다.

양지에서 쉬고 있는 멧도요멧도요의 모습 ⓒ 이경호


이렇게 귀한 새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은 국내에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대전에서 새가 있을 만한 감이 없던 곳에서 두 종을 함께 볼 수 있었다. 대전인근 야산에서 만난 두 종은 이제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특별한 개발이나 환경변화가 없다면, 내년에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대전시의 개발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도솔산 갈마지구에 약 3000세대의 개발을 예정하고 있으며, 도안에 5000세대의 아파트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 심지어는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과학벨트 개발로 대규모 산업단지도 개발중에 있다. 모두 대규모 택지개발로 산림훼손이 불가피한 사업들이다. 지역사회에서는 벌써부터 지역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인구가 줄고 있는 대전시에 불필요한 개발이라며 전문가들조차 문제삼고 있다.(참고 기사 :  "월평공원 훼손하는 대규모 아파트건설, 중단하라")

멧도요와 청도요를 만난 수 있는 올 11월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이유이다. 희귀 도요의 겨울 동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150만이 사는 대도시 대전은 이제 훼손할 산림이 남아 있지 않다. 산림 보호를 통해 멧도요와 청도요의 동거를 지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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