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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국 아이가 만든 세월호 작품

배 304개로 태어난 넋

등록|2017.04.04 10:13 수정|2017.04.12 21:23
3일 오전 일본 고베에 있는 가나디안 아카데미 고등부 작품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학생들 가운데 미술에 관심이 있는 미술부 학생들의 작품이었습니다. 기본 주제는 자화상이었습니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자화상을 미술 작품으로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 우리 나라 아이가 자화상으로 만든 세월호 작품입니다. 배 305개를 만들어서 그들의 넋을 나타냈습니다. ⓒ 박현국


학생 가운데 직접 수채화로 자신의 얼굴을 그리거나 사진으로 나타낸 작품도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인 아이는 세월호를 작품으로 나타냈습니다. 희생된 학생 304명을 작은 종이배 304개로 나타냈습니다.

사람들은 배를 탈 것으로 이용합니다. 물을 건널 때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배는 살아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들도 이용했습니다. 전라도 씻김굿에서는 마지막 배송굿에서 죽은 이의 넋을 천으로 나타낸 강을 건너 떠나보냅니다. 씻김굿에서 무당은 넋을 태운 종이배를 들고 노래를 하면서 한 맺힌 넋의 서러움을 씻어서 저승으로 보냅니다.

▲ 학생들의 자화상 작품입니다. ⓒ 박현국


세월호 소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전해졌습니다. 전세계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국내외 구분할 것 없이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사고는 사람 사는 곳에서 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호 사고에서 구할 수 있는 목숨을 더 열심히, 더 적극적으로 구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사고나 늦장 대응이나 구조 실수가 정치를 잘못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 정치는 그나라 사람들의 수준과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 정치인이나 그 정치 지도자는 그 나라 사람들이 선거를 통해서 뽑았기 때문입니다.

▲ 학생의 자화상 작품입니다. 겉으로는 각진 말쑥한 모습이지만 속은 여러가지 것들로 복잡한 속 마음을 나타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 박현국


미술 작품을 통해서 자화상을 주제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고, 발견하는데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내가 누구이고,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이 참이고, 어떤 것이 가치가 있고, 아름다울 수 있는가 하는 판단과 생각의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 사람은 세월호를 잊을 수 없습니다. 직접 바닷가에서 세월호를 구할 수 있는 형편이나 처지에 있지 않았지만 그들을 산 채로 내버렸기 때문입니다. 자화상을 준비하면서 떠오른 세월호는 그러한 나 자신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세월호를 보면서 사라져간 목숨 하나에 배 하나, 나를 만들어 실어보냅니다. 이렇게 배 304척은 만들어졌습니다. 작품 속의 배 304 척은 사라져간 영혼 304명과 마주합니다. 스스로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 학생들의 자화상 작품입니다. 자신의 여러 가지 모습을 그리거나 자신의 속 마음을 도자기로 만들어서 나타냈습니다. ⓒ 박현국


참고 누리집> 가나디안아카데미, http://www.canacad.ac.jp/, 2017.4.3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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