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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서유럽 관통하는 계획 짜기

프랑크푸르트에서 리스본까지

등록|2017.04.04 14:28 수정|2017.04.04 14:28
떠나기로 했다. 멕시코에서 한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월 중순부터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2월에 다시 중국을 거쳐 한국출장을 다녀온 후에는 확실한 이유가 생겼다. 독일을 다녀온 지도 십년이 지났다.

십년 전에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무거운 마음으로 호스피스 병동을 찾았었다. 십년 전에 다시 오겠다고 한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그것도 갑자기. 게다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일주일에 서유럽을 관통하자'라는 목표가 생겼다. 최종 목적지 포르투갈 리스본도 대학 삼학년 때인 1997년에 갔다 왔으니 정확히 이십 년이 지났다.

▲ 독일에서 파리를 거쳐 리스본으로 이어질 예상 여정. ⓒ 김유보(구글 지도 캡쳐)


유럽 지도를 검색해 놓고 며칠을 고민했다. 일단 남부 이탈리아와 북유럽은 시간적 제약때문에 제외시켰다. 시작점인 독일부터가 고민이었다. 전에는 베를린으로 입국해서 빌레펠트로 들어갔는데 파리 이동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프랑크푸르트가 제격일 것 같았다.

근래에 최순실씨 때문에 더 익숙해진 도시 프랑크푸르트. 바쁜 일정이지만 차두리 선수가 잠시 선수 생활을 했던 빌레펠트에 조카를 만나러 들려야 한다. 사실 빌레펠트에 가지 않으면 이번 일정 전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기에 제일 중요한 일정이기도 하다.

비행기 티켓 예약을 하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골머리 싸면서 인터넷 검색하며 내린 결론은... 여행사였다. 잘 아는 여행사를 통해서 전화 한 통으로 티켓을 준비했다. 평소에 저렴한 사이트를 뒤지면서 치열하게 고민해보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형편없는 인터넷 검색수준인지 몰라도 인터넷으로 알아본 가격보다 여행사를 통한 구매가 더 저렴했다.

4월 9일 저녁 8시 멕시코 출발, 독일 프랑크푸르트 10일 오후 2시 도착. 독일 프랑크푸르트 - 독일 빌레펠트 고속철도로 왕복. 11일 프랑크푸르트 - 파리 유레일로 이동. 그 다음이 문제다.

파리에서 마드리드로 가야 하는데 며칠을 뒤져봐도 유레일로 가면 시간이 맞지 않는다. 바르셀로나를 거쳐서 천천히 유레일로 이동하고 싶었지만 일주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유유자적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또다시 며칠을 제일 싼 비행기 티켓을 찾아 헤맸지만... 결론은 또 여행사였다. 빠르고 정확했다. 13일 오전7시 파리 - 마드리드 비행기로 이동. 동일 밤 9시 43분 마드리드 - 리스본 야간 열차. 리스본에 14일 오전 7시 20분 도착이다. 여행의 마무리는 15일 오후 루프트안자 항공으로 리스본 - 뮌헨 - 멕시코시티 일정이다.

▲ 한인민박 업소 홈피 캡쳐 ⓒ 더민다 홈피 캡쳐


이제는 숙소 예약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1박, 파리에서 2박, 마드리드 - 리스본행 야간열차 이동으로 무박, 리스본에서 1박으로 정했기에 세 곳에서 적당한 숙소가 필요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중에 전세계 한인민박을 모아놓은 곳이 있는 사이트(http://www.theminda.com)를 발견했다.

대박이었다. 리스본에도 예상하지 않았던 민박집 한곳을 발견했다. 그런데 예약을 하고 결제를 진행하려다 애를 먹었다. 한국에서 체크카드만 쓰는지라 한국 신용카드가 없는 나로서는 대금결제가 잘 되지 않았다. 외국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로 결제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몇 번씩 계약금 미지급으로 인한 예약 취소가 된 후에야 알아낸 방법, 인터넷 뱅킹으로 입금한 후 연락이 닿은 관리자를 통해서 예약을 완료할 수 있었다. 한국 민박을 잡은 이유가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는 아니었다.

짧은 시간에 여러 곳을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현지 민박집 사장님들이 생각났다. 현지에서 저렴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부터 시간적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방법은 현지 전문가인 민박집 사장님께 설명을 듣는게 가장 빠를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비즈니스 출장이나 특정 목적을 가지고 비행기를 탄 적은 많지만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나드는 기차를 타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거의 혼자서 여행을 다녀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큰 도전이다.

불혹을 넘어가는 이 시기에 짧은 기간이지만 배낭을 싸서 유럽으로 떠난다는 사실에 살짝 흥분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잠시지만 이렇게 현실에서 비켜있어도 되나 하는 걱정도 있다. 이번 주말에는 배낭에 여권과 속옷이나 잘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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