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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성 구청장은 왜 50대남 고독사를 걱정하나

[김경년의 I.인터뷰.U] '나비남 프로젝트' 김수영 양천구청장

등록|2017.04.04 21:25 수정|2017.04.04 21:25
'김경년의 I.인터뷰.U'는 서울시와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를 보다 사람 살 만한 따뜻한 도시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릴레이 형식으로 만나 인터뷰합니다. I.인터뷰.U는 서울시의 브랜드 I.SEOUL.U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기자 말

▲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50대남의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나비남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 양천구제공


고독사(孤獨死), 하면 말 그대로 주변 사람이나 환경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외롭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독거노인의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고독사 비중이 가장 큰 세대는 50대란 통계가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서울시복지재단 송인주 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50대가 3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런 가운데 50대 남성의 고독사에 주목한 구청장이 있어 화제다. 서울시 양천구의 김수영 구청장(54)이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전날 관내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는데, 이상하게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아닌 홀로 사는 50대, 그것도 남성들이 많이 돌아가시더라고요. 그냥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싶어 관심을 갖게 됐죠."

양천구는 지난 2월부터 40일간 관내에서 혼자 사는 50대 남성(만 50세 이상 64세 이하) 6800여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생계, 주거, 건강, 일자리, 정신건강, 가족관계 등으로 나눠 들여다본 결과 지원이 필요한 가구가 404가구로 나타났다. 이중 2~3가지 이상 문제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는 고·중 위험군 가구도 96곳이나 됐다.

양천구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4단계에 걸쳐 올해부터 50대 독거남들의 고독사를 예방하고 지원하는 '나비남(나는 혼자가 아니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조사를 거부하거나 부재중인 가구를 지속적으로 만나고 설득해 고독사 위험군이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지원을 요구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이들이 더 큰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다.

둘째, 지원이 필요한 고·중위험군을 지원할 '나비남 멘토단'을 구성해 독거남의 친구이자 이웃 또는 조력자가 되게 할 방침이다.

셋째, 복지기관, 의료기관, 소방서, 경찰서 등 유관기관과 협의체를 구성해 안전망을 구성한다. 또 '50스타트지원센터'를 설립해 일자리, 금융상담을 제공해 재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는, 그간 멘티가 되어서 받았던 관심과 도움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스스로가 멘토가 되어 보는 역할 전환을 유도한다.

그 자신이 사회복지학 박사이기도 한 김 구청장은 "한 번 쓰러지면 재기가 어려운 패자부활전이 막힌 사회에서 고독사 문제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집약돼 있다"며 "양천구가 처음 시작하는 50대 독거남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나비효과처럼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을 'I.인터뷰.U'의 두 번째 손님으로 초대했다.

▲ 지난 23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나비남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는 김수영 양천구청장. ⓒ 양천구제공


"어르신·여성에 치우친 정책... 50대 남성은 복지사각지대였다"

- 독거노인이 아닌 50대 남자들의 고독사가 가장 많다는 게 의외이면서도 충격적이다.
"나도 당연히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가장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50대 남성이 가장 많더라. 보도가 나간 뒤 '정말이냐'고 물어 보며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이 많았다. 이게 남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구청장으로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인가.
"매일 아침마다 당직자로부터 전날 관내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에 대해 보고를 받는다. 그런데 간밤에 병사하거나 자살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보면 어르신들이 아닌 50대가 많았다. 특히 여자보다는 남자가 많더라. 혼자 사는 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그래서 작년 주민등록 일제조사 땐 혼자 사는 50세 이상을 전수조사했고, 올해는 아예 50세 이상부터 64세까지의 독거남으로 좁혀 본 것이다."

- 50대라면서 왜 59세까지가 아니고 64세까지인가.
"정부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매년 일률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50대라고 해서 59세까지만 조사하면 60~64세 구간은 사각지대가 된다."

- 왜 50대 독거남의 사망률이 높다고 생각하나.
"실직, 이혼, 가족해체 등으로 경제적 결핍이나 외로움을 겪으며 홀로 살아가는 50대 남성들이 많다. 우리 사회는 그러나 한 번 실패하면 재기를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부족하다. 남자들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밖에 나가 도움을 요청하는데 익숙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직장과 가정에서 존재감이 적어지고 우울증에 빠지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양천구 관내에서 최근 일어난 50대남 고독사 사례가 있나.
"몇 달 전 목2동에서 간경화로 투병하던 분이 사망한 지 2~3일 후에 발견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신월2동에서도 58세의 보호관찰 대상자가 사망했다. 법무부에서 일주일 전에 찾아갔지만 문이 잠겨 있고 전화해도 통화가 안 됐는데 통장이 찾아가 보니 이미 숨져 있었다."

- 그동안 이들에 대한 사회의 대책은 없었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시행하는 고독사 예방 정책들이 대부분 홀몸어르신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50대에 대해서는 전수조사조차 전무한 상황이다. 또 노인이나 여성과 관련된 복지나 지원책은 있지만, 남성에 대한 것은 사실 찾기 힘들다. 복지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 사회복지학 박사이기도 한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50대남의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가족망 형성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 양천구제공


"사회적 관심 가장 중요... 위험군 50대남 일대일 상담하는 '멘토단' 큰 기대"

-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사회적인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 1인가구는 특정한 이들의 삶의 형태가 아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 아닌가. 마을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져 옆집에 누가 사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알지 못해 며칠, 몇 개월만에 발견되는 고독사 사건이 너무나 많다. 사회적인 가족망 형성이 절실하다."

- 이번에 '나비남 프로젝트'라는 것을 내놨다. 어떤 의미인가.
"'나비(非)'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란 뜻이다. 우리 프로젝트가 나비효과가 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는 의미도 있다."

- 여러 대책 가운데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멘토단이다. 지원이 필요한 사람 가운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사람을 일대일로 만나 상담하는 거다. 동장을 통해 추천받아 가까운 이웃의 50대 이상 남성들로 구성할 예정이다. 소위 사회적으로 '출세'한 사람들이 '나 잘 나가니까 나처럼 해 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어려움에 처했다가 극복한 사람,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퇴직한 사람, 아니면 정년퇴직하고 뭔가 사회에 봉사하고 싶은 남성그룹을 모아 보려 한다. 그들도 평생 끊임없이 사회에서 도태될까 봐 두려운 상태에 있었던 사람 아닌가. 관심을 가져주고 밥 한끼라도 같이 먹어서 사회로 끌어내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 지원이 필요한 가구가 404명이니 이들을 일대일로 맺어주려면 404명을 뽑아야 하나.
"아니다. 우선 고위험자 22명을 우선적으로 연계시켜줄 계획이다. 우선 40명으로 꾸려 볼 생각이다."

- 그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조사를 거부하거나 부재중인 사람들 아닌가.
"그렇다. 사실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사람들은 재기할 의사가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조사를 거부하거나 부재중인 사람들이 더 큰 문제다. 이들을 이끌어내기 위해 복지관, 병원 등 여러 기관들과 협의해서 실무협의체를 맺을 예정이다."

- 왜 하필 어르신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나은 처지의 50대를 지원하냐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겠다.
"50대 독거남들을 지원한다고 했더니 어떤 남자들은 '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펑펑 놀고 먹는 사람들을 세금으로 도와준단 말이냐'고 하더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을 그냥 놔두면 결국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방치된 채로 65세가 되면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기 전에 스스로 일을 할 수 있게 끌어올리면 그 사람의 인생도 구제하고 나아가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지 않겠나."

"이미지만 보지 말고 일을 잘 할 수 있는 지도자 뽑는 게 중요"

-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양천형 찾아가는 방문복지 체계' 구축에 주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보다도 앞서 시작한 것 같다.
"기존의 복지는 필요한 사람이 동사무소나 복지관에 찾아가서 지원을 요청하는 체계였다. 그러나 실제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은 그런 데 찾아갈 엄두도 못 내지 않나. 정보도 없고. 그래서 복지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선 복지 수요자를 관에서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복지 수요가 많은 4개동에서 우선 방문복지팀을 신설했고, 이듬해는 18개 전 동주민센터로 확대해 사회복지사와 방문간호사를 전진배치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우리 구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방문복지체계와 연계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 평소 '소통'을 강조하며 '현장구청장실'을 꾸준히 열고 있다는데.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나 반감 같은 것들이 소통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주민들이 구청까지 와서 자기 의견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현장구청장실을 열고 있다. 지금까지 놀이터, 경로당, 공원 등 마을 곳곳에서 60여 차례 진행했다. 가 보면 주민들이 20명도 있고, 30명도 있는데 때로는 안 되는 부분을 계속 요청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분들에게는 안 되는 이유를 지속적으로 설명드리면 이해해 주시곤 한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시행하고 있는 양천구의 현안 과제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혁신교육, 찾아가는 복지, 안전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외 14개 단지로 구성된 목동아파트 재건축 계획은 많은 구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재개발 용역사업을 차질없이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목동유수지 도시계획과 신월·신정지역의 관문인 서부트럭터미널 개발계획도 양천구의 10년, 20년 뒤의 미래를 생각하며 준비할 것이다. 이 지역이 개발되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발전의 거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대통령이 탄핵돼 자리에서 내려오고 구속까지 가는 등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다. 주민들과 그런 얘기도 하나.
"요즘 주민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한다. 지도자를 잘 뽑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절실히 보고 있지 않냐고. 나라의 지도자도 잘 뽑아야 하고 동네의 지도자도 잘 뽑아야 한다고. 이미지만 보고 뽑지 마시고 나라의 장래를 위해 일을 잘 할 지도자를 뽑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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