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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만난 이재용 '레이저 빔' 뭔지 알겠다"

2차 독대에서 심하게 질책, 승마협회 임원 교체 지시도

등록|2017.04.07 18:39 수정|2017.04.07 18:39

첫 재판 출석하는 이재용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5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측근에게 '승마협회 지원 미흡'을 이유로 호되게 질책당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이 최순실씨 딸의 승마훈련을 지원한 게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박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일축하는 진술이다.

이 같은 진술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 등에 대한 공판 중 증거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특별검사측이 제시한 진술조서에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은 지난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청와대 안가 2차 독대와 관련해 진술했다.

이 진술조서에서 박 전 사장은 당시 독대를 마치고 온 이 부회장이 "'신문에서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 빔 같다고 한 게 있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독대 직후인 7월 25일 오후 회의에 참석하라는 연락이 와서 갔더니 이 부회장과 최지성 당시 미래전략실장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이 부회장이 오전에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했는데, 대통령이 승마협회 운영을 크게 질책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다.

30분 독대 중, 승마얘기만 15분...이후 정유라 지원 일사천리

법정 출석하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시 회의에서 이 부회장으로부터 독대 내용에 대해 전해들은 박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을 30분 만났는데 15분 간 승마얘기만 하더라'는 이 부회장의 말을 전했다.

박 전 사장은 "(박 대통령은) '내가 부탁했음에도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서 아무것도 안 했다', '승마는 말이 중요하므로 좋은 말도 사야하고, 올림픽에 대비해 전지훈련을 가야 하는데 (삼성이 지원을) 전혀 안 했다' '한화(그룹)만도 못하다' '권오택(대한승마협회 총무이사)과 이영국(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교체하라'며 질책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이날 독대 직후, 두 임원은 교체됐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에 대해 제대로 지원하지 않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임원진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봤다.

이 독대 후 삼성의 '정유라 지원'은 급물살을 탔다.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이 부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아침에 만나서 반가웠다. 연락을 달라"고 문자를 보냈고, 정 씨가 탈 말부터 훈련비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진술이 드러난 박 전 사장은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2007년 '삼성특검' 여파로 이 부회장(당시 전무)이 삼성전자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을 때도 박 전 사장과는 교류를 이어왔다.

이번 삼성의 정유라씨 독일 승마훈련비 지원 실무를 총괄한 것도 박 전 사장으로 알려졌다. 박 특검팀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때 박 전 사장 역시 이 부회장의 공범으로 해 영장 청구를 했지만 박 전 사장의 영장은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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