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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비님에게 드리는 농민 기도

[유기농민 농사일기]

등록|2017.04.11 10:31 수정|2017.04.11 10:31

▲ ⓒ 전국농민회총연맹


닷새 만에 비님이 내린다. 농민이 쉬는 날이다. 농사 10년 만에 골병들어 안 아픈 곳 없이 다 아프다. 연초에 교수들이 누리는 안식년이란 거 농민은 못 누리냐 싶어 농사 파업 겸 안식년 선언했다.

파업? 연초에 전농 김영호 의장님이 회의에서 말씀하셨다. 1년 동안 모든 농민들이 농사 총파업하면 좋겠다고. 내 맘이 똑 그 맘이다. 노동자도 총파업하고 농민도 총파업하면 이 세상 진짜 주인이 누군지 판가름 날 것 아니냐?

안식년? 현장 농민이 교수보다 못한 것이 뭐시여? 교수보다 10년 차 현장 농민이 사회적 기능인으로서 나으면 낫지 못할 것이 무엇이더냐 하는 심사도 있었다.

안식년 선언은 도로아미타불 되었다. 농사파업도 물 건너갔다. 흙에 매인 존재가 농민이니 때가 되니 온 식구가 들로 나선다. 파업도 안식년도 손발이 맞아야 하지. 식구들과도 단결이 안 되니 파업 투쟁은 언감생심. 나 혼자 도시 바람 든 천덕꾸러기 신세다.

오직 내리는 비님만이 일손을 놓게 해주니 올해는 하늘만 바라봐야겠다.

비님아, 내리고 또 내려 주소서. 농민들 좀 쉬도록. 온 강물 다 썩게한 4대강 보 다 떠내려가도록. 온 강토에 널린 쓰레기 잡놈들 다 쓸어 가도록. 홍수로 흉년 들어 농민들, 농산물 귀한 줄 알도록.

사진은 4월 10일 벼 수매가 환수 거부 전국농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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