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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신동해빌딩 6층 '컴퓨터 91대'의 실체

[대선후보 검증] 2012년 문재인 캠프 'SNS지원단' 선거법 위반사건 분석①

등록|2017.04.12 10:26 수정|2017.04.12 10:26
대선 투표일을 닷새 앞둔 지난 2012년 12월 14일. 새누리당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신동해빌딩 6층을 급습했다. 민주통합당의 불법선거현장을 적발했다는 제보를 받은 새누리당이 취재기자들과 선거관리위 직원들을 데리고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 조직인 'SNS지원단'의 사무실을 급습한 것이다. 이는 훗날 누리꾼들에 의해 '신동해빌딩 습격사건'으로 불렸다.

당시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댓글공작 사건과 윤정훈 목사의 '십알단(십자군 알바단) 댓글부대' 사건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그래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문 후보 선거캠프의 불법선거현장이라고 제보받은 SNS지원단 사무실을 급습했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신동해빌딩 6층을 제2중앙당사로 등록해둔 상태였다. 중앙당사에서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신동해빌딩 6층은 선거운동기구로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새누리당의 공직선거법 해석을 받아들여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013년 6월 20일 조한기 전 SNS지원단장과 차아무개 전 SNS지원단 대응1팀장(A의원실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신동해빌딩 6층에 신고하지 않은 선거운동 사무실을 차려놓고 70여 명을 동원해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글들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는 혐의를 받았다(관련 기사 : '불법 SNS' 문재인-박근혜 캠프 관계자 불구속 기소). 한마디로 'SNS를 통한 불법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6월부터 2014년 5월까지 1심과 2심 재판이 열렸고, 조 전 단장과 차 전 팀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 '선고유예'(벌금 20만 원)와 2심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선고유예'와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다는 점에서 '경미한 범죄'라고 할 수는 있지만, '유죄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서 '불법 선거운동'의 멍에를 벗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9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조 전 단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SNS선거운동을 맡았다. 문 후보 캠프의 한 인사는 "경선 당시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이 SNS 총괄본부장이었고, 조한기 전 단장은 그 밑에서 팀장으로 일했다"라고 전했다. 조 전 단장은 지난 7일과 11일 발표한 통합선대위 조직 가운데 SNS본부(공동본부장 유영민.윤영찬, 부본부장 최민희.문용식)에서도 활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 캠프의 또다른 인사는 "선대위 구성이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조 전 단장이 SNS본부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전 단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창동.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한명숙 국무총리 의전비서관,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정책위 부의장 등을 거쳐 지난 2012년부터 충남 서산.태안 지역위원장(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을 맡아왔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에서 SNS지원단장을,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다. 문재인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었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기획위원과 안희정 지사가 고문으로 있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오마이뉴스>는 조 전 단장과 차 전 팀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SNS지원단 선거법 위반 사건') 1심과 2심 판결문을 입수해 지난 2012년 12월 신동해빌딩 6층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분석하고, 법원은 이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알아봤다.

[2심 판결문] "조직적 대응의 뉘앙스가 풍기지 않도록 엄중 경계하라"

▲ 여의도 소재 신동해빌딩 전경. 지난 2012년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 조직인 SNS지원단이 입주해 있던 곳이다. ⓒ 구영식


[1심 판결문] 국회 보좌진 27명이 모여 만든 'SNS기동대'

'SNS지원단'을 설명하기 전에 'SNS기동대'부터 살펴보자. 차 전 팀장은 지난 2012년 11월 8일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보좌진 약 27명을 모집해 'SNS기동대'라는 조직을 만들고 자신이 기동대장을 맡았다. SNS기동대는 지난 2012년 11월 8일부터 12월 2일까지 활동했다. 검찰은 SNS기동대를 문재인 후보의 "사조직"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다 인용한 검찰의 공소요지에 따르면, SNS기동대의 "주요 목표"은 "문재인 후보를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문 후보의 정책, 유리한 글, 불리한 내용에 대응하는 글 및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글을 적극 전파하는 방법으로 문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SNS기동대는 전략기획팀, 메시지팀, 실무지원팀 등 3개팀으로 구성됐다. 전략기획팀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전파시킬 주요 글의 내용을 기획하고, 메시지팀은 전략기획팀에서 기획한 글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전파시켰다. 실무지원팀은 연락과 진행사항을 점검하고, 전파시킨 글의 반응을 모니터링했다.

이들은 '오프라인-온라인 회의 체계' 등을 갖추고 치밀하게 움직였다. 오전 9시 국회 본청 민주통합당 원내기획실에서 27명의 기동대원이 모두 참석하는 오프라인 회의를 열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각자의 사무실(의원실)에서 문 후보의 정책, 유리한 글, 불리한 내용에 대응하는 글,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글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집중 전파시켰다. 이렇게 '오전 임무'가 끝났다.

'오후 업무'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오후 1시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해 온라인 회의를 연 뒤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오전에 전파시킨 글들을 다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집중 전파시켰다. 이후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전파시킨 글의 반응을 모니터링했다. 하루에 오전과 오후 두 차례 SNS(Social Network Service)여론전을 벌인 것이다.

▲ ⓒ 고정미


총 10개팀 76명으로 구성된 'SNS지원단'       

이렇게 SNS기동대가 활동하던 시기에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에서는 '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체계적으로 벌이기 위해 'SNS지원단'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지난 2012년 11월 26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신동해빌딩 6층을 임차하고 이를 중앙당사로 추가하는 절차를 마쳤다. SNS지원단장에는 조 전 단장이 임명됐다.

SNS지원단 사무실이 마련됨에 따라 지난 2012년 11월 27일부터 12월 12일까지 신동해빌딩 6층에 총 91대의 컴퓨터가 설치됐다. 이와 함께 프린터 24대와 유전전화기 47대, 의자 105개, 테이블 72개, 파티션 104개, 텔레비전 5대, 냉장고 3대도 들어왔다. 

SNS지원단은 SNS기획팀, SNS메시지팀, SNS분석대응팀, SNS플랫폼팀, SNS콘텐츠팀, 뉴스매거진팀, SNS네트워크팀, 대응1.2.3팀 등 총 10개 팀 76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SNS기동대 중 일부와 다른 민주통합당 의원 보좌진 등 총 16명이 SNS지원단에 합류했다(2012년 12월 3일). SNS기동대를 이끌었던 차 전 팀장은 SNS지원단에서 대응1팀장을 맡았다.

이렇게 구성된 10개팀에는 아주 세세한 업무가 부여됐다. 먼저 SNS기획팀은 선거운동기간별 후보자 홍보 계획 수립, 팀별 업무 보정, 회의 준비 등을 맡았다. SNS메시지팀은 문 후보와 그 부인의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에 홍보물 등을 올렸고, SNS분석팀은 SNS 여론의 흐름을 모니터링해 SNS선거운동 전략을 세웠다. 

SNS플랫폼팀은 문 후보의 홈페이지, 카카오톡, 모바일앱을 운영했고, SNS콘텐츠팀은 SNS에 유통시킬 동영상 등 콘텐츠를 생산했다. 뉴스매거진팀은 문 후보를 홍보하는 내용의 인터넷 뉴스레터를 매일 작성해 당원과 일반인들에게 발송했고, SNS네트워크팀은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는 콘텐츠를 정리했다.

SNS지원단의 10개 팀 가운데 핵심조직은 '대응1.2.3팀'으로 보인다. 대응1.2.3팀은 업무의 영역을 ▲ 트위터와 페이스북(대응1팀) ▲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블로그(대응2팀) ▲ 인터넷 커뮤니티와 인터넷 뉴스 댓글란(대응3팀)으로 세분화했다. 이 세 개 팀을 통해 문 후보의 정책, 유리한 글, 불리한 내용에 대응하는 글,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글 등을 전파하며 전방위적인 인터넷 선거운동을 벌였다.

"사조직 설립, 선거법 위반" vs. "중앙당사 공간 확대한 것"

검찰은 SNS기동대와 SNS지원단의 활동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선거운동을 위해 명칭이나 목적을 불문하고 사조직을 설립할 수 없고(구 공직선거법 제87조 제2항), 법에서 정한  선거사무소나 선거연락소 외에는 이와 유사한 기관.단체.조직을 새로 설립.설치.이용할 수 없다(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고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SNS기동대는 설립이 금지된 사조직이고, SNS지원단은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기관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조 전 단장 등은 "민주통합당 중앙당에 설치된 선거대책기구의 분과인 SNS지원단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구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의 처벌대상에 속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동해빌딩 6층은 선거연락소인 중앙당사의 공간을 확대한 것에 불과해 연속성과 동질성을 갖고 있어서 '새로운 시설 또는 설비의 설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또한 SNS지원단 활동을 위한 시설이 '유사시설'에 해당하는지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의가 없거나 위법성의 인식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 ⓒ 고정미


SNS지원단 활동은 유죄, SNS기동대 활동은 무죄

1심 재판부는 지난 2013년 1월 23일 SNS지원단 활동에는 벌금 2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고, SNS기동대 활동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동해빌딩 6층에서 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위한 정책 수립, 모니터링 및 분석, 콘텐츠 제작 등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운동'만 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후보의 정책, 유리한 글, 불리한 내용에 대응하는 글,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글을 SNS에 직접 전파시켜 선거운동에 나아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선거운동을 준비할 목적'으로만 시설을 설치하고 이용한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을 할 목적'으로 위 시설을 설치하고 이용했다"라는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구 공직선거법은 정당의 선거운동조직을 장소적.시설적 측면 및 인적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규제하고 있고, 특히 선거사무소의 경우 단 1개의 고정된 장소에 설치할 것을 규정하면서 이를 신고하게끔 하고 있다"라고 관련 규정을 해석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규제 및 신고 절차의 엄격성에 비추어 보면 정당이 기존 선거사무소의 규모적 한계를 이유로 다른 빌딩을 임차해 신고하지 아니하고 이를 기존 선거사무소의 일부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봐야 한다"라며 "신동해빌딩이 당사로 추가 변경되었는지 여부나 신동해빌딩이 동화빌딩(중앙당사가 있는 곳-기자주)과 비교적 거리가 가깝다는 사실과 무관하게 신동해빌딩 6층은 법정 선거사무소의 일부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또한 SNS기동대 활동과 관련, 재판부는 "구 공직선거법 제87조 제2항의 의미는 단체의 명의 또는 그 대표의 명의로 선거운동을 하는 등 적어도 단체의 위세를 내보이거나 단체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방식의 선거운동을 할 목적으로 단체를 설립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라고 관련 규정을 해석했다.

재판부는 "차○○의 경우 선거대책기구가 실행하는 선거운동의 일환으로서 평소 개인적으로 정치적 내용의 SNS를 하던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의 보좌진들을 모아 SNS에 담을 키메시지를 정하고 대응전략을 고민하는 등 SNS기동대를 조직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위 사실만으로 SNS기동대가 단체성을 갖고 SNS선거운동을 하기 위하여 단체를 설립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SNS기동대가 "단체의 위세를 내보이거나 단체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할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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