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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대응의 뉘앙스가 풍기지 않도록 엄중 경계하라"

[대선후보 검증] 2012년 문재인 캠프 'SNS지원단' 선거법 위반사건 분석②

등록|2017.04.12 10:26 수정|2017.04.12 10:26

▲ 여의도 소재 신동해빌딩 전경. 지난 2012년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 조직인 SNS지원단이 이곳에 입주해 있었다. ⓒ 구영식




[2심 판결문] 투표일 전날까지 '국회 SNS기동대 백서' 작성

1심 재판부가 벌금 2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검찰은 물론이고 조한기 전 단장과 차아무개 전 팀장도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2월부터 5월까지 2심 재판이 진행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90만 원'을 선고했다(2014년 5월 23일).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언급하지 않은 검찰 수사기록 내용을 적지 않게 판결문에서 인용했다. 먼저 차 전 팀장은 지난 2012년 11월 8일부터 대선 투표일 전날인 12월 18일까지 매일 '국회 SNS기동대 백서'를 작성했다. SNS기동대가 지난 2012년 12월 3일 SNS지원단으로 편입된 이후에도 '국회 SNS기동대 백서'를 계속 작성한 것이다.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국회 SNS기동대 백서'에는 SNS기동대의 '하루 업무'가 이렇게 기재돼 있다.

"매일 오전 9시에 국회 본청 원내기획실에서 기동대 전체 오프라인 회의를 개최한 후, 각자 의원실로 돌아가 오전 10시부터 11시 사이에 메시지팀에서 생산된 멘션을 트위터상 집중 유포한 다음, 오후 1시경 기동대 온라인 회의를 개최한 후 다시 오후 1시 반에서 3시 사이에 멘션을 트위터에 배포한 후 그 반응을 모니터링한다."

이러한 하루 업무 내용은 SNS기동대가 인터넷 여론을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매일 트위터에 '댓글'(멘션)을 달았음을 보여준다. 사실상 문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SNS기동대는 기동대원들의 계정 등을 이용해 문 후보 지지와 박근혜 후보 반대에 관한 메시지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전파했다. 단문 메시지는 트위터, 장문 메시지나 동영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파했다.

'국회 SNS기동대 백서'에는 하루 업무 내용뿐만 아니라 2012년 11월 9일부터 12월 18일까지 일자별 회의내용, 트위터에 유포한 상세한 메시지 내용, 실무지원사항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특히 SNS기동대는 소속의원실,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페이스북 아이디, 트위터 계정, 네이트온 아이디, 담당 업무 등이 적힌 '자체 연락망'도 구축했다.

▲ ⓒ 고정미


[1심 판결문] 여의도 신동해빌딩 6층 '컴퓨터 91대'의 실체

"조직적 대응의 뉘앙스가 풍기지 않도록 엄중 경계하라"

또한 SNS지원단 대응1팀 정아무개씨가 같은 팀원 황아무개씨에게 보낸 '팀원 트위터 활동 자료'(2012년 12월 3일 기준)에 따르면, 대응1팀의 17명이 각각 전파한 트윗 횟수는 최소 2회에서 최대 2만2167회에 이른다.

SNS지원단 대응2팀에서 활동하던 송아무개씨가 지난 2012년 11월 27일경 발송한 이메일에는 '주간업무보고'라는 문서가 첨부돼 있었는데, 여기에는 지난 2012년 11월 28일부터 12월 3일까지 커뮤니티 모니터링과 메시지 전파, 양질의 트위터 발굴과 전파 등의 활동이 기재돼 있다.

네트워크팀의 신아무개씨가 뉴스매거진팀의 양아무개씨와 신아무개씨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를 전파하도록 요청했고, 플랫폼팀이 지난 2012년 11월 22일부터 12월 5일까지 불특정 다수에게 문 후보의 선거홍보 자료인 '뉴스레터'를 이메일로 10회 발송한 것도 확인됐다. SNS지원단이 10개 팀의 업무 분업을 통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벌인 것이다.  

'국회 SNS기동대 백서'에 따르면, 차 전 팀장은 지난 2012년 12월 7일 SNS지원단 구성원들에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모두가 쳐다보는 오픈된 공간이므로 조직적 대응의 뉘앙스가 풍기지 않도록 엄중 경계 및 주의해야 한다"라고 요구해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 차 전 팀장은 검찰조사에서 "SNS기동대(이나 SNS지원단)가 조직적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대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문제가 생기니까 조직적 대응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했다"라고 진술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2년 12월 14일 새누리당의 제보를 받고 신동해빌딩 6층을 급습해 현장조사를 벌이려고 했다가 민주통합당의 저지로 무산되자 조 전 단장과 차 전 팀장은 SNS지원단 구성원들에게 "선관위가 불법선거운동의 정황은 포착하지 못했지만, 검찰이 신동해빌딩을 수사할 수도 있고, 최소인력만 남겼으며, 카카오톡 단체창도 폭파시켜 버렸다"라는 상황 설명 메시지를 전파했다. 

선거가 끝난 뒤인 지난 2012년 12월 24일 서아무개씨가 조아무개씨에게 다음 대선에서 SNS팀 구성할 때 참고하라며 '국회 SNS기동대 백서'를 보내면서 "언론에 유출되면 심각해질 수 있으니 신경쓰라"고 기재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들은 나중에 재판부가 조 전 단장 등이 위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판결의 근거로 쓰였다.

▲ ⓒ 고정미


검찰 "SNS기동대는 문재인 후보 위해 만든 사조직"

검찰은 "구 공직선거법 제87조 제2항에서 설립을 금지하고 있는 '사조직 기타 단체'는 후보자를 위해 선거운동을 할 목적으로 설립.설치된 단체로서 법정 선거운동기구 이외에 설립하거나 설치하는 선거운동 목적의 일체의 사조직을 의미하는 바 차○○이 조직한 국회SNS기동대는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인터넷에서 조직적으로 특정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만든 사조직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SNS지원단이 원래 문재인 후보의 선거사무소인 동화빌딩 5층에 있다가 대응1.2.3팀이 신설되는 등 조직이 확대.개편되면서 더 이상 공개된 장소인 선거사무소에서 (활동할 경우) 언론 등에 노출할 수 있는 사정에 처하여 신동해빌딩 6층으로 장소를 옮겼다"라며 "SNS지원단은 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로 신고되지 아니한 시설.조직으로서 구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이 설립.설치.이용을 금지하고 있는 유사기관에 해당한다"라고 1심 판결을 반박했다.

이어 검찰은 "원심은 '유사기관 설립'(인적 조직)과 '유사시설 설치'(물적 시설)로 구분한 후 유사시설 설치만을 유죄로 인정하고, 유사기관 설립은 SNS지원단의 인적 조직이 선거캠프의 내부적 사무분담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판단했다"라며 "하지만 구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은 유사기관 설립과 유사시설 설치를 구분해 규정한 바는 없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구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은 조직 또는 시설의 실질이 선거사무소 등 법정 선거기구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이면 유사기관으로 보아 처벌하겠다는 취지에서 기관, 단체, 조직, 시설 설립.설치 등의 다양한 표현을 사용해 해석에 관한 논란을 차단하고 가능한 한 다양한 위반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중앙당 선거대책위 명령에 따라 SNS지원단에 합류했을 뿐"

반면 조 전 단장 등은 "SNS지원단은 구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 단서(예외적인 허용)의 선거대책기구에 해당한다"라며 "선거대책기구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2014년 1월 17일 개정된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 본문에서는 선거대책기구를 선거운동기관으로 명시하고 있다"라며 "이는 반성적 고려에 의한 법률 개정에 해당함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면소판결의 대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 본문에서 선거운동이 허용되어 있는 선거사무소나 선거연락소가 반드시 하나의 장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라며 "민주통합당 선거캠프에서는 선거사무소인 동화빌딩 5층의 공간이 부족하여 장소적으로 근접한 신동해빌딩 6층을 임차해 중앙당사로 신고해 선거대책기구로 사용했기 때문에 신동해빌딩 6층은 선거사무소 내지 선거연락소의 공간을 장소적으로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SNS지원단 활동을 위한 시설이 구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에 위반되는 유사기관에 해당한다고 인식하지 못했고, 신동해빌딩 6층의 시설 설치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라며 "단지 중앙당 선거대책위의 명령에 따라 SNS지원단에 합류했을 뿐이어서 구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 위반행위에 고의가 없거나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 "SNS기동대는 사조직, SNS지원단은 위법한 유사기관"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사실상 검찰의 손을 들어주었다. 1심 재판부가 벌금 2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SNS지원단 활동'과 무죄를 선고한 'SNS기동대 활동'에 모두 벌금 90만 원을 선고한 것이다. 이는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에서 판단한 것보다 SNS지원단과 SNS기동대의 위법성을 더욱 무겁게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재판부는 먼저 SNS기동대를 구 공직선거법 제87조 제2항에서 설립을 금지한 사조직에 해당한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근거를 들어 "SNS기동대는 문재인 후보를 당선하게 할 목적으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보좌관들을 모아 설립한 사조직에 해당한다"라고 판결했다.

▲ 차 전 팀장이 민주보좌관협의회 소속 보좌관 약 27명을 모아 SNS기동대를 만들어 기동대장을 맡은 점
▲ SNS기동대가 전략기획팀, 메시지팀, 실무지원팀을 구성해 문재인 후보 지지, 박근혜 후보 반대에 관한 메시지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전파한 점
▲ 차 전 팀장이 2012년 11월 8일부터 12월 18일까지 '국회 SNS기동대 백서'라는 문건을 작성한 점
▲ '국회 SNS기동대 백서'에 기동대원들의 하루 업무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는 점
▲ SNS기동대가 자체 연락망을 구축하고, 이메일로 서로 연락한 점  

또한 SNS지원단 활동과 관련, 재판부는 "구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 단서(예외적 허용)에서 말하는 선거대책기구란 후보자의 선거사무소 등에 설치되어 내부적 선거준비행위를 하는 기구만을 말하고, 이를 넘어 선거인에게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설치된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어떤 단체 등이 구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 본문의 '유사기관'에 해당하는지는 선거운동 목적 유무에 의하여 결정된다"라며 "내부적 선거준비행위의 차원을 넘어 선거인에게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단체 등을 설립하였다면 이는 더 이상 선거대책기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위 조항의 유사기관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허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처럼 설립.설치.이용되는 단체 등은 유사기관이 된다"라고 밝혔다. SNS지원단이 구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에서 설립.설치.이용을 금지한 유사기관에 해당한다는 판결이다. 

이어 재판부는 "기존 사무소의 공간적 한계를 이유로 관할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사회통념상 기존 선거사무소와 동일한 공간으로 볼 수 없는 다른 건물 등을 임의로 임차하여 기존 선거사무소의 일부로 사용하는 등의 장소적 확장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라고 조 전 단장 등의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 사건의 공소제기가 새누리당의 위법한 SNS 선거운동이 적발되자 그에 대한 대응 차원의 정치적 이유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소추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라며 "그러나 이 사건은 서울시 선거관리위의 수사 의뢰에 의하여 수사가 개시된 것으로서 그 공소제기가 소추재량권을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피고인들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시한 이유

끝으로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은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된 것이다"라며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라고 판시했다.

"피고인들은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의 중요 직책을 맡은 선거 관계인들로서 공직선거법의 준수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임에도 선거일이 임박해 오는 상황에서 선거의 승리에만 집착해 그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간 점, 피고인들의 국회 SNS기동대 및 SNS지원단 활동은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정치적 의견을 표현한 정도의 것이 아니라 위법한 유사기관을 기반으로 특정후보에 대한 유리한 자료 등을 조직적으로 취합한 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파급효과가 큰 SNS 매체를 이용해 선거일 전날까지 집중 전파시킨 것으로써 선거에 미친 영향력이 작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재판부는 "SNS 활동 자체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선거운동의 하나로서 다른 선거운동과 달리 폭넓게 허용되는 점, 피고인들이 전파한 자료 등의 허위거나 노골적인 비방 등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 90만 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국정원의 댓글공작이나 윤정훈 목사의 십알단 댓글부대와는 다르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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