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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 축제가 있었던가?

자주 가지 않는 한 가지 꽃 축제

등록|2017.04.13 11:10 수정|2017.04.13 11:11
따뜻한 봄 날씨였던 지난 주말에 꽃구경 가는 나들이 인파에 도로가 멈춘 듯 차가 막혔었다. 평소라면 짜증날 법도 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알록달록 예쁜 꽃들에 눈이 가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오히려 예쁘게 핀 꽃 들을 볼 수 있으니 앞 선에서 거북이걸음하고 있는 차량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더 이상 거북이걸음으로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힘들겠다 싶은 사람들은 길가에 차를 멈추고 도로변에 핀 벚꽃 나무를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고 있다.

국민 필수품이 되어버린 셀카봉을 한 무리에 하나씩 들고 아름다운 꽃과 함께 예쁜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간혹 아름다운 추억의 사진을 찍으려다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한 복판 까지 나와서 사진을 찍는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멋진 사진을 찍고 싶은 심정을 알겠지만 안전을 뒷전으로 하고 찍은 사진 속에서 나타날 양심의 흔적은 예쁜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것 일 것이다.

꽃구경 가는 차량들을 보니 불현 듯 우리나라에 꽃 축제가 참 많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기운이 조금씩 소심하게 조금씩 나오긴 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시기에 피기 시작하는 광양 매화축제부터 구례와 의성의 산수유 축제에 이어 목포 유달산 개나리 축제를 지나면 전국 각지에서 벚꽃 축제가 열리니 봄이 되면 꽃놀이 가야할 곳이 넘치는 것 같다.

비단 봄 뿐 만이 아니다. 봄이 지나고 더워지기 시작하면 열리는 연꽃 축제에서 더위가 조금 물러가기 시작하면 백일홍과 코스모스 축제를 거쳐 대표적인 가을꽃인 국화 축제까지 보면 대충 우리나라 꽃 축제는 거의 다 본 것일 것이다.

하지만 꽃구경 좋아하는 우리네 사람들은 겨울에도 꽃을 보러 산에 간다. 어떤 사람들은 겨울 산속에서 보는 눈꽃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하는데 본인은 추위를 이기며 산속에 들어갈 자신이 없어 뉴스영상만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지인들의 SNS를 보면 벚꽃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 이었던 것 같다.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벚꽃놀이 가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당장 핸드폰을 꺼내어 예쁘게 찍은 사진을 웃으며 자랑할 것이다.

뉘엿뉘엿 가는 중에 도로 옆 멀지 않은 기찻길로 기차가 지나간다. 언뜻 생긴 것을 보니 KTX는 아닌 것 같고 무궁화호 인 것 같았다. 무궁화꽃 축제도 있었던가! 갑자기 드는 생각이었다. 당장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확인해보고 싶지만 꾸욱 참다가 잠시 휴게소에 정차한 후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홍천, 수원, 세종 등에서 무궁화꽃 축제를 하고 있었다. 속으로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엄연히 나라꽃 무궁화인데 무궁화 축제가 없다면 말이 안 되겠지만 정말로 없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모순된 생각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

내가 살 고 있는 목포 근처에서는 무안에서 무궁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무안 연꽃 축제와 연계하여 무궁화 축제 행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검색해서 확인하다 보니 어느 지역에서 해년마다 열리는 전통 있는 무궁화축제는 없었다.

'나라꽃무궁화전국축제'라는 이름으로 산림청이 주최하고 각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로서 진행되는데 올해는 세종시와 수원시에서 무궁화축제가 열리기로 한 것이다. 세종시와 수원시는 꽤 오랫동안 무궁화 축제를 진행해온 것 같은데 그 밖의 지자체는 거의 일회성으로 무궁화 축제를 진행한 듯 싶다.

우리 꽃인 무궁화를 어느 지역에서도 먼저 나서지 않고 산림청의 후원을 받아서야 무궁화 축제를 해야 하다니 씁쓸한 기분이 든다. 물론 무궁화축제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시고 봉사하신 각 지자체의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분들도 분명히 많이 계실 것이다.

하지만 우리 꽃이라면 전국에서 더 많은 지자체가 나서서 행사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 다른 꽃 축제는 많이 하면서 유독 무궁화만 홀대를 받는 모양새이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이번에 무궁화 축제 다녀왔냐고 물으면 웃으면서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나 무궁화꽃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라고 한다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나라꽃이니까 더욱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느껴지는 부끄러움과 씁쓸함은 나만이 느끼는 것일까? 무궁화를 널리 알리려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그분들의 노력은 꾸준히 계속되어 갈 것이다.

교직에 있는 내 기억에 예전 학교에tj 무궁화심기 운동이 한창이었던 적이 있었다. 각 학교 울타리 벽이나 울타리마다 무궁화가 가득 심어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 심어졌던 무궁화들이 다른 꽃으로 꽤 많이 바뀌어 버린 것 같다.

지금이 무궁화 심기에 딱 좋은 철이라고 한다. 올 봄이 가기 전에 우리 반 아이들과 무궁화를 심어야 봐야겠다. 나의 부끄러움이 우리 반 아이들이 자란 후 느끼지 않도록 해줘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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