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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내 이야기" 학생 다독인 김제동의 한 마디

[현장 : 청소년 만민공동회] 김제동 "말 정말 잘했어요"... 학생 "참 잘 생기셨어요"

등록|2017.04.16 15:26 수정|2017.04.16 15:26

▲ 세월호 3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방송인 김제동씨와 함께 청소년 만민공동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방송인 김제동, 그의 유머나 재치보다 배려가 더 돋보인 자리였다. 청소년들은 그의 배려에 힘입어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청소년들이 하는 거침없는 발언을 경청할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16일 오전 11시 세월호 합동 분향소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김제동과 함께! 전국 청소년 만민 공동회'가 열렸다. 시민, 학생 등 1000여 명이 참여해 방송인 김제동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제동씨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요청하자 김예찬 학생(고2)이 '세월호 참사는 톱니바퀴'라고 말했다. 부정부패가 시계(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톱니바퀴를 멈추게 해 결국 시계를 멈추게 했다는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그 학생은 "명심하세요, 톱니바퀴가 시계를 멈춘다는 사실!"이라며 발언을 마쳤다. 방송인 김제동은 곧바로 이 학생의 발언을 짧게 요약해 참가자들의 머리를 편하게 해 주었다.

이어 이세은 학생(고2)은 세월호를 주사위에 비유했다. 세월호에 주사위처럼 다양한 면이, 즉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말이다. 이 학생은 이어 "그 다양한 이야기를 알고 싶어서 이곳에 왔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더 노력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 학생 말을 경청한 김제동씨는 "갑자기 한 발언 같은데, 참, 말 잘했다"라고 칭찬했다. 수줍어서 중간중간 말이 끊긴 것에 대한 '배려'였다. 칭찬을 듣고 수줍음이 사라졌는지  이세은 학생은 "참, 잘 생기셨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객석에서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졌다.

"살 만한 나라가 되려면 기억해야 한다"

이세은 학생에 이어 천영돈 학생(고2)이 "세월호는 내 이야기"라며 자기 고백적 발언을 했다. 참사가 일어난 중2 때 잠깐 슬퍼하고 그 뒤로는 남의 일로 기억했다는 고백이었다. 천영돈 학생은 이어 "그러다가 세월호 추모곡 등을 들으면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슬픔, 아픔 제대로 기억하지 않은 것에 부끄러운 마음이 일었다. 살 만한 나라 되려면 기억해야 한다"라며 말을 마쳤다.

서예원 학생은 "언니가 당시 고 2였는데, 거기에(세월호)에 언니가 타고 있지 않아 다행스러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희생자 등에게) 참 미안했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러자 김제동씨는 "(누구나)그런 생각 들 수 있다. 괜찮다. 이런 이야기 툭 터놓고 하기 어려운데, 이야기 해줘서 고맙다"는 말로 서예원 학생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이진훈 학생(고2)은 "세월호 참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비극"이라고 말했다. 참사 당시 세월호가 나왔으면 더 많이 구출했을 텐데, 이제야 나온 게 비극이라는 의미였는데, 긴장해서 그런지 무척 더듬거리는 말투였다. 이 학생은 "제가 말주변이 참 없다"라고 덧붙이며 말을 마쳤다.

그러자 방송인 김제동은 "말 주변 없다는 것, 잘 못 알고 있다. 말주변 참 좋다. 자기 이야기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라고 격려했다. 이 격려에 힘을 얻었는지 학생들은 서로 발언을 하겠다며 다투어 손을 들어, 만민 공동회 분위기가 한껏 달아 올랐다.

방송인 김제동의 '학생 기 살리는 배려사회'의 정점은 자신의 가정사 고백이었다. 한 학생이 그리 화목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를 하자 개그맨 김제동은 '자신의 부모가 이혼한 이야기'를 해 주는 것으로 그 학생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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